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쌍용차의 새주인이 되겠다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먼저 도전장을 던진 곳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쌍방울그룹이다. 쌍방울그룹은 지난달 말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무산 직후 쌍용차 인수 의사를 내비쳤고, 지난 1일 특장차를 제조하는 계열사 광림을 통해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광림은 지난 1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쌍용자동차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은 이미 광림을 중심으로 쌍용차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렸고, 이번 주 중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그룹이 쌍용차의 새주인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쌍방울그룹 계열 상장사 주가가 연일 급등했다. 쌍방울그룹은 쌍방울과 광림, 나노스, 인피니티엔티, 아이오케이, 비비안, 미래산업 등 7개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쌍방울 주가는 지난 3월 31일부터 4일까지 3거래일간 83% 급등했다. 같은 기간 광림과 나노스, 비비안 등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도 60% 이상 올랐다.
급기야 지난 5일 한국거래소는 광림과 쌍방울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경고란 특정 종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불공정 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한국거래소의 시장안정화 조치다. 거래소의 조치 이후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같은 날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계약해지 통보에 소송전을 진행하며 금호에이치티 등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를 제안했다는 소식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쌍용차 인수전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향후 쌍방울그룹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탈 조짐이다. 쌍방울그룹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 또한 주가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쌍방울그룹은 일찌감치 쌍용차 인수 의지를 피력하며 자금력을 자신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인수 의지와 자금력을 두고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지난 4일 공시에 따르면 쌍방울그룹 계열사 미래산업은 아이오케이 주가가 급등하자 아이오케이 주식 647만 6842주를 매각해 124억 원가량을 확보했다. 쌍용차 인수 의지를 밝힘에 따라 급등한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은 것이다.
쌍방울그룹의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KH필룩스그룹과의 관계도 시장의 의구심을 증폭 시킨다. 두 그룹은 최근 몇 년간 다수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서로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공조해왔다. 지난 1월 KH필룩스가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발행한 25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쌍방울이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측의 전환사채 거래는 앞서 지난 대선 기간에도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며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쌍방울그룹은 2016년 모바일 광학부품 제조업체 나노스 인수를 시작으로 2019년 여성 속옷기업 남영비비안, 2020년 IT솔루션업체 포비스티앤씨와 정밀기기 제조업체 미래산업, 엔터테인먼트기업 아이오케이컴퍼니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광림, 나노스 등 쌍방울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KH필룩스그룹 계열사가 출자한 투자조합이 인수했다.
광림이 2019년 4월과 10월 발행한 각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 에이플러스투자조합과 드림투자1호조합 역시 KH필룩스그룹 계열사 장원테크가 출자하며 공시에 관계기업, 종속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투자조합이다. 나노스가 20201년 2월 발행한 300억 규모의 CB를 인수한 디비W투자조합1호 역시 KH필룩스가 설립(지분 49.67%)한 투자조합으로 KH필룩스의 관계기업으로 공시에 이름을 올렸다.
KH필룩스그룹 계열사들이 쌍방울그룹 계열사들과 주가 등락을 함께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 KH필룩스의 경우 지난 3월 31일부터 4일까지 54% 이상 주가가 급등했다가 5일 22.53% 급락했다. 같은 기간 KH일렉트론과 KH E&T, 장원테크 등 KH필룩스그룹 계열사 주가도 비슷한 곡선을 탔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KH필룩스그룹의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컨소시엄 구성 등) 쌍용차 인수와 관련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현재 양선길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현재 쌍방울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칼라스홀딩스 지분 30%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자 대표이사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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