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체불가토큰(NFT) 게임이 국내 게임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키워드 선점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P&E(Play & Earn·게임을 즐기면서 돈도 버는 개념)에 이어 일부 게임사는 이용자가 주축이 되는 생태계로 확장하겠다며 ‘웹3.0’을 내세우고 있다. 게임 플레이로 얻은 아이템과 재화 등의 자산을 게임사나 플랫폼이 아닌 이용자가 직접 소유하고 보관, 거래하는 게 핵심이다. 업계는 플랫폼들이 합종연횡하는 환경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직접 기획하는 그림까지 그리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웹 생태계로 떠오르는 웹3.0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웹3.0이 플랫폼 자체의 혁신보다 블록체인과 NFT 기술 확대에 치중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주요 게임사들이 최종적으로는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 내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타사 게임까지 서비스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는데, 제도적 장치 없이는 결국 게임사 배만 불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자가 관리·수익 주체로? 일론 머스크·잭 도시 “실체 없다” 비판
지난해 1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웹3.0의 실체에 대한 설전이 오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웹3.0에 비판을 쏟아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웹3.0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더 가깝다”며 “웹3.0을 본 사람이 있나. 나는 그걸 찾을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후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든 잭 도시도 “(웹3.0은) 결국 다른 명칭을 붙인 중앙 집중적인 인터넷이 될 것”이라며 꼬집었다. 실체가 불분명하고 공허한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웹3.0은 무엇이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의 원리인 탈(脫)중앙화를 온전히 구현한다면 특정기업이나 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플랫폼을 분산화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웹3.0은 크게는 개인별 요구에 부합하는 차세대 웹 서비스를 뜻한다. 일반인들이 정보를 단순히 검색하고 읽기만 했던 ‘웹1.0’을 지나, 구글, 페이스북 등이 중앙집권하는 현재의 ‘웹2.0’ 시대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형태다. 그동안 블로그나 SNS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건 이용자인데 플랫폼을 관리하거나 수익을 얻는 건 플랫폼이었다. 정보의 주권을 플랫폼에 맡기지 않고 이용자가 가져오자는 것이 웹3.0의 시작이다.
게임사가 말하는 웹3.0은 이용자에게 보상과 권한 등 주권이 넘어가는 탈중앙화된 웹 생태계다. 핵심은 ‘소유’에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의 저장과 사용, 소유를 이용자가 갖게 된다면 플레이어들이 참여·창작하는 게임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웹3.0이 온전히 구현되면 완벽한 탈중앙화가 불가능하지 않다. 이 경우 특정기업에 (이익이) 쏠릴 가능성은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내다봤다.
#제페토에서 배틀그라운드 아이템 전시할 수도
웹3.0이 실현된다면 게임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A 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B 사의 게임 캐릭터를 전시하거나 C 사 게임 환경에서 D 사 게임 아이템을 사용할 수도 있다.
컴투스와 크래프톤은 웹3.0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컴투스는 게임사 소유였던 게임 내 재화 가치를 이용자와 공유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자체 블록체인 기반의 모든 게임 타이틀을 플랫폼 ‘하이브’ 토대 위에서 연계해 참여형 오픈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1월 C2E를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한 데 이어, 2월 4분기 실적발표에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NFT 기반 크리에이터 경제를 활성화해 궁극적으로 C2E 생태계 육성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말 국내 게임사 중 처음으로 웹3.0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C2E(Create to Earn·창작 수익)’ 개념을 꺼내들었다.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설계한 재미보다 게임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창작하는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보상 범위, 기술 ‘제한적’…NFT게임 양성화도 과제
하지만 웹3.0이 그리는 청사진이 온라인 환경의 패러다임 전환을 동반하는 만큼 한계도 분명하다. 환금성 때문에 P2E가 국내에서 금지된 상황에서, 플레이어에게 더 큰 역할과 이익을 부여하는 C2E 구상은 합리적인 전략이지만, 실제로 웹3.0을 어느 수준까지 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제대로 된 C2E 모델을 실현하는 것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2E는 이용자에게 보상을 줄 방법이 다양한 P2E와 달리 보상의 범위를 ‘창작활동’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제한적이고, 현재 구현 가능한 관련 기술도 충분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위메이드의 토큰 대량 매도 사례에서 드러난 NFT게임의 제도적 취약성도 문제로 꼽힌다. 최근 위메이드는 위믹스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암호화폐를 예고 없이 대량 매도해 얻은 돈을 인수합병 자금으로 사용해 자본시장을 교란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암호화폐는 회계상 ‘무형자산’으로 분류돼 코스닥 상장사라 해도 관련 내용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웹3.0이 NFT게임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NFT게임의 양성화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에 NFT 게임이 제도권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임사들은 NFT게임이 불법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게임사 보호나 가상사설망(VPN) 우회 등을 시도하는 이용자에 대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정태 교수는 “NFT게임 서비스 금지가 장기화될수록 대형 게임사들은 해외서비스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할 시간을 벌고 해외매출 증대로 부를 창출하게 된다. 이 경우 중소게임사들은 플랫폼을 구축한 대형사에 종속되거나 불공정 콘텐츠 계약을 맺는 등 양극화가 커지고 게임 콘텐츠의 다양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중소게임사부터 임시허용하면서 사행성 문제를 면밀히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진정성이 필요하다. 웹3.0 용어의 남발보다는 탈중앙화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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