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하반기 IPO(Initial Public Offering·기업 공개, 상장) 시장 대어는 카카오뱅크·크래프톤·카카오페이였다. 2020년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SK아이테크놀로지 등 대형 IPO가 시장에 열기를 올렸고, 2021년 하반기 카카오뱅크·크래프톤·카카오페이에 대한 흥행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 3개 사는 IPO 이후 여러 악재가 겹치며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내려오거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공모가 49만 8000원에서 반토막 난 게임 대장주 ‘크래프톤’
지난해 8월 10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49만 8000으로 책정됐다. 상장 첫날 크래프톤 주가는 시초가(44만 8500원) 대비 5500원(1.23%) 상승한 45만 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당시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2조 1997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엔씨소프트(17조 8925억 원)를 4조 원 이상 앞선 수치였다.
다만 공모가 대비 8.8% 가격이 하락해 공모주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게 됐다. 이에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재점화 됐고, 뜨거웠던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앞서 크래프톤은 공모 단계에서부터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 공모가를 수정한 바 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의 성장 전망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KTB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은 상장 전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 확장성 및 신작 기대감 등을 고려해 적정 주가를 각각 58만 원, 72만 원으로 제시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1조 8863억 원, 영업이익 7739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17.6%, 영업이익 20.5% 상승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그러나 실적과 증권가 예측과는 달리 크래프톤의 현재 주가는 24만 85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은 12조 1944억 원으로 상장 첫날(22조 1997억 원)보다 약 50% 하락했다.
현재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이외에 흥행 게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배그 IP 신작 ‘뉴스테이트’는 흥행에 참패했다. 2011년 시작한 ‘테라’의 PC 서비스는 공식 종료했다. 6년간 1000억 원을 투입해 2020년 12월 시장에 공개한 ‘엘리온’도 시장 점유율 0.05%에 불과해 흥행에 실패했다.
크래프톤에서 물적분할한 MMORPG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197억 원 매출에 2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98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다만 지난달 30일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 목표주가를 36만 원으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하지만 공모가 49만 8000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스톡옵션 행사로 하락세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지난해 8월 6일 상장된 카카오뱅크의 공모가는 3만 9000원으로 책정됐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에 가까운 6만 9800원으로 마감했고, 8거래일 만에 9만 44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카카오뱅크도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지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으로 논란을 이겨내고 KB국민은행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최고가 대비 반토막인 4만 2000원 선까지 내려왔다. 공모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가총액 또한 20조 1907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1월 3일 상장된 카카오페이의 공모가는 9만 원이었다. 상장 첫날 19만 3000원에 거래가 종료되며 공모가 대비 114%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여줬다. 당시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5조 1609억 원으로 코스피 시총 13위에 등극했다.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11월 30일까지 장중 24만 8500원을 찍을 정도로 상승했다. 다만 최고점을 찍은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9일 현재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11만 2000원 선으로 최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공모가인 9만 원보다 약 2만 원 많은 수치다.
30조 원 넘던 시가총액도 14조 8994억 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10일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직원 8명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받은 주식을 팔아 878억 원을 현금화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12월 6일부터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풀려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대규모 주식 매각이 진행된 것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지난해 4분기 중 스톡옵션을 행사해 98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경영진의 ‘먹튀’ 논란 등으로 카카오그룹 전반의 신뢰성에 커다란 흠집이 났고,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현재와 같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됐다. 정부의 대출 규제 등 여러 악재도 있었다.
결국 카카오는 올해 1월 최고경영자가 상장 후 2년까지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임원 주식 매도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주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며 비난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목표 주가를 5만 5900원, 카카오페이의 목표 주가를 16만 원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주가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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