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주말 그린카의 공유 차량을 빌려 대학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신 아무개 씨(27)는 경상남도 김해에서 밤늦게까지 발이 묶였다. 일요일 오후 숙소를 나섰지만 차 문을 열 수 없었다. 그린카 고객센터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공지대로 구글 폼을 통해 상황을 접수한 후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 결국 사설 업체를 불러 강제로 차 문을 열었다.
같은 날 김 아무개 씨는 서울 도심에서 유사한 일을 겪었다. 김 씨는 “앱 서버가 터지거나 이 때문에 서비스가 불안정하게 제공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6시간이 넘도록 소비자에게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공식 SNS의 댓글 창부터 닫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나들이객 증가로 동시접속 늘어 서버 마비
롯데렌탈의 차량공유 서비스 그린카가 유례없는 ‘앱 먹통’ 사태에 직면했다. 10일 정오 무렵 앱이 마비돼 이용자들이 시스템에 접속하거나 로그인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린카는 스마트폰 전용 앱에서 스마트키를 받아 이용하는 형태다. 서버가 막히면 대여와 반납, 문 열기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그린카는 서버 장애가 발생한 지 두 시간여가 지나서야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며 “본 계정으로 메시지를 남기면 차후 보상 방안에 대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차량 반납 및 잠금, 차량 잠금 직접 해제 등과 관련된 상황별 조치법을 알렸고 구글 폼으로 불편 사항을 접수 받았다.
앱 먹통의 원인은 외주사 서버의 과부하였다. 그린카 관계자는 “거리두기 완화, 자체 프로모션, 벚꽃 개화로 인한 봄 나들이객 증가로 동시접속이 크게 늘어 서버 과부하로 장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따뜻한 날씨로 이용객이 몰린 주말 오후 사고가 발생한 탓에 피해가 더욱 컸다. 대다수의 고객들은 여행지나 이동 중 정차한 주차장 등에서 5~6시간가량을 머물러야 했다. 신 씨와 김 씨 모두 불편 사항을 접수하고도 3시간 이상 대기하다가 트위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다른 이용자들의 대처법을 참고해 뒤늦게 공업사를 불렀다.
#카셰어링 시스템 취약성 드러나
그린카 사태로 카셰어링 서비스의 보안과 시스템 취약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리점에 직접 가서 차를 수령하는 기존 렌터카 서비스와 달리 다수의 카셰어링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제공된다. 10분 단위로 예약이 가능한 초단기 렌트의 특성 상 열쇠가 없고 이용 절차를 최소화했다. 서버 마비가 차량 개문 불가로 이어진 초유의 사태도 여기서 시작됐다.
그린카의 스마트키는 블루투스를 이용한 근거리 도어 제어 기능으로 작동한다. 스마트키는 이용 전 스마트폰에서 블루투스와 GPS를 허용해야 한다. 차량과 스마트폰의 간격이 9m 이내일 때 차 문의 잠금을 조작할 수 있는 테슬라의 워크어웨이 기술과 유사하지만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에 직접 접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버가 불안정할 경우 이용자는 차량에 접근 자체를 할 수 없다.
신 씨는 “전체 시스템이 불안정해도 위급 시나 긴급 상황에서 차량을 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이거나 유일한 연락망인 고객센터가 같이 마비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아예 없었다”며 “앞으로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그린카를 이용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린카는 블루투스 위치 정보와 접목한 스마트키로 작동되는데, 최근 서버 과부하로 인해 이 스마트키가 작동하지 않았다. 사진=그린카 SNS, 홈페이지
#재발 가능성 높은데 대책은?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인해 단기간 저렴하게 카셰어링을 하려는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하지 않으면서도 시스템 마비, 보안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이 업계 과제로 남았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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