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년간 한숨이 깊었던 웨딩 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예식을 올리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 날짜를 미룬 예비부부가 많은 데다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부랴부랴 결혼을 준비하는 신규 고객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쩍 올라버린 가격에 예비부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몇 달 새 100만 원 올라…예비부부 ‘결혼식 올리기 힘들다’ 한숨
최근 웨딩 시장이 예약 전쟁이다. 인기 웨딩홀이나 촬영 업체는 올해 예약이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한 웨딩스튜디오 관계자는 “올해 예약은 이미 모두 마감됐다. 올해 초부터 예약 문의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최근 한두 달 새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웨딩스튜디오 대표도 “인기 업체들은 올해 촬영을 예약하기 힘든 상태다. 올해 신규 예약이 평년에 비교해 크게 늘었다기보다는 작년부터 예식을 미뤄온 분들이 날짜를 선점해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신규 수요까지 더해져 예약이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랜만에 웨딩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지만 시장 가격이 훌쩍 올라 부담을 느끼는 예비부부도 많다. 올해 12월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신부 정 아무개 씨(35)는 지난해 결혼을 준비하다가 코로나19로 잠정 보류했다. 올해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다시 결혼 준비를 시작했지만 몇 달 새 예식장 가격이 크게 올라 한숨이 깊어졌다.
정 씨는 “홀 대관료가 작년만 해도 500만 원이었는데 갑자기 600만 원으로 올랐다. 하객 최소 보증 인원도 200명에서 250명으로 늘었다”며 “가격 때문에 망설이니 ‘예약 문의가 너무 많고, 올해 예약도 거의 끝났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올해 결혼식이 가능한 날짜는 크리스마스와 12월 주말 한 타임뿐’이라고 했다. 가을 예식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것마저 놓치면 올해 식을 올리지 못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계약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신부 김 아무개 씨(35)도 “먼저 결혼한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올해 가격이 많이 올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결혼 준비를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작년보다 가격이 올랐는지를 비교하기가 어렵다”며 “웨딩홀이나 웨딩드레스 업체 등도 직접 방문 상담을 하는 게 아니면 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비교하기가 어렵다. 어쩐지 손해 보며 결혼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웨딩 관련 업체들은 올해 가격이 상승한 이유로 인건비 등을 들고 있다. 서울의 한 웨딩드레스숍 대표는 “전반적으로 전년보다 시장 가격이 상향된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인건비 부담 등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가 만든 결혼식 생략·스몰 웨딩 트렌드, 당분간 이어질 것
한편에선 결혼식을 생략하거나 최소 비용으로 준비하는 예비부부도 늘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결혼식에 제한이 많아지면서 아예 예식 올리기를 포기한 예비부부가 많았는데, 업계에서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도 당분간 ‘예식 생략’의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결혼식을 생략하는 부부들이 크게 늘었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거나 하더라도 소규모로 하는 것이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코로나19로 결혼식에 제약이 많다 보니 아예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사진 촬영만 하는 부부가 부쩍 늘었다. 야외 결혼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최근 1~2년 새 커졌다”며 “이전에는 대부분 결혼식을 필수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며 ‘굳이 식을 올리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식을 올리더라도 소규모 웨딩을 선택하거나 비용을 최소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5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이 아무개 씨(30)는 “결혼식을 고민하다가 소규모 야외 결혼식을 선택했다. 예전부터 소규모 웨딩을 생각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하지만 최근 하객들도 결혼식 참석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보니 양가 부모님도 생각이 달라지셨다”고 말했다.
한 웨딩 스튜디오 관계자는 “웨딩 촬영에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하객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본식 스냅 사진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며 “이전에는 웨딩 촬영도 야외 촬영이 인기가 높았는데, 요즘은 간단한 스튜디오 촬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야외 촬영을 하려면 신랑, 신부가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데, 주변 시선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라며 “야외 촬영을 하다가 주변에서 신고해 과태료를 문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한복 전문점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예비부부들이 계속해서 예식을 미루다가 결국엔 소규모 웨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소규모 예식을 하고, 예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웨딩 비용을 아끼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결혼식을 앞두고 한복을 준비할 때 맞춤 한복과 대여 한복을 선택하는 비중이 반반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여 한복을 선택하는 예비부부가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양극화 움직임도 보인다. 앞선 한복 전문점 대표는 “그 와중에 ‘제대로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일부 부부들은 최고가를 찾는다. 맞춤 한복도 대중적 브랜드보다 전문 업체를 찾는 경향이 커졌다”며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면 ‘웨딩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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