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유통업계가 유료 멤버십 구독 서비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용자 이탈 방지와 충성고객 확보 등 ‘락인(Lock-in·묶어두기)’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유료 멤버십을 도입하며 지난해 말 기준 900만 명의 유료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쿠팡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신규회원을 시작으로 요금 인상을 추진해 적자 폭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통합몰 롯데온에서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롯데오너스’를 운영해오던 유통공룡 롯데그룹도 올해 초 롯데멤버스 유료 멤버십 ‘엘페이 프리미엄’을 출시하며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을 도입, 사업을 확대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온라인 통합몰 SSG닷컴의 유료 멤버십 구독 서비스 출시를 추진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SSG닷컴의 모회사 이마트(지분율 45.6%)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올해 중점 추진 전략으로 멤버십 전략을 내세웠다. 2분기 G마켓과 SSG닷컴, SCK컴퍼니(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통합 멤버십을 론칭하고, 4분기까지 그룹사 온오프통합멤버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멤버십을 오픈하고, 하반기 이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점포)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이 다른 유통 플랫폼에 비해 뒤늦게 멤버십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지만, 파격적 혜택을 내놓을 가능성에 이용자뿐만 아니라 이마트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SSG닷컴이 최근 일부 앱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공유하며 향후 도입될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강조한 만큼, 그룹 내 여러 계열사들과의 연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SSG닷컴이 회원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멤버십 구독료를 월 4900원에서 9900원 사이로 검토 중이다. 혜택으로는 스타벅스 별 적립과 사이즈업, 신세계백화점 및 이마트 할인쿠폰, SSG닷컴 무료배송 및 결제금액 적립, 제휴채널 콘텐츠 제공(티빙‧유튜브‧밀리의서재) 등이 언급됐다. 다만 앞서의 관계자는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였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설문조사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유료 멤버십 혜택으로 티빙이나 자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본다. 네이버쇼핑과 쿠팡이 이미 월 4900원의 멤버십으로 각각 5% 적립, 무료배송 서비스는 물론 OTT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CJ ENM 계열사 티빙의 이용권을 제공한다. 네이버는 CJ그룹과 2020년 10월 6000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해에는 티빙의 유상증자에도 두 차례 참여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지난해 네이버와의 지분맞교환으로 네이버 중심의 ‘혈맹’에 동참하며 네이버와 전방위적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SSG닷컴 유료 멤버십 혜택으로 티빙을 제공할 경우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과 혜택이 겹치게 된다.
그렇다고 쿠팡의 ‘쿠팡플레이’ 같은 자체 OTT 서비스를 론칭할 경우 수지타산을 맞추는데 문제가 생긴다. 멤버십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책정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매년 막대한 투자가 지속되어야 하는 자체 OTT 서비스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창사 이래 역대 최대 매출인 184억 달러(약 22조 2000억 원)를 달성했지만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신사업의 영향과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비용(3413억 원) 등에 따라 영업적자 또한 14억 9396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쇼핑플랫폼 운영하는 지마켓글로벌과 SSG닷컴,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 간 연계를 강화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6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지마켓글로벌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2017년부터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스마일클럽을 운영해오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후 스마일클럽 혜택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분위기다.
더불어 스타벅스의 활용 방안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진행된 SSG닷컴 멤버십 설문조사에서는 스타벅스 별12개 적립과 사이즈업 등의 혜택만 언급돼 활용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공개될 멤버십에서는 충성고객 확보를 위해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마트는 지난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추가 인수하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67.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경제대학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다른 유통기업 및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 가운데 멤버십을 가장 잘 운영 중인 네이버쇼핑의 경우 보유 중인 여러 온라인 사업(웹툰, 티비)을 연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백화점‧이마트‧스타벅스 등 오프라인에 강점이 있는 신세계그룹은 기존에 점포에서 운영하던 오프라인 멤버십과 연계해 고객이 구매‧결제하면서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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