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에 대한 과금 정책을 언급하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암묵적으로 허용되던 계정 공유가 사라지게 될까 날 선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1~2년 내 도입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OTT 시장 올해 들어 주춤, ‘계정 공유’ 탓?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OTT 시장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안드로이드 기준 국내 OTT 사용자는 1986만 명으로 지난해 11월보다 2% 증가한 수치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OTT를 이용할 사람들은 다 이용하고 있다. 한정된 숫자 안에서 뺏고 뺏기는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 대부분의 OTT 플랫폼이 역성장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 5개 플랫폼 모두 신규 설치 건수가 올해 들어 계속해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약 55만 건이던 신규 설치 건수가 3월에는 44만 건으로 줄었다. 웨이브도 신규 설치 건수가 29만 건에서 21만 건으로 줄었고, 티빙도 48만 건에서 32만 건으로 감소했다. 쿠팡플레이는 67만 건에서 42만 건으로, 디즈니플러스도 43만 건에서 25만 건으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OTT 시장에 ‘오징어 게임’ 같은 눈에 띄는 히트작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신규 구독자를 끌어오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하나 이유로 꼽히는 것은 ‘계정 공유’다.
업계 1위 넷플릭스는 4월 1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1분기 가입자가 작년 동기와 비교해 20만 명 줄었다고 밝혔다. 가입자 감소 이유로는 OTT 시장의 경쟁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을 꼽았다. 또 ‘계정 공유’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했다고 강조하며 내년부터 공유 계정에 대한 과금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계정 공유는 OTT 플랫폼의 계정 하나를 가족, 친구, 지인 등과 함께 이용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프리미엄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최대 4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 보니 4인이 하나의 계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계정을 함께 쓰는 만큼 이용료도 나눠 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계정 공유는 OTT 시장의 성장을 이끈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계정 공유를 통해 요금 부담이 줄었고, 이는 OTT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OTT 이용자의 87.2%가 유료 계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
계정 공유로 요금 부담을 낮추면서 다중 구독도 흔해졌다. 한 개의 OTT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한 번에 구독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내 이용자 1명이 평균 2.69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정 공유 과금, 향후 1~2년 내 도입 가능성
하지만 OTT 계정 공유는 합법적 이용 방식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이용약관에 ‘가구 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OTT 플랫폼도 회원 본인 외 제3자가 아이디를 사용할 수 없다고 고지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계정 공유에 대한 특별한 제재는 없었다. 한 OTT 플랫폼 관계자는 “별도의 금전 이익 없이 개인 간 계정을 공유하는 사례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OTT 플랫폼이 계정 공유를 암묵적으로 허용해온 것은 구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구독경제: 소유의 종말’의 저자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국내 OTT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해외 OTT까지 더해지며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라며 “경쟁 상황에서는 일단 구독자 확보, 록인 효과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계정 공유를 제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계정 공유에 대한 과금 정책을 꺼낸 플랫폼은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별도의 정책을 논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OTT 시장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향후 1~2년 내 업계 전반에 도입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전 센터장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소비가 위축되면 구독 서비스의 해지를 우선순위로 두게 된다. OTT 구독을 완전히 취소하지는 않겠지만 2~3개 구독하던 사람은 1개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며 “여러 OTT를 동시에 이용하던 사람들이 몇 달 후부터 서비스를 해지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어느 순간 구독자를 늘리는 것에 한계가 올 것이다. 그때는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계정 공유에 과금 정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1~2년 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올해 연말쯤 플랫폼들이 계속해서 구독자 확보를 위해 투자를 할지, 아니면 기존 회원들로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도입할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최악 치닫는 둔촌 주공 재건축, '극적 합의' 보일락말락
·
[단독] 윤석열 처가 운영 요양원 상담사 '가짜로 요양등급 받는 법' 안내 논란
·
거리두기 해제로 웨딩시장 '방긋' 가격 상승에 예비부부들 '울상'
·
[건설노조 불법행위 민낯③] 노조가 '깃발' 꽂으면 비노조 중장비는 강제 철수
·
주말 영화관 데이트 하려면 5만원…'코로나 탓에' 또 오른 영화관람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