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포스코 분할, 동원산업 합병에 주주들 반발하는 까닭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가치 하락, 오너에 유리한 합병가액 산정…상법 개정안으로 해소될까

2022.04.26(Tue) 17:59:10

[비즈한국] 국내 증시에서 ‘기업 분할’ 및 ‘흡수 합병’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28개, 2021년 23개사가 물적분할을 공시했으며 올해 1분기에만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8개사가 물적분할을 공시했다. 모회사의 자회사 흡수합병도 빈번하다. 동원산업, 넷마블엔투, 한국테크놀로지 등이 최근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이유로 흡수합병을 공시했다.  

 

기업의 물적분할과 흡수합병 과정에서 ‘주주가치’가 배제되고 있어 논란이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왼쪽)와 서울 서초구 동원그룹​ 사옥. 사진=비즈한국 DB


다만 기업의 물적분할과 흡수합병 과정에서 ‘주주가치’가 배제되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철강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포스코’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해 그룹의 지주사로 올라서게 될 동원산업이 이런 사례로 꼽힌다. 

 

#기업이 선호하는 물적분할, 소액주주는 운다

 

기업 분할의 형태는 인적분할·물적분할로 나눠진다. 인적분할의 경우 하나의 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모회사 주주에게 신설 법인 주식을 주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은 하나의 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분할 주체 기업이 신설회사 지분 100%를 취득하는 형태다. 지배주주의 지분이 희석되지 않아 경영권을 지킬 수 있어 물적분할은 기업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모회사의 핵심 사업이 빠져나가기에 기존 주주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유망한 특정 사업을 분리해 신설된 자회사가 상장하는 경우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19일 자본시장연구원은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 상장’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회사들은 자회사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낮아져 기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지난해 1월 18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2020년 12월 1일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모회사 가치가 하락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한때 100만 원을 웃돌았던 LG화학의 주가는 현재 40만 원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포스코그룹도 올해 1월 28일 임시주총을 열어 포스코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두고 철강사업 자회사인 포스코를 비롯해 각종 자회사를 두기로 했다. 물적분할 후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소액주주들에게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철강 자회사(포스코)의 상장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이를 명확하기 위해 정관에도 명시했다”고 밝혔다. 

 

주주 달래기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도 언급했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1월 주주서한에서 배당성향을 30%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2021년 기준 연결배당성향은 19.4% 수준이었다. 

 

배당성향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데다 정관 변경 등을 통한 포스코의 상장 가능성이 열려 있어 소액주주들의 불안과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물적분할, 합병 등 기업의 소유구조를 변경할 경우 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의 정책을 마련해 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일 자본시장연구원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기업분할 공시 482건과 기업분석보고서 633개, 모자기업 동시상장 788개 중 모회사가 있는 자회사 157개를 분석한 결과 모회사의 기업가치 비율은 자회사의 57%에 그쳤다. 

 

#동원산업 흡수합병, 주주들 거센 반발

 

동원산업은 지난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합병이 마무리되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돼 동원산업이 동원그룹 지주회사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동원산업의 흡수합병을 두고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논란이 된 부분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이다. 동원그룹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을 1 대 3.83553으로 산정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재철 회장이 24.5%,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68.3% 등 오너 일가가 지분 99.6%를 보유한 회사로 합병 비율에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고평가, 동원산업의 가치는 저평가됐다는 게 주주들의 의견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합병할 경우 기준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결정한다. 다만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으면 자산가치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원산업은 자산가치(1주당 38만 2140원)가 기준시가(24만 8961원)보다 높음에도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정했다. 발표된 합병비율대로라면 동원산업 주주들의 지분율은 4.5%가 줄어 1250억 원이 넘는 손해가 예상되고, 김재철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5% 넘게 상승해 1400억 원가량 이익을 취하는 구조다. 동원산업이 9100억 원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2조 2000억 원대로 평가된 결과다. 

 

동원그룹은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한 경영효율성 제고”라 설명하지만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은 “김재철 회장 등 오너 일가에 유리한 합병 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타이거자산운용과 블래쉬자산운용, 이언투자자문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의 자발적인 시정이 없다면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서도 “불공정한 합병 추진을 중단하고 일반 주주와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한국거래소의 우회상장 예비심사를 거쳐 6월 14일 이내에 결과가 통지될 예정이다. 동원그룹 측에서 합병을 철회하거나 한국거래소에서 미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주주들과의 분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우회상장을 승인해도 합병 등의 결정은 금융감독원 보고 대상이어서 금융감독원이 심사 수리한다. 2020년 OCI그룹 계열사 삼광글라스도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삼았다가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이후 산정 기준을 자산가치로 변경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동원그룹) 관련 사안은 아직 금감원에 넘어오지 않은 상태라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만 설명했다. 

 

한편 3월 22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2명의 국회의원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제382조의 3)’을 발의했다. 발의한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한다. 

 

현행법은 회사의 결정에 따른 일반주주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지만 개정안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물적분할·흡수합병 등에서 손실을 입은 주주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핫클릭]

· 주말 영화관 데이트 하려면 5만원…'코로나 탓에' 또 오른 영화관람료
· [단독] BTS 지민, 건보료 체납으로 아파트 압류 논란
· [건설노조 불법행위 민낯②] 갑질 노조 '사업자'로 규정해 공정거래법 적용한다
· 반복되는 금융 앱 보안 사고, 원인과 대책은?
· [단독] "고액 상습체납자 엄정 대응" 홍남기 동생 임야 지분 17년 째 압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