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요즘 가장 많이 다뤄지는 경제 이슈 가운데 하나는 ‘물가’다. 매일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자고 일어나면 물가가 오른다.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이고,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까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신임 총재는 지난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기 속도가 크게 둔화하면 그때그때 조율하겠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여기다 물가가 앞으로 1~2년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기초적인 지표다. 매년 정부의 통화정책이나 금융정책, 혹은 기업의 노사 간 임금협상의 기초 자료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러한 물가가 최근에는 더욱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지난 2011년 12월 4.2%의 상승률을 기록한 후 4%대 상승률은 10년 3개월 만에 처음 기록한 것이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 상승률을 뜻하는 물가 인식(2.9%)도 2014년 1월(2.9%) 이후 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앞으로 1년간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7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임금이 뛰고 기업은 제품가격을 올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말 그대로 온갖 지표가 다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물가 상승을 투자에 대입해보지 않을 수 없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였던 마크 파버가 “혼란의 상황 속에 있을 때가 머지않아 새로운 투자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가장 높을 때”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이 신임 총재가 물가가 더 오르면 추가 금리 인상을 하겠다고 시사한 것처럼 물가 상승 압력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앞서 필자가 고금리 시대, '리츠'가 주목받는 이유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금리 인상과 주식시장 관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금리 인상으로 주식 자금이 예금과 달러 등으로 자금이 이동돼 주가 하락과 채권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 시기에 이뤄져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통계적으로는 금리 인상으로 코스피 하락 빈도가 좀 더 많았어도 낙폭은 미미했다. 결국 우리는 단순명쾌하면서도 아름다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주식은 곧 '기업의 가치'라는 결론이다. 주식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손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순이익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올라가게 된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명품회사들이 가격 인상을 지속하고 있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가격 전가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 연구원은 “기업의 가격 전가력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퀄리티 지표가 있다”며 “ROE, ROA(수익성)와 부채비율(안정성) 등에 관련된 지표로 퀄리티 점수가 높은 하이 퀄리티 기업의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 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종목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이키나 코카콜라처럼 고객층이 탄탄한 기업, 불변의 인기를 자랑하거나 독점 기업들은 안전자산의 성격을 갖고 있어 어떤 자산보다도 투자 매력이 높다. 좋은 주식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상향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장기 투자’를 누누이 강조하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룹 god의 ‘어머님께’의 유명한 대목이다. 자장면은 지난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볶은 춘장에 국수를 말아먹던 것이 우리 입맛에 맞게 바뀐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외식문화는 계속해서 바뀌어왔지만, 자장면은 여전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가난했던 시절 눈물과 기쁨을 줬던 자장면 한 그릇이 지난달 기준 5846원까지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년 전만 해도 5115원이었는데 14%나 뛰어오른 것이다. 직장인들이 ‘월급 빼놓고 다 오른다’고 불평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우리가 선별한 주식도 그렇게 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고금리 시대, '리츠'가 주목받는 이유
·
[가장 보통의 투자] "업황은 좋은데 주가는 왜 이래" 반도체주, 봄날은 올까
·
[가장 보통의 투자] 포켓몬 빵 '띠부씰' 열풍으로 본 취미 투자의 자세
·
[가장 보통의 투자] 공매도 보다 악질적인 대주주 횡포 '물적분할'
·
[가장 보통의 투자] 쉽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치는 '원자재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