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누가 봐도 시크하고 여유 있고 자신감 넘치는 ‘리치 언니’, 전 골프선수 박세리를 좋아한다. 그녀가 더 멋진 건 전 세계 최고의 챔피언 자리까지 간 최고의 선수였던 동시에, 누구나 다 아는 지독한 슬럼프까지 극복한 선수여서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박세리의 슬럼프 스토리. 그 이야기를 얼마 전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를 통해 다시 접하게 됐다. 스타와 스타 매니저의 하루를 참견하듯 살펴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박세리는 이날 한 콘텐츠 업체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터뷰 진행 도중, 해당 콘텐츠 업체의 PD는 “슬럼프나 ‘번아웃’이 오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 질문에 박세리는 2004년 겪었던 슬럼프 시기를 회상하며 이야기했다.
“(운동선수의) 슬럼프는 진짜 힘들어요. 다시 재기하는 것도 확률적으로 적고, 불가능해요. 슬럼프에 드는 순간, 사람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클럽이 바뀐 것도 아니고 스윙이 바뀐 것도 아니고 몸에 이상이 있던 것도 아닌데 하루아침에 내가 달라져 있었어요.” 그렇게 인터뷰 질문에 운을 떼기 시작한 그녀는 다음과 같이 차분히 이어서 말했다.
“그러다 아무것도 아닌 거에 재기하게 됐어요. 그 당시 지인의 권유로 낚시를 처음 하게 됐는데요. 낚시 때문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낚시하면 사람이 되게 멍해지잖아요.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낚시할 때 세월을 낚는다고들 하지요. 낚시를 하니 그동안 심란했었던 마음이 어느 순간 다 사라지더라고요. 그러면서 극복을 했어요.”
뒤이어 그녀는 좀 더 편안하지만 강조하는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낚시를 하면서) 내가 지금 얼마 정도 왔는지, 이걸 지나니 다음에 무엇이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됐어요. 뒤를 봐야 앞도 볼 수 있는 건데, 사람들은 앞만 보고 달리라고 하잖아요. 사실 그게 위험한 거예요. 뒤도 보고 앞도 봐야 해요.”
지독한 연습벌레이자 필드의 승부사로 단시간 안에 세계 챔피언이 된, 거인 같은 그녀가 “슬럼프 기간에 인생 처음으로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됐다”는 말이 마음에 깊이 다가왔다. 그리고 이어서 그녀는 삶의 슬럼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재조명했다.
“슬럼프 시기는 너무 힘들고 아프지만, 가장 소중했고 저 스스로에게는 큰 자산이 됐던 순간이에요. 나를 위해서 생각하고,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어준다고 생각하면, 금방 재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박세리의 말을 들으며, 그 누구보다 성공한 그녀는 성공으로 가는 길까지 단단하게 오롯이 품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베푸는 면모가 커서 ‘리치 언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박세리는 사실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까지 부자인 사람이다 싶었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슬럼프가 찾아온다. 대부분 그런 경우 꽤 많은 이들은 그런 순간,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더욱 몰아세우곤 한다. 하지만 긴 인생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멀리 나아가려면 가끔은 휴식과 회복을 하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슬럼프의 시간은 그런 당신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보듬어주라고 신호를 보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금 혹시 슬럼프인가? 그렇다면 그만 풀 죽고, 그만 스스로를 몰아세우시길. 그리고 크게 호흡을 한 번 내 쉬면서 자신을 되돌아 봐라. 그 쉼과 되돌아봄이 더 단단하고 굳건한 나를 바라보게 만들어 줄 것이다. “슬럼프도 자산”이라고 말하는 ‘리치 언니’ 박세리처럼 말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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