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에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인 박두선 사장이 선임된 것을 놓고 ‘알박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원회 측에서 당장 이를 비판하고 나섰는데, 대우조선해양 등은 “사실무근이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역시 “대선 일정 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는데, 그러면서도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다른 금융기관들 역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대신 예정된 인사를 모두 미루고 있다. 다음달 정권 출범을 앞두고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혹이 제기된 배경은 대우조선해양의 박두선 신임 대표이사(사장)가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이라는 점, 생산운영담당 상무로 근무하던 2018년 1월 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하자 쇄빙선에 탑승해 직접 브리핑과 의전을 맡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 측은 이를 놓고 “몰염치한 알박기 인사”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서 나오신 대학의 동창, 동문은 새 정부에 하나도 기용 못 하느냐”며 “그것이 알박기고 낙하산인가. 저희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불똥이 튄 대우조선해양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그리고 금융공기업들은 정작 신중한 태도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가진 실질적인 주인. 하지만 구체적인 인사권은 행사하지 않기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는 별도 조직인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경관위)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박 대표의 선임도 지난 2월 24일 위원회에서 결정됐고 이후 지난 3월 8일 이사회, 같은 달 28일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선임됐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아니다”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약간 선을 긋는 모양새다.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들에 ‘유관기관 인사’를 자제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을 보냈다”며 인수위를 고려한 입장을 내놓았다. 실제 가이드라인 공지 이후 자산관리공사나 예탁결제원 등 금융위 산하 기관뿐 아니라 한국성장금융 등 공적 성격을 가진 여러 기관들이 새 임원진 선임 작업을 멈춘 상태다. 산업은행 역시 자회사 KDB인프라자산운용 대표 인사는 중단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여러 기업의 대표나 사외이사가 정치권에서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를 했던 시절이 있지만, 2017년부터는 구조조정 기업에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대표 임명 역시 분식회계·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별도 조직인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대표 등을 임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6년 ‘정피아(정치권+마피아)’ 등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퇴출도 검토했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해야 했던 적이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논란을 삼는 것부터가 금융 공기업을 ‘자리 챙겨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이동걸 산은 회장이 친문 중에서도 핵심으로 분류되다 보니 더 논란이 되는 것 같아 ‘인수위의 흔들기’라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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