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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로 사라지는 농지, 새 농지법이 지킬 수 있을까

강화된 농지법 5월 18일 시행…취득 요건은 강화, 전용 문제 논의 없어 아쉬움

2022.04.14(Thu) 17:55:49

[비즈한국] “단속 나오면 호박을 심어라.” “소나무 묘목은 관리 안 해도 된다.” “단속 기간만 피해 가면 된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농지법 위반 면피하기 꿀팁’이다. 한층 강화된 농지법 개정안이 5월 18일부터 시행되지만 농지투기 현상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정·재계 인사들 농지법 위반은 일일이 열거하기 입 아플 정도다. 2021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 중 배우자를 포함한 농지 소유자는 81명(27%)이다. 총면적은 40만 3682㎡(12만 2113.805평)다. 광역자치단체장의 농지 소유 비율도 51.2%나 됐다.

 

2021년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야산. 자투리 땅에 묘목을 심었다. 사진=임준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장모 역시 경기도 양평 농지를 매입한 후 용도변경을 통해 도시개발을 진행했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정호영 경북대 병원장은 경북 구미시에 농지를 매입해 위탁 절차 없이 친척에게 농사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장선윤 롯데호텔 전무가 평창 농지에 묘목을 심고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관련 기사 [단독] 장선윤 롯데호텔 전무, 평창 땅에 묘목 심고 농지처분의무 소멸되자 방치).

 

이처럼 농지를 매입한 후 이를 개발하거나 농사를 짓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 무단으로 위탁경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농지를 소유한 자가 경작해야 하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헌법에 명시됐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전국의 농지 규모는 매년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전국 경지 면적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2010년에 비해서는 약 9.8% 감소했다. 10년 동안 농지의 10분의 1이 사라진 셈이다.

 

농지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관계자 A 씨는 “개발제한구역만 아니면 농지를 매입해 쉽게 개발할 수 있다. 요건만 맞으면 된다. 개발행위만 제한되지 않으면 허가가 나기 때문에 건설회사나 이쪽 분야에 능한 사람들이 일부러 농지를 매입하고 개발해 차익을 노리는 경우는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이사는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는 계속 있었다. 특히 땅값이 많이 오를 수 있는 대도시 외곽의 농지를 매입한 후 개발 허가를 받아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물류 창고 인근이나 경기도의 농지를 사는 것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상담 관련 안내문. 전문가들은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흔한 일’이라고 말한다. 사진=박은숙 기자

 

#농지투기 근절 방안 있을까…전문가들에 물어보니

 

전문가들은 농지법 자체에 구멍이 있다고 지적한다. 농지 취득이 어렵지 않을뿐더러 투기가 가능하도록 토지 전용이 손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B 부동산학과 교수는 “농지를 쉽게 전용할 수 있는 게 문제다. 전용을 못 하면 투기를 할 수 없다.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농지경영계획서대로 농지를 이용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조치해야 하는데, 이를 시행할 만한 행정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행정상의 문제도 있다. 고발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지 ​​위탁하는지 ​​매번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농지 취득 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화한 만큼 농지 매매 자격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한 경우나 농촌 노인들의 경우는 규제를 완화하고, 개발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인근의 농지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농지제도의 첫 번째 문제는 상속으로 받은 농지를 팔기 어렵다는 점이고, 두 번째 문제는 개발 가능 지역에 있는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다는 점이다. 상속이나 증여로 물려받은 농지는 농업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매도할 수 있게 하는 대신 농지 투기는 엄격하게 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개정되는 농지법이 농지 투기 현상을 막을 수 있을까. 5월 18일부터 시행되는 농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농업경영계획서 의무 기재사항 확대, 증명서류 제출 의무화, 농지 쪼개기 제한’ 등이다. 앞서 2021년 8월 개정을 통해서는 이행강제금 부과액이 공시지가의 20%에서 25%로 늘었고, 농지 불법 취득 심사가 강화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농지를 취득하는 단계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 개정안에 절차를 강화했다. 농지 전용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하지 않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경자유전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지만, 인구 감소로 인해 농지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반 도시민의 경우에도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농지 투기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아닌 지역을 구분해 대도시 인근 농지는 취득 제한 등의 조치를 하고, 농촌지역은 외부 인력과 자본의 유입을 허용해야 소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의 고령화가 심화되는 만큼 경자유전의 원칙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농촌 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들이 고령화돼 농사를 이어받을 사람이 줄고 있다. 지금은 도시민들이 농지를 살 수 없어 휴경지가 계속 늘고, 청년들이 농사를 경작하려 해도 자본이 없어 땅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때문에 농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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