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수자금 마련 능력을 의심받아온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쌍용차의 앞날이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오는 10월까지 회생절차를 완료해야 하는 쌍용차에게 남은 시간은 6개월로 촉박하다. 여기에 에디슨모터스 측이 특별항고로 불확실성을 키운데다가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인수자금 동원 문제는 의문시 된다.
앞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올 1월 10일 쌍용차 인수·합병(M&A) 관련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 달 25일까지 계약금 305억 원을 제외한 인수잔금 2743억 원을 예치하지 않아 이를 근거로 쌍용차와 인수·합병(M&A) 계약이 종료됐다.
쌍용차는 지난달 28일 “당사는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M&A 투자계약을 체결했으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대금을 예치하지 않아 투자계약이 자동해제됐다”고 밝혔다.
이에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의 투자계약 해제 통보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데 이어 회생법원의 쌍용차 회생계획안 배제 결정에 반발해 대법원에 특별항고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새로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를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계약금으로 지급한 305억 원에 대한 쌍용차의 출금 금지까지 청구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과 특별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지만 법정 변수 돌발로 촉박한 쌍용차 매각 관련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부터 우려됐던 자금조달능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매출 규모 면에서 새우가 고래를 품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에디슨모터스의 2020년 기준 매출액은 897억 원인 반면 쌍용차의 같은 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 9501억 원에 달해 30배 차이가 난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인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는 2년 연속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다. 에디슨EV는 4년 연속 영업손실로 관리종목 편입 사유까지 발생했고, 대주주 등의 ‘먹튀’ 논란으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공정거래 조사를 받고 있다.
에디슨모터스 이후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쌍용차 매각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그룹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광림 등 상장계열사를 중심으로 상장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쌍방울그룹은 쌍방울, 광림, 나노스, 비비안, 인피니엔티, 아이오케이, 미래산업 등 7개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쌍방울그릅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며 1000억 원 대 자금을 확보했고 상장 계열사 컨소시엄을 통해 자금을 추가 확보하면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쌍용차에 대한 실질적인 인수 자금은 1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쌍용차는 회생담보권 2320억 원, 조세채권 558억 원, 회생채권 5470억 원 등 인수자가 상환해야 할 체권만 8000억 원 이상이다. 채권상환과 동시에 향후 운영자금 등도 인수자가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쌍방울도 재무적투자자 구성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문제에 대한 우려를 떨쳐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차는 회생계획인가 종료 시점은 오는 10월 15일까지로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 쌍용차는 시간 단축을 위해 경쟁입찰보다는 적합한 인수 희망자와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새 주인을 찾아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 인가 받는‘인가 전 M&A’ 추진도 예상된다.
만일 기한 내 쌍용차가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법인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산이 결정되면 쌍용차 직원 4300여 명은 물론 협력사 직원 약 16만 명까지 직장을 잃게 된다.
쌍용차는 인수 희망주체들에게 어필을 위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극복해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외부 회계감사법인으로부터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쌍용차는 이달 14일 개선기간 종료 후 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쌍용차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거래소에 이의신청과 추가 개선기간 부여를 신청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2020년 연 매출 3조 원 벽이 깨진 2조 9000억 원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매출 2조 4293억 원으로 떨어졌다. 2016년 부터 20분기 연속 적자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 중이다.
쌍용차 측은 “새 인수자를 물색해 재매각을 추진하고 법상 허용되는 올해 10월 내 새 회생계획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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