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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는 곳에서 장례라니…병원 장례식장의 불편한 진실

장례식장 57%가 병원 소속, 마진율 37%에 이르기도…부정확한 가격정보에 위생도 문제

2022.05.10(Tue) 17:27:21

[비즈한국] “사람을 살려야 하는 병원에 장례식장이 같이 있다니, 정말 이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장례 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이 진귀한 풍경은 우리나라에서 당연한 문화가 됐다. 국내 장례 절반 이상이 병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장례협회에 따르면 전국 1102개 장례식장 중 병원 장례식장은 637개(약 57.8%), 전문장례식장은 465개(약 42.2%)다. 

 

서울시에 위치한 한 장례식장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전다현 기자


이런 장례문화는 현대에 들어 생겼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병원 영안실을 이용하는 추세가 늘어나면서 1990년대부터 지금의 장례식 문화가 생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병원 장례식장이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몇 차례 고비가 있었다. 2005년 대법원이 주거지역 내 병원 장례식장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려 수백 여 곳의 주요 병원 장례식장이 고발 당하는 등 파장이 일었다. 병원 장례식장 운영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2010년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미 설치돼 있는 장례식장은 인정하되, 입원실 면적 등 일정 규모를 갖추게 한 것이다. 이때부터 종합병원 등 규모 있는 병원에 장례식장이 함께 있는 일이 정례화됐다.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장례식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장례식장 수익 비중 높지만 환경은 열악

 

병원 장례식장은 끊임없이 논란이 일었다. 특히 장례물품을 강매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병원이 장례식장을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016년에는 10여 개 국립대병원 장례식장의 마진율이 37%라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장례식장 운영 등 병원의 의료외수익 비중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한국보건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병원의 의료외수익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병원 규모가 클수록 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6.1%로, 2012년 병원 전체 의료외수익 비중은 4.9%를 차지했다. 의료외수익에서 장례식장 비중은 평균 68.9%였다. 

 

장례식장 수익 내역이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2018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병원 장례식장 게시 가격과 장사정보시스템 등록가격 일치율은 63.9%로, 가격정보가 상당히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연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병원에서 장례식장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다. 마진을 많이 남겨도 장례 특성상 상주들이 돈을 엄격하게 따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에 종사해야 하는 병원에서 장례식장에 의존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병원 내 장례식장은 감염병 위험 등이 높아 장례식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대부분 지하실에 빈소가 설치된 탓이다. 상조회사 관계자 A 씨는 “전문장례식장은 대부분 지상에 빈소를 모신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병원 장례식장은 지하에 빈소가 있기 때문에 전염병 감염 위험성도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은 “병원 장례식장은 대부분 지하 2층에 위치해 있다. 기존 영안실이었던 곳이 장례식장으로 바뀐 탓이다. 감염 위험성 등 여러 문제가 제기돼 왔고, 화재 위험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위치한 한 병원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위치해 있다.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전다현 기자

 

기자가 실제 방문한 서울 주요 장례식장 대부분은 지하에 위치했으며, 향을 피워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건물이 오래돼 습한 냄새가 나기도 했다. 빈소가 여러 개 붙어 있어 코로나19 감염 등도 우려되는 환경이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전문장례식장의 확대, 지역 돌봄 시스템 도입 등을 해결책으로 꼽는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은 “병원의 수익 추구나 장례식장의 열악함 등은 항상 비판 받아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례식장 설치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 업계 사람들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상조회사 관계자 B 씨는 “님비현상 등으로 전문장례식장을 지으려면 지역 주민의 반대가 심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역에 전문장례식장, 화장장 등의 설치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포시 등은 장례식장 건축에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해 몇 년간 법정공방을 지속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제주공항 근처와 인천 가천대 장례식장 건축 소식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병원의 수익구조보다 생애주기 시스템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대학병원의 장례식장을 이용해야 마지막을 잘 보내드린다는 인식이 있다. 돌봄 서비스를 활성화해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는 게 더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인식이 없다 보니 마지막이 되면 병원으로 가는 문화가 생겼다. 의료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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