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관계가 ‘재정비’를 앞두고 있다. 공정위에 부여된 전속고발권을 유지할지, 금융위원회나 관세청처럼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제도를 도입할지를 놓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검토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이 중에 전속고발권은 건드리지 않되, 특수경 제도를 공정위에 도입하는 안을 인수위에 보고했다. 차기 장관 후보자로 윤석열 당선인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임명되면서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역임한 한 검사장이 공정위의 역할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 보고 내용 보면 ‘공정위’ 역할 축소
그동안 공정위에 부여된 전속고발권은 법조계에서 ‘반발’이 적지 않았다.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6개 법률 위반의 경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 때문에 공정위를 너무 과도하게 키워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기간에 검찰의 직접·인지 수사를 제한하면서 “기업 수사가 이뤄지는 것은 공정위 고발 건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검찰총장에게 고발요청권이 있지만 한 번도 활용된 적이 없어 사실상 공정위의 독점 영역이었다. 자연스레 형사고발과 행정처분 사이에서 공정위가 판단을 독점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계속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공약집에서만큼은 ‘공정위의 엄정한 전속고발권 행사’를 명시하고 유지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내놓은 인수위 보고 내용에 공정위에 특수경 제도 도입 필요성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는 ‘공정위의 역할과 존재감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표면적으로는 공정위에 수사권이 부여되지만, 거꾸로 공정위 핵심 권한인 형사처벌 대상 기업 선별이 검찰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전속고발권을 따로 손보지 않아도 공정위의 핵심 권한이 흔들리게 된다.
특사경은 특정 전문분야에 한해 행정공무원에게 단속과정 수사권을 주는 것으로, 현재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금융위원회 등에서 제도를 운용 중이다. 파견된 검사 등을 통해 1차적 인 수사를 전담하는데 기소는 검찰이 전담하기 때문에 수사 진행 과정이 검찰과 협조 하에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공정거래조사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정말 기업 관련 판단을 법리에 맞춰 일관되게 했느냐고 본다면 동의하지 않는 법조인들도 다수 있을 것”이라며 “특사경 제도가 도입된다면 검찰 지시를 받게 돼 더 법리적인 검토 하에 기업의 공정거래 관련 법 위반 사안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마음 먹으면 가능한 변화에 공정위도 주목
다만 기업들에게는 반갑지만은 않은 변화다. 특사경 제도는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기 때문. 공정위가 그동안 형사처벌(검찰 고발)보다는 행정처분을 기본으로 했다는 점에서, 특사경이 도입되면 기업들은 검찰이나 법원까지 가서 사건을 놓고 다퉈야 할지도 모른다.
공정위에 특사경을 도입하는 것은 대통령의 판단이면 가능하다.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과 대통령령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자연스레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동훈 검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라는 평까지 나오는 한 검사장은 과거 서울중앙지검 초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역임하며 공정위 고발 건 처리를 전담한 적이 있다. 공정위의 권한과 역할에 대해 검찰에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공정거래조사부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게 ‘공정위가 원칙 없이 내리는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과거 공정거래조사부에서 공정위 퇴직 직원들이 기업 임원으로 가는 것을 수사한 적이 있지 않냐”며 “한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공정위에 특사경을 부여하는 안이 더 힘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변수는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이다.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공정위의 고발을 경찰이 전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공정위의 역할이나 권한 변화는 피할 수 없다고 예상했는데 검수완박까지 맞물리면서 더 크게 변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며 “국회와 인수위, 법무부에서 돌아가는 분위기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풀이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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