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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재개발 조짐에 우후죽순 '신축 빌라'…성북1·3구역 어떻게 해결했나

신축 빌라 허용 유무에 조합 쪼개지기도…주택 노후도 평가에도 악영향

2022.03.31(Thu) 18:11:25

[비즈한국] ‘성북5구역’과 ‘신성북3구역’으로 갈라졌던 옛 성북3구역. 이 구역은 재개발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던 2020년 이후 약 2년 동안 내홍을 겪었다. 구역의 15%를 빼고 공공재개발 공모에 나섰던 성북5구역과 기존 구역 범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성북5구역 제척구역 비상대책위원회’의 갈등 탓이다. 비대위는 이후 옛 성북3구역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신성북3구역을 자처했다. 현재는 갈등이 봉합돼 성북3구역이라는 원래 이름으로 구청의 후보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갈등은 상처를 남겼다. 주민들은 '15% 제척 vs 제척 반대‘라는 겉면과 달리, 실상은 신축 빌라를 투기 수단으로 삼은 세력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한다. 노후한 저층 단독·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구역에서 1년 동안 66세대가 늘어날 정도로 신축 빌라가 들어선 데다, 집행부가 투기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떠오르면서다.      

 

성북3구역 내 신축 빌라 공사 현장(위)과 노후한 거리의 모습. 사진=강은경 기자


#‘집행부가 투기 관여’ 의혹 제기

 

서울 성북구 성북동 3-38 일대 성북 3구역은 2017년 구역지정해제 이후 재개발이 멈춰 있었다. 2020년 9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가 시작되면서 재개발 가능성이 고개를 들자 성북3구역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2008년 구역지정, 2011년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도 2017년 서울시 직권으로 구역지정이 해제돼 기대를 접었던 주민들은 반색하며 사업 추진에 힘을 모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빌라 신축도 급증했다.

 

구역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축 빌라가 구역 안쪽에 많이 세워졌다. 매물은 있지만 성북구 지대 특성상 경사가 높아 찾는 사람이 많이 없다. 구역이 재개발된다고 하니 들어선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조짐이 보이면 ‘딱지’ 거래로 이익을 취하려는 투기 세력이 유입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성북구 일대 재개발 구역들이 겪은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당시 성북5구역은 주민동의율 60.3%를 얻어 2020년 공공재개발 공모에 지원했지만, 연면적 노후도가 44%에 불과하고 도시재생사업 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셨다. 공공재개발 2차 공모 준비에 몰두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시기, 집행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신축빌라 4개동, 66세대를 분양·보존등기한 부동산중개업자가 집행부에 수억 원의 지원 자금을 납부했고 집행부와 집행부의 관계인들이 투기에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신축 빌라 설립은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회사를 직접 설립하지 않고 자금을 뒤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신축 빌라를 세우고, 입주권이 나올 것처럼 홍보해 등기 이전에 미리 수분양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특정 금융기관을 통해 건설자금이 반복적으로 공급되거나 특정 건설사와 공인중개사가 협업하는 형태가 성북구 일대 다수 사례에서 포착되고 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에 선정된 성북1구역에도 2~3년 전 허가를 받은 신축 빌라들이 뒤늦게 착공되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뒤늦은 착공…후보지 선정됐어도 안심 못 해

 

공공재개발 후보지에 선정된 인근의 성북1구역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우후죽순 생겨난 신축 빌라로 공모 이전에만 400세대 가량 늘었고 후보지로 선정된 현재까지도 미리 건축허가를 받아놨던 부지에 착공이 되고 있어서다.

 

2004년에 기본계획수립이 이뤄진 성북1구역은 9년 동안의 건축 행위 제한이 풀린 2016년부터 신축 빌라 난립으로 몸살을 앓았다. 권리자는 1000세대 정도였지만 4년 간 약 400세대가 추가됐다.

 

성북1구역 곳곳에는 여전히 신축 빌라 공사가 한창이다. 성북1구역은 구역지정이 해제된 적이 없어 다른 후보지와 달리 구(舊)조례를 적용 받는다. 행위제한 기한이 없는데다 권리산정기준일에 대한 기준도 부재하다. 새롭게 짓고 있는 빌라만 4채로 약 30여 세대다.

 

조대은 성북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현재 서울시에서 사전 기획이라는 제도로 구역지정기획안을 수립하고 있는데, 2019~2020년에 허가 받은 빌라들이 재개발 후보지 선정 이후 공사에 돌입했다. 이 빌라들이 완공돼도 2년 후면 허물어야 하는데도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며 “지분 쪼개기, 청산 등을 목적으로 하는 명백한 투기”라고 주장했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후보지 공모일인 2020년 9월 21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정해놓고 그 이후 지어진 주택에 대해서는 분양권 1개만 인정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구역지정으로 건축행위에 제한이 걸려도, 구역지정 전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장은 완공하는 데 지장이 없다. 이렇게 지어진 신축빌라는 추후 조합원 입주권을 받을 수 없지만 현금청산 대상에 포함된다. 보상금을 받는 권리자가 늘수록 원주민이 떠안는 부담이 커진다.

    

더 큰 문제는 노후도에 있다. 공공재개발, 신속통합기획 등 공공이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재개발 사업들은 노후도 기준을 내세워 개발이 시급한 구역을 사업지로 선정한다. 주택에 비해 한 건물 당 세대 수가 많은 신축 빌라가 늘어날 경우 전체 노후도 비율이 낮아진다.

 

성북구 일대 신축 빌라 공사 현장. 사진=강은경


#주민이 직접 갈등 봉합…“제도 한계 극복할 후속 조치 마련 필요” 

 

주민들은 자체 해결에 나섰다. 주민들은 당시 성북5구역 집행부에 이권 충돌 의혹을 제기하며 제척된 신성북3구역과 통합해 옛 성북3구역의 이름을 되찾았다. 공공재개발 2차 공모가 시작되는 2021년 12월 30일자를 기준으로 38채의 신축 빌라는 안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성북1구역도 분양 순위를 3단계로 구분하는 자체 협의안을 마련해 400세대의 신축 빌라 소유자들과의 갈등을 봉합했다. 신축 소유자들은 ‘권리가액’​ 기준을 주장했다. 원룸 등으로 쪼개기 한 신축 빌라의 경우 면적은 작지만 신축 프리미엄을 적용 받아 감정평가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의 끝에 면적이 크거나 구축인 경우 우선 순위를 부여하기로 결론 났다.

 

이에 권리산정기준일 제도를 통해 재개발 구역에 부는 ‘딱지 장사’나 신축 빌라 난립을 제재할 바탕은 마련됐지만 제도 곳곳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축 빌라가 오랜 시간 노후한 지역에서 실거주하는 원주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노후도나 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투기세력을 저지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신길1구역 등 다른 구역에서도 구청을 상대로 신축빌라 행위제한을 건의하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건축행위제한은 재산권 규제 행위에 해당해 임의로 제한할 법적인 근거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병남 성북3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구역 주민들 중심으로 개발이 돼야 제대로 갈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뜻이다. 돈을 목적으로 들어온 업자들이 개입해서 진행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경계하고 있다”며 “권리산정기준일이 있어도 그 이후에 쪼개기하는 것은 막지 못하는 등 다툼의 소지는 여전히 있다. 재개발 사업을 선정하는 기관에서 처음부터 기준을 세워 발표하거나 구분등기의 의미를 세부적으로 마련해 투기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대은 성북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도 “사전에 세부적인 사례까지 법적인 제약을 두는 것이 어렵다면 행정적인 부분에서라도 후속 조치로 투기를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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