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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에서 래미안·자이 아파트 상표가 보호받지 못하는 속사정

가상부동산 플랫폼서 무단 사용해도 막기 쉽지 않아…"가상자산 지정해 별도 출원해야"

2022.04.27(Wed) 16:02:33

[비즈한국] 현실 세계를 본뜬 가상 세계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두 세계 간 권리 충돌이 사회적인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올해 출범한 가상부동산 플랫폼이 우리나라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를 가상 세계에서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 세계에서 발생하는 상표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를 염두에 둔 별도 상표를 출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상부동산 플랫폼 오픈메타시티가 19일 서울 강동구 81개 가상아파트 단지를 분양하기 시작했다. 사진=오픈메타시티 홈페이지 캡처

 

우리나라 가상부동산 열기는 현실 세계만큼 뜨겁다. 가상부동산 플랫폼 오픈메타시티가 19일부터 분양하기 시작한 서울 강동구 81개 가상아파트 단지 청약 경쟁률은 27일 기준 최소 87대1에서 최대 4048대1에 달한다. 이 플랫폼은 올해 1월 서울 용산구 아파트를 본뜬 70개 가상아파트 단지를 시작으로 서울 동작구, 동대문구, 도봉구, 서대문구, 마포구, 강북구 가상아파트 단지 청약 신청을 받았다. 지금까지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가상아파트는 쌍문이편한세상 5908대1, 마포한강푸르지오 3122대1, 이수자이 2881대1, 한남더힐 1008대1 등이다. 

 

오픈메타시티는 우리나라 아파트를 가상 세계에 구현해 분양·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회원가입과 출석 등으로 받은 청약 쿠폰으로 가상아파트에 청약하면 플랫폼은 수분양자를 선정해 가상아파트 소유권을 표시하는 대체불가토큰(NFT)을 제공한다. 향후 NFT를 사고파는 자체 거래소를 열어 가상 아파트 소유권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플랫폼이 아파트 브랜드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픈메타시티는 플랫폼 내에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나 쌍문이편한세상, 마포한강푸르지오, 이수자이 등을 분양하면서 아파트 상표권자인 삼성물산(래미안), 현대건설(힐스테이트), 디엘이앤씨(이편한세상), 대우건설(푸르지오), 지에스건설(자이) 등 건설사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상표를 사용했다. 현재 우리나라 건설사 대부분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를 건설업 등 현실 세계 상품과 서비스에 쓰는 내용으로 상표를 등록했다.

 

오픈메타시티가 올해 1월 분양한 서울 용산구 가상아파트 청약 경쟁률(아래)과 가상아파트 소유권을 표시하는 대체불가토큰(NFT) 모습. 사진=오픈메타시티 홈페이지 캡처

 

가상 세계에서 아파트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더라도 상표법으로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지정한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이와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한정해 권리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상표 출원 때 지정하지 않은 상품과 서비스 영역에서는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건설사 중 아파트 브랜드를 가상 세계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 등에 사용하겠다며 상표 출원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메타버스(가상 세계) 사업 진출 계획이 없기 때문에 가상자산이나 메타버스 서비스 등을 별도로 지정해 상표를 출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상 세계에서 우리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상표권을 침해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별도 출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국제상품분류 상 (가상자산 등이 포함되는) 9류에 상표가 등록돼 있기는 하지만 가상자산을 지정상품으로 출원한 상표는 없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이나 메타버스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출원한 상표가 없더라도 따져볼 여지는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우리나라에서 널리 인식된 이름이나 상호, 상표 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한다. 부정경쟁행위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사용 금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침해 사례마다 해당 행위가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만들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상표권을 명확히 하고자 최근 가상자산 등을 지정 상품으로 하는 별도 상표를 출원했다. 

 

특허청 상표심사정책과 관계자는 “현실 세계 상품을 지정상품으로 한 등록상표가 가상 세계에서 보호받을 수는 없다. 가상 세계 상품은 디지털 이미지 등이어서 현실 세계 상품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상표는 지정 상품마다 등록해 보호받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가상 세계를 겨냥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기업은 해당 내용으로 상표를 등록해야 한다”면서도 “가상 세계 상품과 실제 상품처럼 유사성이 낮더라도 수요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면 상표권의 침해로 판단해 제재할 수 있도록 현재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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