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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달의 앞면과 뒷면은 왜 이렇게 다를까

달 남극에 거대 분지를 만든 대충돌에 비밀이 있다

2022.05.02(Mon) 11:09:31

[비즈한국] 몇 년 전 어느 강연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강연이 끝난 뒤 관객이 질문을 했다. “NASA는 왜 달 뒷면 사진을 공개하지 않나요?” 

 

읭?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아니 지난 몇십 년 동안 수많은 달 탐사선들이 달에 가서 이리저리 다양한 각도와 방향에서 달의 앞면, 뒷면, 옆면, 윗면, 아랫면 사방의 달 지도를 고해상도로 완성한 지가 언젠데, NASA가 달 뒷면 지도를 숨기고 있다고?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놀랍게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금도 믿고 있는 유명한 음모론 중에 하나였다. 물론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달 주변을 맴도는 궤도선을 활용해서 달의 앞면뿐 아니라 지구에선 보이지 않는 달 뒷면의 지도까지 ​이미 ​자세히 완성해놓았다. 그리고 누구나 이 지도를 볼 수 있다.

 

달의 앞면과 뒷면. 확연하게 달라보인다. 사진=NASA LRO/Jatan Mehta

 

그런데 달 뒷면 사진을 보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가 매일 하늘에서 보는 달 앞면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달의 앞면은 방아 찧는 토끼 모양으로 어둡게 얼룩진 평탄한 저지대 지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달 표면에서 볼 수 있는 이런 거뭇한 지역을 달의 바다라고 부른다. 하지만 달의 뒷면은 완전히 다르다. 거뭇한 바다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달 뒷면의 암석은 바다와 달리 대부분 밝은 색이다. 그리고 달 앞면에 비해 훨씬 많은 크레이터로 울퉁불퉁하게 얼룩져 있다. 달은 지구를 향해 검고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주지만, 그 뒤에는 밝은 색의 크레이터 여드름으로 얼룩진 등짝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달 앞면과 너무나 다른 달 뒷면의 모습은 다양한 SF적 상상력과 음모론의 소재가 되곤 한다. 달 뒷면에 고대 외계인들의 무기가 숨겨져 있다거나, 히틀러의 나치가 몰래 도망가서 아직까지 살고 있다거나, 심지어 달 뒷면 사진 자체를 NASA가 공개한 적이 없다는 낭설까지. 그런데 최근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이 달의 비밀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시했다. 앞뒤가 너무 다른 달의 반전 매력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대체 무엇이 달을 이렇게 앞뒤가 다른 아수라 백작 위성으로 만든 걸까? 

 

달의 뒷면은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앞면과 너무나 다르다. 과연 무엇이 달의 앞면과 뒷면을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1998년 NASA는 달 궤도선 루나 프로스펙터를 보냈다. 이 탐사선은 달 전역을 돌며 달 표면의 성분 지도를 그렸다. 아래 지도는 이 탐사선에 들어있던 감마선 분광기를 통해 달 표면에서 확인한 방사성 원소 토륨의 농도를 지도로 표현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토륨은 달 표면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으며, 달 앞면 한 지역에 아주 높은 밀도로 가득 모여 있다. 이 지역에는 토륨뿐 아니라 칼륨, 인, 우라늄, 그리고 지구에선 보기 드문 희귀한 방사성 원소들이 많이 밀집되어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성분들을 KREEP이라고 부른다. 칼륨의 원소기호 K, 지구에 희귀한 원소라는 뜻의 REE(Rare Earth Elements), 그리고 인의 원소기호 P를 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특히 달 앞면의 특정 지역에 희귀한 금속 원소들이 밀집되었기 때문에, 일부 천문학자들은 가까운 미래 이곳에서 희귀 광물을 채취하는 달 채굴을 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한다. 

 

달 표면의 토륨 성분 분포 지도. 사진=NASA

 

놀랍게도 이곳은 우리가 달 앞면에서 뚜렷하게 보는 거뭇한 달 토끼 형체, 넓은 달의 바다가 펼쳐진 지역과 일치한다! 달의 바다는 약 10억 년 전 비교적 최근까지 달에서 벌어진 화산 활동의 결과다. 원래는 달 앞면도 달 뒷면과 마찬가지로 울퉁불퉁한 크레이터로 가득했지만, 나중에 뿜어져 나온 마그마가 다 덮어버렸다. 그 뒤 마그마가 굳으면서 매끈하고 어두운 저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희귀한 방사성 광물 KREEP이 밀집된 곳에 달의 거대한 바다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방사성 광물에서 나오는 열로 인해 이 지역의 암석이 뜨거워졌고, 그래서 화산 활동이 더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었다. 

 

루나 프로스펙터가 그린 달 뒷면 지도를 보면 재밌는 부분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다. 달 앞면에 비해선 훨씬 미미하기는 하지만, 분명 달 뒷면에도 조금이나마 주변에 비해 살짝 KREEP 성분의 농도가 높은 지역이 있다. 재밌게도 이 지역은 달 뒷면 중에서 그나마 조금 더 색이 짙고 검은 지역과 또 들어맞는다. 이곳은 달의 남극 근처다. 여기에 달 표면 지형이 얼마나 높고 낮은지 고도까지 비교해보면 더욱 재밌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달의 남극 주변에 살짝 고도가 낮은, 아주 거대하고 둥근 분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달 남극 주변 지형의 고도를 보여주는 지도. 확연하게 고도가 낮은 거대한 분지가 보인다. 사진=NASA


달 남극 주변에 있는 이 둥근 분지는 달 표면에 있는 가장 거대한 규모의 크레이터, 달 남극 에이트켄 분지(South Pole Aitken Basin)다. 지름만 2500km에 달하며 가장 낮은 크레이터(분지)의 중심부는 약 6km 깊이로 움푹 들어갔다. 분지를 둥글게 둘러싼 외곽의 산맥은 약 8km 높이까지 높게 솟았다. 천문학자들은 약 42억~43억 년 전에 소행성만 한 거대한 돌멩이가 충돌하면서 이런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고 추정한다. 어쩌면 이것은 약 45억 년 달 역사상 가장 격렬한 현상이었을지 모른다. 

 

이번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이 거대 충돌 사건에 주목했다. 이 격렬한 사건이 달의 앞면과 뒷면의 운명을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갈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달을 향해 다양한 크기와 속도, 각도로 거대한 충돌이 벌어졌을 때 달 내부의 물질이 어떻게 요동치며 움직일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서 시뮬레이션했다. 흥미롭게도 거의 모든 시뮬레이션이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우선 거대한 충돌이 벌어진 곳에선 달 표면이 움푹하게 파이는 거대한 분지가 만들어진다. 그 충격의 여파로 내부의 물질이 요동치면서 정반대편으로 내부 물질이 쏠리게 된다. 이렇게 달 앞면의 특정한 영역에 밀집된 방사성 원소들은 막대한 열을 방출하고, 이 지역에서 유독 화산 활동과 마그마 분출이 활발하게 벌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달 앞면은 새로운 마그마가 표면을 모두 덮어버리면서 지금의 매끈하고 거뭇거뭇한 달 토끼 모양의 거대한 바다가 덮인 세계가 되었다. 이번 연구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앞뒤가 다른 달의 모습과 잘 들어맞는다.

 

2019년 중국은 달 뒷면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달 뒷면 남극 에이트켄 분지 부근에 착륙선을 보냈다. 사실 달의 뒷면으로 탐사선을 보내면 지구를 향해 바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다. 그래서 그간 모든 탐사선은 전부 지구가 바로 보이는 달 앞면에만 착륙했다. 하지만 중국은 달 너머 지구-달의 라그랑주 포인트에서 궤도를 크게 도는 췌차오(오작교) 위성을 활용했다. 그 덕분에 달 뒷면에 숨어 있는 착륙선과 지구의 관제소는 오작교 위성을 거쳐서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달 뒷면에 착륙한 중국의 유투2 탐사 로봇. 사진=China National Space Administration

 

지금까지 인류가 달에서 가지고 온 암석은 전부 아폴로 미션 우주인들이 갖고 온 것들이다. 아폴로 미션은 모두 달 앞면에만 착륙했다. 달 앞면과 뒷면은 확연하게 다른 겉모습만큼 그 화학 성분과 지질학적인 역사도 크게 다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확보할 수 있었던 달 앞면의 암석만 갖고서는 확연하게 다른 달 뒷면의 역사까지 모두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도 새로운 탐사선들이 달 뒷면에 가서 암석을 회수해 지구로 돌아오는 다양한 미션이 논의되고 있다. 달 뒷면 암석을 분석하면 이번에 새롭게 제시된 앞뒤가 다른 달의 모습을 설명하는 시나리오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많은 몽상가들과 SF 덕후들에게 음모론의 소재가 되어야 했던 울퉁불퉁하고 낯선 달 뒷면의 비밀도 이제 그 정확한 정체가 무엇인지, 음모론이 아닌 과학의 문법으로 해결되어가고 있다. 

 

참고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m8475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12821X17304971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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