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를 통해 새벽배송 사업을 개척한 컬리가 기업공개(IPO·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컬리가 상장 추진 과정에서 적자 경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악재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컬리는 지난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한데 이어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 원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4조 원 가량으로 전해진다.
컬리는 지난 3월 28일 한국거래소(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증권가에선 고평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상장 후 컬리의 목표 시가총액을 5조~7조 원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컬리는 2014년 12월 31일 출범 이후 매해 기록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여 왔다. 반면 막대한 투자와 고비용 구조가 불가피한 새벽배송 사업 특성상 영업적자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컬리는 2015년 첫 회계연도에 매출 29억 원에 영업손실 53억 원이라는 첫 성적표를 받은 이후 2017년 매출 1571억 원을 거두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컬리의 주력사업인 새벽배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언택트 시대의 서비스로 주목받고 매츨 급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컬리는 2020년 전년보다 123.7% 급증한 매출 9530억 원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63.8% 성장한 1조 5611억 원을 달성하며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불과 7 회계연도 만에 매출이 538배나 폭증한 셈이다.
반면 컬리는 매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단 한 해도 흑자 경영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2177억 원을 포함해 7 회계연도 누적 영업손실액은 6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로 인해 컬리의 상장 방식은 지난해 거래소가 신설한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적용해 추진된다. 이 특례 요건은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기업이 성장성을 인정받으면 적자에도 상장 가능하도록 허용해주는 제도다. 다만 거래소는 특례를 적용하더라도 “상장을 전후해 지속적으로 흑자 경영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즉각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벽배송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컬리의 적자 경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새벽배송은 수요 대다수가 신선식품이라는 점에서 냉동창고와 배송차량 등 고비용 콜드체인(냉장유통) 인프라를 구축돼야 한다”며 “원활한 배송을 위해 거점별 물류센터 구축과 투자, 근무시간대로 인한 인건비도 주간보다 1.5~2배나 더 든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인해 시장 성장세도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추가 확보할 소비자가 많지 않고, 언택트 소비가 정상화로 돌아서면서 수요 이탈 소지도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컬리는 앞으로도 새벽배송 전국 확대를 위해 물류센터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남부지역 강화를 위한 평택 물류센터와 경상남도권 새벽배송 확대를 위해 창원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내년까지 물류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컬리는 새벽배송을 전담하는 배송 자회사인 컬리 넥스트마일을 통해 본격적인 ‘3자 물류(3PL)’ 사업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컬리 측은 “넥스트마일은 모회사인 컬리 외 다른 회사의 물류를 대행하는 3PL사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 40여 고객사 수를 올해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거래소가 올해부터 상장 심사 시 ESG 가이드라인 적용 강화를 천명하면서 컬리 상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SG 중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컬리를 둘러싼 악재들은 이러하다. 시민단체 국민부정식품감시단은 지난 3월 김슬아 컬리 대표를 상습 사기·허위광고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컬리가 2020년 2월 소비자들에게 냉동 간조기를 해풍과 자연바람 등 전통방식으로 자연 건조한 영광굴비라고 허위광고 판매하고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게 고발 내용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컬리 측은 “소비자 관련 신고도 없었고 문제를 인지해 광고 문구를 스스로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납품업체 갑질 의혹도 있다. 컬리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통해 납품업체들에게 경쟁사인 오아시스와의 거래 종료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됐다.
공정위는 2년여 조사를 거쳐 “위법성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올 1월 심사절차 종료를 결정했다. 하지만 오아시스 측은 “무혐의가 아니라며 컬리의 갑질을 입증할 추가 증거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겠다”며 추가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블랙리스트 의혹에도 휘말려 있다. 컬리가 일용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은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노동부)에 고발했다. 노동부는 최근 컬리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사실을 확인해 문건 작성자와 회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곧 정식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ESG 중 지배구조와 관련한 악재는 컬리 창업주인 김슬아 대표 지분율이 2021년말 기준 5.7%로 취약하고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비율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컬리 지분율 10% 이상인 주요 주주는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12.87%), 힐하우스캐피탈(11.89%), DST글로벌(10.17%) 등 외국계 FI 자본들이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2016년 16.28%에 달했으나 적자 누적과 투자를 위해 FI들로부터 외부 자금 수혈을 지속하면서 3분의 1수준으로 내려갔다. 통상적으로 FI는 일정기간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보호예수 종료 후 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어 컬리는 상장 후 주가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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