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이종호 서울대 교수가 지명됐다. 이종호 교수는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4000억 배상 평결을 받아낸 핀펫(FinFET) 특허의 발명자로 유명하다. 핀펫 특허는 이종호 교수가 2001년 원광대 재직 시절 카이스트(KAIST)와 함께 개발한 기술로 기존 평면 구조가 아닌 3차원 입체 구조로 설계된 더블-게이트 플래시 메모리 장치에 관한 발명이다. 삼성전자, 인텔, 애플 등 대부분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들이 이 기술을 채택해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배상 평결 이후 2020년 삼성전자와 이종호 교수 측은 합의로 특허 분쟁 막을 내렸지만, 이 사건에는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다. 삼성전자처럼 상대가 클수록 배상액이 커진다는 자명한 사실 이외에, 4000억 배상 평결을 낸 텍사스 동부지법은 다시 한번 특허 소송의 본고장임을 널리 알렸다. 또한 2003년 미국에 출원된 특허가 2018년에 배상 평결을 받고 2020년에서야 비로서 합의로 종결된 사건으로 특허의 존속기간이 출원일로부터 20년임을 감안하면 등록이후 연차료 부담을 이유로 특허를 함부로 포기하는 게 아님을 알려주는 계기도 되었다.
한편, 이 사건에서 직무발명 이슈도 빼놓을 수 없다. 직무발명이란 종업원 등이 재직하면서 직무에 관하여 발명한 것이 사용자인 회사 등의 업무 범위에 속하는 발명을 말한다. 2002년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이종호 교수가 원광대 재직시절 완성된 발명임을 고려해볼 때 원광대 또한 이 특허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직무발명의 사용자로서 원광대도 특허출원비를 분납하면서 카이스트와 공동권리자가 되고, 이를 기초로 미국에 출원하였다면 이 사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원광대 측에서 보면 뼈아픈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발명진흥법은 직무발명에 있어서 일본의 사용자주의와 다른 발명자주의를 택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도 사용자 입장을 대변해 직무발명 완성 시 사용자가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으로 발명진흥법의 개정이 추진되었으나 입법화되지 못했다. 아직까지 법이 약자인 종업원 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발명자주의라 함은 직무발명이 완성된 경우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발명자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즉, 원칙적으로 발명의 완성 시 발명자인 종업원이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고, 계약이나 근무 규정을 통해 이후 사용자가 그 권리를 승계할 수 있다.
대부분 기업이나 대학교의 산학협력단은 직무발명의 권리 승계 등에 관한 지식재산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종업원이나 대학 교수 등이 완성한 발명을 기업이나 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승계하는 절차를 규정하는 식이다. 만약 이러한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의 승계 규정이 없는 경우, 중소기업에 한해 예외적으로 사용자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상실시권이 발생하지만, 중소기업도 아니고 승계 규정도 없다면 발명자인 종업원 측에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승계를 요구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무상의 통상실시권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또한 사용자 측이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하는 경우 종업원 등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발명진흥법 제15조는 사용자 등이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할 경우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직무발명을 사용자가 승계할 때 발명자인 종업원에게 일률적으로 정해진 금액을 보상하고 있으나, 이 금액이 정당한 보상액인지에 관해서는 법원에 다퉈볼 수 있다.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나카무라 슈지도 일본의 직무발명에 대한 처우나 보상금액에 큰 불만을 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산타바바라(UCSB) 교수로 떠났다고 한다. 사용자인 기업 입장에서 직무발명 승계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발명자가 완성한 권리를 승계하여 회사의 이익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발명자가 끊임없이 발명 의욕에 고취돼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발명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그 보상 또한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발명자에게 이익일 뿐만 아니라 종국에 회사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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