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가 최근 가상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표를 다수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회사 자동차를 가상현실에 구현해 현실 영업 활동과 접목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데 이어 최근에는 가상자산 발행·판매 시장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이번 상표 출원도 메타버스 사업 확장과 가상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표권 침해를 염두에 두고 발빠른 대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8일 메타버스에서 거래되는 차량(9류) 등을 지정 상품으로 하는 현대차 로고를 상표로 출원했다. 각각 에이치(H) 모양 상징물과 현대(HYUNDAI) 단어 마크, 이 둘을 결합한 마크 등이다. 현대차는 15일 이 출원에 우선 심사를 신청해 현재 상표 심사를 받고 있다. 상표우선심사는 출원 상표가 실제 사용되거나 사용을 준비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 등에 한해 다른 출원보다 먼저 심사하는 제도다.
현대차가 상표를 사용하겠다고 지정한 상품 다수는 가상현실과 연관됐다. 이번에 출원된 상표의 지정 상품으로는 △가상현실 게임용 소프트웨어 △기록된 게임용 컴퓨터 프로그램은 물론 △기록된 데이터 파일(디지털 자산 정보를 담는 메타데이터), △내려받기 가능한 이미지 파일(메타버스에서 거래되는 차량, 아바타, 캐릭터 이미지, 가상 상품) △내려받기 가능한 멀티미디어파일·음악파일·전자지갑·컴퓨터그래픽·티켓·화상 등이 포함됐다.
이번 상표 등록은 메타버스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대체불가토큰(NFT) 캐릭터 ‘메타콩즈’와 협업해 NFT 작품 30여 개를 발행해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에 우리나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자사 자동차인 ‘소나타 엔라인’을 구현해 업계 최초로 시승행사를 벌인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유니티와 양해각서를 맺고 현대차 ‘스마트팩토리’ 공장을 메타버스 플랫폼에 구축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을 현실 영업 활동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직접 발행·판매하는 데까지 이른 셈이다.
이번 상표 등록은 가상현실에서 발생하는 상표권 침해를 막는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군용차 제조업체인 에이엠 제너럴은 게임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게임 ‘콜 오브 듀티’에 에이엠 제너럴 군용차인 ‘험비’와 험비 마크를 무단으로 사용해 수백만 달러 이득을 취했다며 2017년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게임사의 예술적 표현이 인정되며 3년 만에 패소했다. 현대차가 가상 세계 관련 상품을 상표 지정 상품으로 정한 것은 현재 상표권으로 방어할 수 없는 영역을 보호할 목적으로도 풀이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가상현실에서 불순한 목적으로 현대차 로고를 도용하는 사례를 막고자 상표를 출원했다. 현재 특허청에서 상표 심사를 받고 있다”며 “메타버스로 불리는 가상현실이 최근 각광받는 사업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현대차도 이를 어떻게 관련 사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는 “대부분 기업이 지금까지 확보한 상표권은 대부분 지정 상품이 현실 세계 상품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현행법상 가상 세계에서 발생하는 상표 침해를 방어하기 어렵다. 현대차의 상표 출원은 메타버스에서 거래되는 가상의 상품에 대한 상표권을 명확히 해 권리 침해를 막고 향후에는 이 영역으로의 사업 확대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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