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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장학생' 낙제할까…6월 경영평가 발표 앞두고 공공기관들 긴장

탈원전 호응 에너지 공기업들 A등급서 탈락할까…부동산 정책 관련 LH 결과도 눈길

2022.04.15(Fri) 14:53:31

[비즈한국]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인 오는 6월 이뤄질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앞두고 공공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이전 정부의 정책을 앞장서 추진해왔던 공공기관들에 대해 박한 점수를 매기는 상황이 이어져 왔던 탓에 공공기관 간에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에 호응하면서 경영상황 악화에도 후한 평가를 받았던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우 이번 평가에서 줄줄이 점수가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사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정부는 매년 6월이 되면 131개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에 대한 경영 상황을 평가하고 성적을 매겨서 발표한다. 성적은 탁월(S),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 미흡(E) 6단계로 나뉘며 성적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 지원된다. 공기업의 경우 S등급을 받으면 직원들에게 기본급 대비 250%, A등급은 200%, B 등급은 150%, C 등급은 100%의 성과급이 주어진다. 

 

준정부기관의 경우에는 S등급은 직원들에게 기본급 대비 100%, A등급은 80%, B 등급은 60%, C 등급은 40%의 성과급이 주어진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모두 D등급과 E등급에 대해서는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내세워 기존 원전을 멈추거나 새로운 원전건설을 중단한 대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을 써왔다. 이 정책으로 전력 생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이를 억눌러왔다. 이는 결국 에너지 공기업들의 적자 확대를 불러왔다. 하지만 에너지 공기업들은 경영악화에도 좋은 경영평가를 받으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여 논란을 빚었다.

 


에너지 공기업들 중 박근혜 정부에서 A등급을 받은 경우는 2015년 한국전력공사와 2016년 한국서부발전뿐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A등급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2017년에 한국동서발전이 A등급을 받았고, 2018년에는 한국남부발전과 한국중부발전 등이 A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에는 한국남동발전이 A등급을 받은 데 이어 2020년에는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등이 A등급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에너지 공기업들이 돌아가며 A등급을 받은 셈이다.

 

이 덕분에 이들 에너지 공기업 임직원들은 경영악화에도 높은 성과급을 받아갔다. 지난해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들에게는 1억 원 안팎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반면 경영사정은 악화됐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남동발전 등 산업부 산하 9개 에너지 공기업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의 부채는 2016년 153조 4974억 원에서 2020년 177조 2895억 원으로 4년새 15.5%(23조 7921억 원) 늘어났다.

 

한국수력원자력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 번도 A등급을 받지 못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2019년과 2020년에 2년 연속 A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인해 기관의 존재 가치인 원전 기술과 인력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위기에 빠졌음에도 A등급을 받은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기관 존재 가치를 지키기보다 정부 정책에 순응한 덕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공주택과 임대아파트 등을 건설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매년 A등급을 받는 단골 공기업이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역풍을 덮기 위해 저소득층·서민을 겨냥한 공공주택과 임대아파트 건설을 성과로 내세우면서 이를 맡아온 한국토지주택공사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단 한 해도 A등급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첫해인 2017년 A등급을 받은 데 이어 2018년, 2019년에도 A등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승승장구는 거기까지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2020년에 등급이 D등급으로 추락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일부 기준은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잘 따를 경우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며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폐기를 내놓았기 때문에 에너지 공기업들이나, 또 문재인 정부에서 기관장을 알박기 한 일부 공기업들의 경우 기관장 교체를 위해 낮은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성적이 낙제점인 D나 E를 받은 공공기관은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 건의가 내려진다. 실제로 지난해 E등급이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8개 공공기관 가운데 당시 재임 중이던 한국마사회 등 4개 공공기관 기관장에 대해 해임건의가 의결됐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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