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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 좋지만…"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앞둔 자영업자 볼멘소리 왜?

라벨값·처리지원금·벌금까지 사업자 부담…인력·금전적인 부담에 형평성 불만도 제기

2022.04.08(Fri) 17:23:39

[비즈한국]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증금 대상사업자 사이에서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페·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컵 관리·반환 업무를 해야 하는 데다 재활용 바코드 라벨 비용, 처리지원금 등 금전적인 부담까지 져야 하기 때문이다. 

 

6월 시행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두고 일부 보증금대상사업자 사이에서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6월 10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에 따라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다. 소비자가 휴게음식점·일반음식점·제과점영업 등에서 일회용 컵에 담은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포함한 가격을 지불하고 사용한 뒤 빈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일회용 컵에는 한국조폐공사에서 개발한 위·변조 방지 기능이 있는 재활용 라벨(표찰)이 붙는다. 사업자는 라벨에 있는 바코드를 통해 보증금을 지불한 컵인지 확인할 수 있다. 

 

매장서 모은 일회용컵은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따라 지정된 수집·운반 사업자 중 매장과 계약을 맺은 업체가 회수한다. 수집·운반 사업자는 회수한 컵을 재질별로 분류해 환경부가 지정한 재활용사업자에게 인계하고, 인수인계 내역에 따라 자원순환보증금 지급관리시스템에서 비용을 정산받는다. 

 

보증금 대상사업자는 이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생긴다. 우선 대상 사업자는 매장에서 사용할 컵 개수만큼 재활용 라벨을 함께 구매해야 한다. 환경부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재활용 라벨 가격은 장당 7~8원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이때 사업자는 재활용 라벨 비용뿐만 아니라 처리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자원재활용법 제15조의2 제4항 제2호에서 보증금 대상사업자가 일회용컵 운반·처리 비용인 취급 수수료와 처리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법에 적용되는 보증금 대상사업자와 처리지원금의 단가를 정한 고시 제정안을 지난 2월 25일 행정 예고했다. 고시에 따르면 처리지원금 단가는 표준 용기(종이·합성수지 재질)는 개당 4원, 비표준 용기(종이·합성수지·기타 재질)는 개당 10원이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사업자는 보증금 지급관리시스템을 통해 라벨 비용, 처리지원금, 보증금 등을 한 번에 낼 수 있다. 매장마다 개별로 컵을 구매하기 때문에 라벨 비용도 내는 것”이라며 “사업자는 라벨을 구매할 때 처리지원금을 함께 내고, 회수·운반업체는 재활용 업체에 컵을 인계한 후 중량·수량에 비례해 센터에서 처리 비용을 정산 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매장의 비용 부담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환경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으나 향후 보증금관리위원회 등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수도권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정부의 의도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손님이 많은 날엔 하루에 음료가 100잔 이상 팔리는 데 하나하나 라벨을 붙일 생각을 하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라벨 비용과 처리 수수료까지 낸다니 어려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매장에서 고려할 점이 많지만, 규정을 어겼을 경우 물어야 할 과태료도 적지 않다. 환경부는 지난 5일 보증금 대상사업자가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시행령에서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과태료 부과·징수 의무를 제외하면서다. 사업자는 자원재활용법 제41조에 따라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거나 △취급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빈용기 보증금의 환불 문구·재사용 표시를 하지 않는 등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제도를 4월 1일부터 재개했지만 논란이 일자 과태료 처분은 하지 않는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사진=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제재가 많은 만큼 형평성을 지적하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 시내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B 씨는 “경기도 등 부지가 넓은 지역에는 초대형 개인 카페도 많다. 이런 카페에서 나오는 일회용 컵이 도심에 있는 작은 가맹점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둘 다 같은 소상공인인데 어디는 해당되고 어디는 안 되는 게 공평한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환경부가 고시로 정한 보증금 대상사업자 기준도 모호하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2월 25일 행정 예고한 고시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 대상사업자를 ‘커피 등 음료를 판매하는 매장 수 100개 이상 사업자인 총 79개 사업자 105개 브랜드’로 명시했는데, 제2조 별표 1의 사업자에 포함된 브랜드 중에는 매장 수가 100개에 미치지 않는 브랜드도 있다. 

 

예를 들어 KG할리스에프앤비의 ‘디초콜릿커피앤드’, 이랜드이츠의 ‘루고’, 신세계푸드의 ‘오슬로(o'slo)’ 등은 매장 수가 2020년 기준 각각 29개, 12개, 11개로 100개에 턱없이 못 미치지만 보증금 대상사업자에 포함됐다. 환경부 측은 “사업자를 프랜차이즈 본사로 보고 본사가 가진 브랜드를 합쳐서 100개가 넘으면 대상에 포함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제17조 제3항 제1호에서는 ‘가맹본부와 해당 가맹점사업자가 운영하는 매장 수가 전전년도 말 기준으로 100개 이상인 사업자’로 명시하고 있어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실제로 매장 수가 20개 미만이지만 보증금제 대상에 포함된 브랜드의 본사 관계자는 “우리 브랜드가 해당되는 줄 몰랐다”라면서도 “환경부 지침에 따라 대응하고 있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세부적인 방안을 두고 혼란이 이는 가운데 제도 유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4월 1일부터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제도가 재개됐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유예를 제안하면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 기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측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유예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며 “구체적인 하위 법령과 고시를 개정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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