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 넓은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 것이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얼핏 생각하면 이 넓은 우주에 당연히 우리 말고 또 다른 존재가 바글바글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껏 그 누구도 지구에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외계 문명은 어디에 숨은 걸까? 왜 아직 누구도 지구에 찾아오거나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을까?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외계 문명이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는 데에는 지구인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외계인들에게 알려준 적 없으니, 당연히 외계인들도 지구 문명의 존재를 모르는 게 아닐까? 답장을 받고 싶다면 일단 먼저 선톡을 보내야 한다! 이것이 드레이크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1974년 드레이크는 아주 거대한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을 활용해서 별들이 바글바글 모인 구상성단 M13을 향해 인류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초로 태양계 바깥 명확한 목적지를 향해 날아간 인류의 메시지, 바로 아레시보 메시지다. 2024년이 되면 이 역사적인 아레시보 메시지가 날아간 지 50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해 최근 일부 천문학자들은 더 발전된 새로운 메시지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 상세한 계획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인류가 또 다시 보낼 메시지는 어떤 모습일까? 언젠가 정말 답장을 받을 수 있을까?
아레시보 메시지 50주년을 기념하는 메시지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끔찍한 수수께끼 편지가 될 아레시보 메시지
외계 문명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는 건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의 언어로 보내야 할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간의 언어나 문자만으로 보내는 건 의미가 없다. 심장의 언어라 불리는 음악으로 편지를 보내는 건 어떨까? 보이저의 골든 레코드에 지구의 다양한 음악을 보내는 이벤트가 있기는 했지만, 문화와 역사가 전혀 다른 외계 문명이라면 지구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단 하나, 우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지적 문명이 공유하리라 기대할 만한 만국, 아니 만우주 공통어가 있다. 바로 수학과 과학이다. 물론 인간들이 쓰는 아라비아 숫자를 외계인이 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된다는 개념은 알고 있을 것이다. ‘미분’과 ‘적분’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겠지만, 지구인들의 미분, 적분과 똑같은 수학적 개념을 활용하고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지구 문명이 수학과 과학을 알고 있는 지적 문명임을 알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전 우주에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을 만한 수학, 과학적 개념을 메시지에 넣어서 보내야 한다. 그래야 편지를 받은 외계인들이 “오! 이 정도 수학을 아는 꽤 똑똑한 놈들이 보낸 편지구나!” 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드레이크가 보낸 아레시보 메시지는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드레이크는 이진법 데이터가 가장 보편적인 메시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켜져 있고/꺼져 있고, 또는 있고/없고, 이 방식은 어떤 문자를 쓰는지와 상관없이 이해할 수 있다. 드레이크는 1과 0이 총 1679개로 쭉 이어지는 1679비트의 메시지를 만들었다. 1679라는 숫자는 두 소수 73과 23을 곱한 값이다. 소수는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눠지는 숫자로서 자연에서는 반복해서 나타나지 않는 숫자다. 드레이크는 수학을 잘 아는 똑똑한 외계인들이라면 안테나로 도착한 메시지의 총 길이 1679가 굉장히 인공적인 두 숫자 73과 23의 곱이라는 것을 눈치챌 거라 기대했다.
이진법의 아레시보 메시지를 가로 23칸, 세로 73칸으로 순서대로 배열하면 기다란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네모네모 로직에 흰색과 검은색으로 그림을 만드는 것과 같다.) 바로 이것이 아레시보 메시지다. 물론 외계인들이 가로 73, 세로 23칸으로 메시지를 배열한다면 아무런 특별한 의미를 해독할 수 없을 것이다. 부디 외계인들이 가로 세로 칸 수를 바꿔서 다시 시도해보기를 바랄 수밖에!
우선 아레시보 메시지에 담긴 이 그림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보자. 메시지의 각 부분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부분별로 색을 달리해서 표시했다. 이 메시지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1에서 10까지의 숫자 개념,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주요한 원소들과 DNA를 구성하는 분자들, 인간의 DNA 구조, 인간의 형체, 태양계와 지구, 메시지를 송출한 아레시보 망원경의 모양과 크기 등 방대한 정보를 담으려고 애쓰고 있다.
메시지의 가장 윗부분부터 보자. 네 번째 줄에 한 칸씩 찍힌 점들은 기준점, 마커(marker)의 역할을 한다. 이 점을 기준으로 위로 한 칸씩 올라가면서 바로 윗줄은 2^0=1을, 그 윗줄은 2^1=2를, 그 위의 가장 윗줄은 2^2=4를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1에서 10까지의 숫자를 이진법 방식으로 표현했다. 예를 들면 가장 첫 번째 숫자는 마커 위로 2^0 칸만 색이 칠해져 있다. 따라서 이 숫자는 1이다. 그 다음으로 넘어가면 이번엔 마커 위로 2^1 칸만 색이 칠해져 있다. 따라서 이 숫자는 2다. 이런 식으로 1에서 7까지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7을 넘어 8부터는 조금 복잡해진다. 칸이 부족해서 8에서 10까지는 한 줄이 아니라 두 줄로 숫자를 표현한다. 마커 위로 오른쪽에 하나 더 추가된 줄은 또 다시 가장 아래 칸부터 위로 갈수록 2^3=8, 2^4=16, 2^5=32를 의미한다. 이렇게 8부터 10까지도 똑같은 이진법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뒤이어 등장할 더 복잡한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약속, 숫자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보자. 위에서 연습한 똑같은 방식으로 순서대로 어떤 숫자를 의미하는지를 해독하면 1, 6, 7, 8, 15가 나온다. 이 숫자는 각각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의 원자 번호다. 이들은 모두 우리의 DNA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5대 원소다. 당연히 외계인들이 우리랑 똑같은 방식으로 원소를 부르지는 않겠지만, 양성자 하나에 전자 하나로 이루어져 가장 간단하면서 우주에 가장 흔한 성분인 무언가(수소)를 기준으로 그에 비해 원자핵이 12배, 14배, 16배, 30배 정도 더 무거운 다른 주요 성분이 있다는 것은 알지 않을까? 이렇게 첫 번째 줄부터 다섯 번째 줄이 각각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을 의미한다는 두 번째 정의를 하고 넘어간다.
위에서 약속한 숫자와 다섯 가지 원소의 표기 방식을 적용해서 이 다음에 등장하는 더 복잡한 부분을 해독해보자. 예를 들어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기호를 해독해보면 수소 7개, 탄소 5개, 질소 0개, 산소 1개, 인 0개로 이루어진 분자를 의미한다. 이는 우리 DNA를 구성하는 디옥시리보스, C5H7O를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아데닌, 티민, 사이토신, 구아닌 등 쭉 DNA를 구성하는 주요 분자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 아래쪽에 길게 이어진 부분은 가장 처음에 정의한 이진법 숫자 읽는 방식으로 해독하면 4,294,441,822라는 아주 거대한 숫자가 나온다. 이는 1974년 당시 알려진 인간 게놈의 염기쌍 개수다. 다만 현재는 이 수치가 바뀌었다. 지금 알려진 인간 게놈의 염기쌍 개수는 약 32억 개다. 한편 양옆에는 인간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DNA의 이중 나선 구조가 끝나는 지점에 곧바로 귀여운 사람의 형체가 그려져 있다. 긴 몸통에 팔과 다리가 두 개씩 달려있는 생명체임을 보여준다. 사람 형체 왼쪽 부분에서는 사람 그림의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인간의 키를 보여준다. 여기선 가장 처음에 연습한 이진법 방식으로 숫자를 읽어야 한다. (다만 여기선 방향이 90도로 누워 있다.) 숫자를 읽으면 14가 나오는데, 아레시보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했던 전파의 파장 126mm를 곱해주면 이 당시의 미국 성인 남성의 평균 키, 14×126mm=1.764m가 나온다. 사람 그림의 오른쪽 부분에는 이 당시 추정한 가장 정확한 지구의 총 인구가 이진법으로 표현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이진법 방식으로 이 긴 숫자를 읽으면 4,292,853,750이 나온다.
그 다음으로 넘어가면, 태양부터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명왕성(!)까지 태양과 그 주변을 도는 행성들이 표현되어 있다. 물론 지금은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명왕성도 태양계 행성으로 불렸기 때문에 아레시보 메시지에 낄 수 있었다. 가장 크게 표현된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의 크기에 맞춰서 행성들이 표현되어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가장 특별한 곳이기 때문에 살짝 위로 튀게 그려놓았다.
가장 아래쪽에는 이 메시지를 보낸 아레시보 망원경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거대하고 둥근 안테나 접시에서 전파 빔이 송출되는 장면을 뒤집어서 그려놓았다. 그리고 그 아래쪽에는 아레시보 망원경의 지름을 이진법으로 표시했다. 다시 이 부분을 이진법으로 읽으면 2430이 나오는데, 이를 아레시보 메시지의 전파 파장 126mm로 곱하면 망원경의 실제 지름 306.18m가 나온다. 물론 외계인들이 우리와 똑같은 mm나 m 단위를 쓰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그들이 쓰는 단위 기준으로 망원경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대충 살펴봤지만, 사실 드레이크가 의도한 아레시보 메시지를 해독하는 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드레이크는 아레시보 메시지의 초안을 만들어 과학자 동료들에게 보냈다. 1과 0, 총 551개로 이루어진 기다란 551비트의 메시지를 아무런 설명 없이 보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해독에 실패했지만, 놀랍게도 일부는 551이 29과 19라는 두 소수의 곱이란 걸 눈치챘고, 드레이크의 의도대로 가로 세로 칸에 맞춰서 비트맵 그림을 완성한 사람도 있었다!
드레이크는 아레시보 메시지 최종 버전을 만든 뒤 그림으로 옮긴 상태로 아레시보 메시지를 다시 다른 동료들에게 공유했다. 하지만 긴 아레시보 메시지의 그림 속 각 부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두 맞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나름 그 당시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과학자들이었음에도.
따라서 어지간히 똑똑한 외계인들이 아니라면 아레시보 메시지를 해독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레시보 메시지는 인류가 외계인에게 보낸 환영의 인사가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극한의 난이도를 가진 수수께끼 문제집이 될지도 모르겠다. (수수께끼가 너무 어려운 나머지, 화가 나서 출제자한테 따지기 위해 지구로 쳐들어오는 건 아닐까 망상을 해본다.)
#단순한 그림 편지가 아닌 우주 알파벳으로 쓴 편지?
그렇다면 외계인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더 방대한 내용이 담기려면 어떤 방식으로 편지를 보내야 할까? 아레시보 메시지는 그 자체가 하나의 그림 문자였다. 일종의 상형 문자로 보낸 편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보낼 수 있는 정보의 양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번 계획에서는 일종의 간단한 숫자와 알파벳을 먼저 정의하고, 뒤에 이어지는 복잡한 내용을 앞에서 약속한 숫자와 알파벳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시도를 제안했다. 앞선 아레시보 메시지와 마찬가지로 비트맵 이미지로 각 페이지의 그림을 구성하는 것은 같지만, 완성된 그림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알파벳과 문자를 표현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우선 첫 페이지에서는 아레시보 메시지와 마찬가지로, 가장 간단한 숫자에 대한 개념과 표기법을 정의한다. 0에서 9까지 한 자릿수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을 정의하고, 그 아래 좀 더 복잡한 두 자릿수의 예시들도 보여준다. 이후 아레시보 메시지와 같이 소수라는 특별한 숫자 개념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소수들을 여러 개 쭉 나열해서 보여준다. 그 다음에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기본적인 사칙 연산에 대한 표현과 제곱과 제곱근에 대한 개념, 함수에 대한 개념을 표현한다. 가장 기본적인 수를 더하고 빼고 불리고 줄이는 기본적인 수학적 개념을 우리가 알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성분인 수소 원자를 활용해서, 시간과 길이 단위를 정의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외계인들도 우주에 가장 흔하고 간단한 성분이 뭔가 있다는 건 알 것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장 흔한 성분이 보여주는 스펙트럼과 주기적인 진동 등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 가장 보편적인 성분(수소)를 통해서, 서로 다르게 부르고 있을 시간과 길이의 단위를 맞추기 위한 설명을 넣어놓았다. 그 다음에는 인간의 DNA 구조와 인간 남녀의 신체 구조, DNA 이중 나선 형태, 태양과 주변 태양계 행성들의 그림도 들어간다. 물론 이번에는 업데이트가 되어서 가장 마지막에 있던 명왕성이 빠졌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지구 대륙과 바다의 지도, 대륙과 바다를 구성하는 각 원소에 대한 설명이 있다. 마지막에는 지구로 답장을 보내기 위해선 어느 파장으로 메시지를 보내야 할지에 대한 정보와, 우리 은하 주변 50개의 구상성단을 기준으로 우리 태양계의 좌표를 나타낸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구상성단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존재한 천체들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천문학을 알고 있는 외계인들이라면 그들도 이 구상성단을 알 거라 생각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새로운 계획을 ‘은하계의 비콘(Beacon in the Galaxy)’라고 부른다. 이번 논문에 따르면 4월이나 10월이 메시지를 보내기에 가장 좋은 적기다. 딱 봄과 가을이 되었을 때 우리 은하 중심-지구-태양이 90도로 놓여, 지구에서 보낸 전파가 태양이나 은하 중심부에서 방출되는 전파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가장 온전하게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천문학자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앨런 전파 망원경 어레이나 최근 중국에서 완공한 지름 500m 크기의 초대형 전파 망원경 FAST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당장은 실현이 어렵다. 두 망원경 모두 우주에서 날아오는 신호를 수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직접 우주 바깥으로 발신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외부로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대대적인 장비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드레이크가 보낸 최초의 아레시보 메시지와 이번 계획 역시 엄밀하게 보면 커다란 두 가지 행운을 전제로 했다. 하나는 외계인들이 지구인들과 거의 비슷한 수학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거나 적어도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는 외계인들이 시각적 감각 기관으로 이미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구에서는 거의 모든 생명체가 독립적으로 시각 기관을 발전, 진화시켰다. 또 시각을 활용해야 경제적으로 데이터를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 지적 문명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한 외계인들은 대부분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이진법으로 보낸 우리의 편지를 우리의 의도에 맞게 가로 세로 칸 수를 잘 맞춰서 배치해준다면, 분명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려넣은 것처럼 보이는 복잡한 비트맵 이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각 발달이 아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정보, 자극을 받아들이게 진화했다면 우리가 보낸 이진법의 비트맵 이미지 편지는 그대로 ‘읽씹’을 당하겠지만 말이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 인류는 계속해서 다른 존재들과 조우하고 메시지를 주고받고 싶어한다. 한편으론 또 다른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우리 인간 역시 어설프지만 지속적으로 고향 행성 바깥 멀리 전파 메시지를 보내는데, 당연히 다른 외계인들도 자신들의 고향 행성 바깥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존재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도 우리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양한 정보를 담은 편지를 계속 내보내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체 왜 우리는 아직 그 누구의 메시지도 받지 못한 걸까?
이 우주는 분명 어딘가에 또 다른 존재들이 살 거라 기대할 만큼 거대하지만, 동시에 다른 존재들과의 직접적인 조우를 꿈꾸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건 아닐까? 우주의 거대한 스케일은 다른 존재와의 만남을 꿈꾸는 우리에게 낙관적인 희망의 근거가 되기도, 부정적인 포기의 계기가 되기도 하는 셈이다.
참고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researchers-made-a-new-message-for-extraterrestrials/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interstellar-message-beamed-to-nearby-exoplanet/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2Galax..10...55J/abstract
https://writescience.wordpress.com/tag/arecibo-message/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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