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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금리인상에 참전 선언한 '전투 개미'의 위험천만한 투자

각종 지수 폭락을 기회로 여겨 과감한 베팅…전쟁 종식돼도 회복 '불투명' 염두해야

2022.03.29(Tue) 17:57:46

[비즈한국]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이 발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쑥대밭이 됐고, 세계 각국에선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양국은 조금씩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편에서 투자자들은 양국의 갈등을 지켜보며 소리 없는 전투에 뛰어들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RTSI 지수는 50% 가까이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 러시아 투자 기회 아닌가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전 아무개(35) 씨는 투자자 채팅방에 올라온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날 러시아 대표 지수 RTSI(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량주 50개로 구성된 지수)는 무려 49.3%나 하락했다.

 

하루 만에 지수가 반 토막이 난 아찔한 상황이지만 이는 오히려 투심을 자극했다. 팬데믹으로 주가 급등락을 여러 차례 겪은 개미들은 이번 전쟁조차 기회로 보고 매집을 시도한 것. 전 씨는 “‘전쟁이 끝나면 오를 테니 수익이 날 것’이라며 매수 기회로 보는 이들이 꽤 있었다”며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데 투자에 뛰어드는 걸 보고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전쟁은 세계 경제 곳곳에 영향을 미쳤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련 지수도 격하게 요동쳤다. 그러자 ‘야수의 심장’을 가진 전투 개미들은 ‘포성에 사라’는 격언에 따라 과감히 투자에 나섰다. 전투 개미가 손댄 투자처는 어떻게 됐을까.

 

#지수 쫓았지만… 결과는 ‘상폐‧거래 정지’

 

국내에 상장한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러시아 MSCI(합성) ETF’가 유일하다. 이 ETF는 괴리율(시장 가격과 순자산 가치 차이를 나타낸 비율)이 30%에 달하며 극단적으로 움직이다 3월 3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 7일에는 급기야 거래 정지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를 신흥국 지수에서 퇴출하고 지수 내 러시아 주식 가격을 사실상 0원으로 적용하면서다. 

 

문제는 그사이 ETF의 거래량이 폭증했다는 점이다. 2월 25일 KINDEX 러시아 MSCI(합성) ETF는 거래량 178만에 거래대금 355억 원대를 기록했는데, 평소 거래량은 네 자릿수에 거래대금은 1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세였다. 게다가 2월 14일~3월 4일 사이 해당 ETF를 가장 많이 거래한 건 개인이었다. 기관이 60만 좌를 매수할 동안 개인은 353만 좌를 매수했고, 매수 금액도 기관 12억 원, 개인은 66억 원으로 차이가 상당했다. 한 때 3만 원대였던 이 ETF는 1만70원까지 떨어진 채 거래가 정지됐다. 미처 처분하지 못한 개미들은 속수무책으로 돈이 묶인 데다 상장폐지까지 걱정하게 됐다.

 

해외 상품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투 개미들은 2월 21일~3월 4일 ‘아이셰어즈 MSCI 러시아 ETF’, ‘반에크 러시아 ETF’, 레버리지 상품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불 2X 셰어즈 ETF(RUSL)’ 등을 400억 원 넘게 매수했는데, 이 중 RUSL은 상장 폐지됐고 나머지는 거래 정지됐다. 

 

원자재 투자 열기도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서 금속·원유·곡물 등의 가격이 치솟았다. 3월 중 알루미늄 가격은 톤(t)당 4000달러, 니켈 가격은 10만 달러까지 치솟으며 폭등했다. 개미들은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1~11일 원자재 관련 ETF·ETN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752억 원으로 2월 대비 183%나 늘었다. 개인투자자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48억 원에 달했다. 

 

급변하는 니켈 가격에 한국거래소는 ‘대신 인버스 2X 니켈 선물 ETN’은 거래 정지, ‘대신 인버스 니켈 선물 ETN’은 1일 거래 정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중 인버스 2X ETN은 가치가 0원이 되면서 지난 21일 결국 상장 폐지됐다. 

 

그뿐만 아니다. 니켈 관련주로 꼽히는 유에스티·티플랙스·황금에스티 등의 주가는 3월 중 급등했지만 현재는 고점 대비 20~30%까지 빠진 상황이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매수했다가 미처 처분하지 못한 개미라면 큰 손실을 보고 물려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품목은 밀, 옥수수 등 곡물이다. 전 세계 원자재 수출 시장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 비중은 30%, 옥수수는 15%에 달한다. 러시아는 비료 수출 비중도 13~14%로 높다. 전쟁으로 인해 곡물‧사료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주도 개미들의 관심을 끌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서방 국가가 제재하면서 유가가 치솟았다. 사진=연합뉴스

 

#원자재 수급 어려워지자 베팅 나선 개미들

 

사료 관련주 중에선 현대사료가 아찔한 수준으로 급등했다. 현대사료는 카나리아바이오 인수와 함께 곡물 가격 상승 이슈에 힘입어 3월 21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만7000~1만8000원을 오가던 현대사료 주가는 21일 2만4300원, 22일 3만1550원을 기록하더니 하루 거래 정지된 28일에는 6만9200원까지 치솟았다. 거래정지가 해제되자 폭등세는 더욱 커졌다. 현대사료의 29일 종가는 8만9900원으로, 폭등 직전 주가인 18일(1만8700원) 종가 대비 무려 380.7%나 뛰어올랐다. 하지만 한일사료·미래생명자원·팜스토리·선진 등 동종 업계 주가는 21일 이후 일주일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가 현재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자칫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개미들은 원유 시장을 향한 관심도 적지 않다. 세계 3대 원류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제재로 인해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는 크게 올랐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보고서를 통해 “4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공급량이 하루 300만 배럴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제재가 확대되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2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의 수하일 알 마즈로이 에너지장관도 “러시아의 원유 물량이 필요하다. 러시아를 대체하긴 어렵다”고 말하는 등 원유 공급 부족 현상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공급난에 외부 요인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유 가격은 널뛰기하고 있다.

 

문제는 개미 투자자가 정유사 등 관련 주식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투자에도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한국거래소는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H)’와 ‘신한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H)’ 등이 괴리율 12%를 초과하자 각각 투자유의종목 적출(3일)·지정(16일) 조치를 취했지만 개미의 투심은 식지 않았다. 3월 21~28일 일주일간 개인투자자는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H)은 90억 원 치, 신한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H)은 40억 원 치를 매수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는 지금, 전투 개미의 투자는 안녕할까. 전규연 하나금융그룹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곡물‧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끝난다고 원자재 공급이 바로 원활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유 공급 여부도 서방 국가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라며 “원자재 관련 투자 상품도 상승할 여력이 있다. 다만 원유 인버스 상품은 현재로선 유가 하락 요인이 별로 없는 데다 변동성이 워낙 커 위험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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