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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몰린 좋은사람들, 소액주주 힘으로 경영 정상화 '신호탄'

횡령 혐의 이종현 전 대표 몰아내고 경영진 교체 성공…기업회생 및 허위 등기 등 과제 산적

2022.04.21(Thu) 15:03:44

[비즈한국] 동학개미운동 이후 증시를 뒤흔든 소액주주운동은 여러 기업의 내밀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1세대 속옷 브랜드로 유명한 ‘좋은사람들’ 또한 활발한 소액주주운동으로 주목을 받은 기업이다. 좋은사람들은 최대주주의 무자본 인수합병(M&A) 의혹과 배임‧횡령 혐의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며 지난해 3월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거래가 정지됐다. 최근에는 2년 연속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며 상장폐지 갈림길에 섰으나 소액주주들의 노력으로 의미있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좋은사람들 홈페이지 캡처


공시를 살펴보면 좋은사람들은 최근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연초부터 현재까지 대표가 수차례 변경되고 임시주주 총회가 열리는 등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소액주주들은 사내유보금 외부 유출과 연대보증 등으로 경영 악화를 초래한 이종현 전 대표(전 최대주주)를 몰아내고 최재영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말 기준 좋은사람들 소액주주는 2만3664명, 지분율은 98.03%에 달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좋은사람들 노조(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노조 좋은사람들 지회)와 감사, 소액주주연대로부터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연이어 고발을 당했다. 배임‧횡령 외에도 2018년 좋은사람들 인수 과정에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을 활용해 기업사냥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10월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을 내세워 지분율 11.69%를 확보, 좋은사람들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까지 제이에이치리소스를 통해 좋은사람들 지분 2.0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좋은사람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월 7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전 대표와 기존 경영진을 해임하고 최재영 대표를 포함해 신규 이사 5명을 선임했다. 지난해 4월 소액주주들의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가처분 신청에 따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던 이종현 전 대표는 임시주총 직전인 지난 1월 5일 다시 대표이사직에 올랐다가 이틀 만에 해임됐다. 

 

이틀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온 이 전 대표는 임시주총 이후인 1월 12일 주주총회 결의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고, 소액주주들이 선임한 신규 이사들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에 개최된 주주총회는 일부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분쟁, 찬탈만을 목적으로 그 절차가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던 이종현 전 대표는 임시주총 직전인 지난 1월 5일 대표이사직에 올랐다가 이틀 만에 해임됐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3월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은 3월 8일 이 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자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지명수배된 이 전 대표는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를 몰아낸 소액주주연대는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18일 공시에 따르면 좋은사람들은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고 상장폐지 관련 이의신청서도 접수했다. 지난해 기각된 기업회생 신청을 또 다시 신청한 것. 좋은사람들은 앞서 지난해 5월 소액주주들이 직접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나서는 보기 드문 사례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당시 신청했던 회생신청은 기각됐다. 이번 회생절차개시 신청은 오는 26일 심문기일이 예정됐다. 

 

최근 회사의 상황에 대해 문경주 화섬식품노조 좋은사람들지회장은 “좋은 방향으로 변화 중인 것 같다”면서도 “일반적인 기업들의 경우 기업회생을 기피하는데, 우리는 기업회생을 활용하는 다른 경우다. 이번 기회를 통해 드디어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노조 차원에서 기업회생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을 고려 중”이라며 “경영 정상화가 되고 이종현 전 대표 체제에서 해지됐던 임단협 문제도 해소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회생 신청, 상장폐지 위기 외에 소액주주들에게 남은 과제는 또 있다. 이 전 대표 측의 허위 등기 문제다.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한 임시주총이 열리기 직전 이 전 대표가 편법으로 주주총회를 열고 본인과 관계인들을 새 경영진(대표 및 이사진)으로 허위 등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좋은사람들 등기부등본에는 아직 이종현 전 대표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월 5일 취임해 1월 7일 등기된 것으로 기재됐다. 이 전 대표와 함께 등기부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7명의 이사진은 지난 1월 7일 취임해 1월 10일 등기된 것으로 기재됐다.  

 

1월 7일 임시주총으로 이 전 대표를 해임한 소액주주들은 주총 의결사항을 등기 신청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소액주주들이 등기 기재 정정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형식 상 문제가 없어 앞선 등기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이 전 대표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이 전 대표가 법적으로 해임된 무권리자임을 알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재영 좋은사람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마라톤으로 치자면 이제 막 출발 단계”라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이 많아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시 의무를 지키기 위해 공시 담당자를 통해 공시는 나가고 있지만, 등기 문제로 인한 법정 다툼 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등기가 정리된 다음에야 향후 계획을 추진할 수 있어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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