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기업 비상장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 중소벤처기업부가 2월 발표한 국내 유니콘 기업은 18개다. 이 중 △당근마켓 △두나무 △리디 △빗썸코리아 △버킷플레이스 △직방 △컬리 등 7개 사는 가장 마지막(2021년 말 추가)에 탄생한 ‘뉴’ 유니콘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인정받아 거액의 투자금까지 유치했지만 최근 공시된 이들의 실적을 보면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유니콘 됐지만 적자폭 계속 확대
유니콘 기업의 구성을 보면 벤처 스타트업 시장에서 여전히 플랫폼이 대세라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컬리(신선식품), 당근마켓(중고시장), 버킷플레이스(인테리어), 리디(콘텐츠) 등 한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몸집을 키운 버티컬 플랫폼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전자책·웹소설·웹툰 플랫폼 리디는 IP 사업이 뜨며 콘텐츠 플랫폼 중 처음으로 유니콘에 등극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Manta)’가 북미 시장에서 순항하는 등 성장의 기대를 안고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덕이다.
그러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리디는 흑자 전환에 성공한 지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리디의 2021년 영업수익(매출)은 1991억 원으로 전년(1538억 원) 대비 29.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 44억 원에서 -155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비용이 1493억 원에서 2146억 원으로 증가해서다. 내역을 살펴보면 광고 선전비가 2020년 24억 원에서 2021년 184억 원으로, 출판사·CP 사에 내는 지급수수료는 1년 사이 1210억 원에서 1582억 원으로 372억 원 늘었다. 매출 대부분이 비용으로 나간 셈이다. 당기순손실은 2020년 148억 원에서 2021년 663억 원으로 훌쩍 커졌다.
자회사 실적을 포함해도 적자는 여전하다. ‘커넥티드 콘텐츠 회사’를 지향하는 리디는 아웃스탠딩(IT 매체)·오렌지디(IP 콘텐츠)·에이시스미디어(전자책 출판사)·투디씨(게임 퍼블리셔)·투디씨 상해·디리토(웹소설 플랫폼)·라프텔(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 등 다양한 콘텐츠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리디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2038억 원으로 전년(1556억 원)보다 31%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92억 원으로 적자 폭은 커졌다(2020년 26억 원). 자회사 모두 지난해 매출이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웃스탠딩(5억 원), 투디씨(8억 원) 등은 손실이 2020년보다 커졌다.
리디 측은 수익 개선 방안을 묻자 “콘텐츠 IP 확장 전략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동시에 대표작을 중심으로 밸류체인 강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답했다. 리디는 19일 조성진 전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면서 개발 부문을 강화해 서비스 고도화의 의지를 밝혔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도 적자 폭이 커졌다. 버킷플레이스의 2021년 영업수익(매출)은 1176억 원으로 전년(759억 원) 대비 54.9%나 증가했다. 이와 함께 손실도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01억 원에서 385억 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급수수료·광고 선전비·외주 용역비 등이 늘면서 영업비용이 869억 원에서 2021년 1561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 탓이었다. 그 사이 2020년 715억 원이던 버킷플레이스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338억 원을 기록하며 반토막이 났다. 당기순손실이 1년 사이 284.7%(98억 원→377억 원)나 커져서다.
버킷플레이스는 투자와 사업 확장으로 수익 다각화를 시도했다. 1월에는 오늘의집 앱 내 인테리어 시공에 이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사 업체가 사업허가증·보험 가입증서를 가졌는지, 식대를 요구하는지 등 세세한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로써 이사부터 시공 중개, 가구 구매와 설치·수리까지 집 입주에 걸리는 과정을 모두 오늘의집 앱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했다. 버킷플레이스가 지난 1월 집들이·숏폼 콘텐츠 매니저 등의 채용에 나선 것으로 보아 인테리어 관련 콘텐츠 사업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8월 모바일 집수리 서비스 ‘집다’를, 11월엔 싱가포르 온라인 가구 플랫폼 ‘힙밴(Hipvan)’을 인수했다. 올해 1월에는 폐기물 수거 서비스 ‘오늘수거’를 운영하는 테크 스타트업 어글리랩에 5억 원을 투자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 지난 3월 일본법인 설립에도 나섰다. 흑자를 내지 못하는 만큼 신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버킷플레이스 측은 서비스 확장이나 실적 개선 방안에 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플랫폼 기업 적자는 성장 후 수익 내는 전략의 일환”
문제는 리디나 버킷플레이스만 수익성이 악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컬리, 직방, 당근마켓 등 유니콘 중 다른 플랫폼의 상황도 비슷하다. 컬리는 2021년 매출액(연결기준)이 1조 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손실도 21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나 늘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지난해 영업손실 82억 원, 당기순손실 129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올해 처음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당근마켓은 2021년 매출이 257억 원인데 영업손실이 352억 원에 달했다. 매출보다 손실이 더 큰 셈이다. 광고 수익과 상품 판매(굿즈) 수익이 늘면서 매출이 118% 증가하긴 했지만, 동시에 지급수수료 등 영업비용이 609억 원으로 전년(251억 원) 대비 142%나 늘어난 탓이었다. 당근서비스·당근페이 등의 적자로 당기순손실도 130억 원에서 364억 원으로 커졌다.
한편 신규 유니콘 중에서 놀라운 수준의 이익률을 내는 곳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와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두나무의 2021년 매출은 3조 7048원, 영업이익은 무려 3조 2713억 원에 달했다. 빗썸코리아는 매출 1조 99억 원에 영업이익 7821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선 유니콘 기업, 특히 플랫폼의 거듭된 적자는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니콘이 되면 투자가 늘어난 만큼 적자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유니콘은 일반적인 기업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다르다. 성장을 한 후에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실적 악화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니콘 중에서도 흑자를 내는 곳이 적다. 20년이든 30년이든 충분히 성장한 후에 한 번에 성과를 내는 거다. 이는 유니콘이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건물을 짓고 바로 흑자가 나는 게 아닌 것처럼, 상장 후에도 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 당연한 현상이다. 대신 유니콘 기업이 자기가 진출한 영역에서만큼은 입지를 굳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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