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별서가 폐쇄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어려웠는데, 문화재청이 이곳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일 문화재청은 비즈한국에 “토지 매입을 통해 국가 소유로 전환해 전면 개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올해부터 꾸준히 소유자들과 협의를 거쳐 연차별로 매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유재산으로 남은 경우 강제적으로 개방할 수 없어, 국민에 공개하고 관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별서는 2020년 9월 2일 명승으로 지정됐다. 이전에 ‘성락원’이라는 이름으로 2008년 명승 제35호로 지정됐지만 ‘문화재 고증 논란’이 일면서 지정이 취소됐다.
성락원이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었으며 자연환경이 보전돼 있다는 등이 명승 지정 근거였으나, 심상응이 허위 인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2020년 문화재청은 이곳을 명승으로 재지정하면서 “지정명칭과 지정사유 등에서 오류가 일부 인정돼 명승 지정을 취소하고,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의 피난처로 사용되는 등 역사적 가치가 새롭게 발견돼 ‘서울 성북동 별서’로 재지정한다”고 밝혔다.
#저당 잡히고 압류된 문화재…개인 소유 문제점 여실히 드러내
문화재 고증 논란은 한 한국사 연구자가 칼럼을 통해 “성락원 공개는 성락원의 현 소유주인 심철 씨(심상준의 장남) 일가가 운영하는 한국가구박물관의 명의로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2015년 이래 심철 씨 일가가 190억 원가량의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고, 성락원 역시 심철 씨 일가의 소유인 한국가구박물관 건물들과 더불어 그간 수차례 경매 절차를 밟고 있었던 듯하다”고 비판하면서 불거졌다. 또 고 심상준 회장 며느리인 정미숙 한국가구박물관 원장이 성락원 복원화기본계획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성락원을 소유한 심철 씨 일가가 명승 지정을 통해 문화재 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서울 성북동 별서의 상황은 어떨까. 명승 재지정 후 ‘서울 성북동 별서’ 필지는 저당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각종 압류와 저당 등으로 복잡해졌다. 서울 성북동 별서는 총 18필지로, 명승 지정 면적은 1만 4407㎡(4358.1175평)다.
2008년 명승 지정 이후 지금까지 서울 성북동 별서 일부 필지는 소유주가 변경됐다. 명승 지정 때 1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필지는 모두 심철 씨 일가 및 등부산업이 소유하고 있었다.
등부산업은 부동산 임대업 등을 하는 회사로 심철 씨가 대표이사다. 사내이사로는 심완, 심종현 씨 등으로 가족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 회사는 서울 성북동 별서를 주소지로 등록했다.
부동산등기부 등에 따르면 641㎡(193.9025평) 규모 1필지는 1984년부터 심철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등부산업이 소유하고 있었다. 이 필지는 2017년 심철 씨의 채무액 390만 달러로 인해 싱가포르 회사 P 사에 근저당이 설정됐다. 이후 같은 해 6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압류를 당했다 2018년 압류 등기 말소 후, 경매를 통해 같은 해 8월 26명이 토지를 공유하게 됐다.
심호 씨(고 심상준 회장 자녀)가 소유하던 1필지 601㎡(181.8025평) 역시 2015년 11월 경매를 통해 매각했다. 이전까지 해당 필지는 2009년 근로복지공단에 압류돼 있었으며, 2013년 해제됐다. 이 필지에 있는 단층주택 역시 심호 씨가 소유하고 있다가 2015년 11월 경매를 통해 이 아무개 씨와 주 아무개 씨에게 각각 매각됐다.
또한 심철 씨가 단독소유하던 1필지 555㎡(167.8875평)중 약 39%의 지분을 2013년 7월 매매를 통해 임 아무개 씨에게 공유하고, 나머지 지분은 2019년 7월 45억 원 채권으로 인해 ○○자산관리대부로부터 근저당이 설정됐다.
2020년도에는 심호 씨의 지분이 있는 성북동 X번지 645㎡(195.113평)중 121.4㎡(36.724평)와 성북동 8-X번지 456㎡(137.94평)중 6.6㎡(1.997평) 역시 경매로 올라왔다가 취하됐다. 당시 감정가는 각 4억 911만 8000원(㎡당 337만 원), 2224만 2000원(㎡당 337만 원)으로 총 4억 3136만 원(전체 면적 128㎡, 38.72평)이었다. 은행 등에 저당잡혀 있거나 법원에 압류된 필지도 다수 있었다.
심철 씨 일가 소유가 아니었던 1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17필지의 공시지가는 명승 지정 이전 2007년에 비해 2021년 약 89.7% 상승했다.
명승을 관리하는 문화재청과 서울 성북동 별서의 관리주체인 성북구청 모두 개인 소유의 문화재 매매 등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개인 소유 문화재인 경우) 직접적인 관리는 소유자가 하고 있다. 문화재 보수 등의 지원을 구청에서 하지만 부동산 거래나 경매 등에는 관여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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