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 청와대 주변은 ‘개발 호재’ 기대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에 위치한 청와대는 4면이 효자동, 북악산, 삼청동, 경복궁에 둘러싸여 있다. 그동안 이 부근에는 건물 높이나 아파트 건설 등에 제약이 있었다.
#개발 제한 완화 가능성 하나하나 따져보니
3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주변은 고궁이 있는 경관지역으로 개발제한이 있고 평창동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제한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고궁 때문에 이뤄지는 제한은 존속하겠지만 (제한이) 많이 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이 개발제한으로 묶여있던 이유는 다양하다. 인근이 전부 고도제한지역, 한옥보전구역 등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또한, 경복궁을 중심으로 문화재보호구역이 지정돼 있고, 인왕산 인근은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있다.
경복궁 주변에 지정된 최고고도지구의 면적은 118만 9800㎡(35만 9914.5평) 수준이다. 건물을 지을 때 환경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고고도지구를 지정하는데, 지정된 구역은 최고 높이·층수 등을 제한할 수 있다. 종로구 청운동 일대(1만 80㎡, 3049.2평) 등은 15m 이하(3~4층 수준)로 지어야 하며, 종로구 안국동, 삼청동 일대(70만 1812㎡, 21만 2298.13평) 등과 종로구 재동 83 일대와 소격동 165 일대(4만 1228㎡, 1만 2471.47평) 등은 16m(4층 수준) 이하로 지어야 한다. 종로구 효자동, 궁정동 일대(2만 880㎡, 6316.2평) 등은 18m(4~5층 수준) 이하로, 종로구 궁정, 통인 일대(41만 5800㎡, 12만 5779.5평) 등은 20m(5층 수준) 이하로 지어야 한다.
이 최고고도지구는 청와대 때문이 아닌, 경복궁·산지 등의 보전을 위해 1977년도부터 설정된 구역이다. 최고고도지구 기준이 완화된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청와대 이전으로 기준이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최고고도지구로 묶인 지역은 경복궁과 인근 산 등 보호를 위해 지정된 것이다. 청와대 때문에 규제가 이루어진 곳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 최고고도지구 기준 완화를 검토한 바 없고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 인근이 한옥보전구역으로 설정돼 있다는 부분도 난항이다. 한옥보전지구는 한옥을 보전하기 위해 그 지역 전체를 보전하고 관리한다.
서울시는 현재 한옥밀집지역을 지정하고, 이 중 한옥보전구역을 지정해 한옥을 지원·관리하고 있다. 청와대 인근 한옥밀집지역은 6개 지역(북촌, 서촌, 인사동, 운현궁 주변, 돈화문로, 익선동)으로 총 217만 5484㎡(65만 8083.91평)다. 이 중 한옥보전구역은 운현궁을 제외한 55만 587㎡(16만 6552.568평)다.
게다가 인왕산 인근은 모두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있다. 종로구 삼청동, 세종로동, 옥인동, 누상동, 사직동, 청운동 일대 74만 7314㎡(22만 6062.485평) 규모다. 자연경관지구에서는 공연장, 숙박시설, 공장, 위락 시설 등의 건축물이 제한되며 건폐율(대지면적 가운데 최대한 건축을 할 수 있는 면적)은 30%를 초과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화재보호구역 역시 넓게 지정돼있다. 문화재보호구역에서는 문화재 500m 이내 건축물 설치행위에 대해 문화재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청와대를 둘러싼 외각은 대부분 문화재보호구역이다. 경복궁과 북악산을 중심으로 경복궁 향원정(보물 제1761호), 서울 육상궁(사직 제149호), 서울 한양도성(사직 제10호), 서울 삼청동 등나무(천연기념물 제254호), 서울 삼청동 측백나무(천연기념물 제255호) 등의 지정문화재가 있으며, 이 인근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결국 청와대로 인해 관련 규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더러, 청와대 이전으로 완화될 수 있는 기준이 있지도 않은 실정이다.
#지금 청와대 주변은…부동산 투기 시동?
청와대 인근 부동산 매매 현장은 어떨까. 본격적인 매매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규제 완화에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효자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 A 씨는 “건물을 팔려고 내놨다가 회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팔 건물이나 땅이 없는 실정이다. 다만, 청와대가 공원화 돼도 고도 지구로 묶여 있어 이런 규제가 완화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땅값이 상승하거나 집값이 오르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부동산 관계자 B 씨는 “규제가 풀릴지는 모르겠다. 매매되는 게 없다. 인근이 전부 6층 이상 짓지 못하다 보니 지금으로서는 바뀌는 게 없다. 청와대를 이전하더라도 당장 바뀌는 게 아니라 규제가 풀려야 달라질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C 씨 역시 “매물을 내놨다가 거둬드린 사람이 많아 오를 조짐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모르겠다. 주변에 아파트도 없어서 거래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 D 씨는 “현재 매매되는 곳이 없고 시가 변동도 없다”고 말했다.
삼청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 E 씨는 “매매가가 조금 오르기는 했다. 그러나 한옥보전지구 등 규제되는 단위가 여러 개 묶여 있어 다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매물을 내놨다가 회수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 시세가 막 오르는 추세는 아니고 다들 지켜보고 있는 거 같다”고 전했다. 부동산 관계자 F 씨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기는 하다. 청와대 때문에 제한되는 규제들은 좀 완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매매가가 10% 오른 상황이고 문의 전화도 평소보다 5~6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G 씨는 “대부분 실거주 위주로 거래되고 워낙 조용한 동네라 매매 추세에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 H 씨는 “기존 건물들을 다른 지역 부동산 투자자들이 가격을 올려놓아서 60억 원짜리를 100억 원에 내놓는 실정이다. 여기서 더 오르지도 않을 뿐더러, 올려서 내놓는다고 해도 살 사람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
아직 청와대 인근 부동산 매매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풀릴지 미지수일 뿐더러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매도를 보류하고 있는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청와대 인근 집회 시위 소음과 최고고도지구 기준 완화 등은 기대해 볼만하다는 분석이다.
효자동 인근 주민 I 씨는 “생활환경이 더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시위 소음도 사라질 예정이고, 규제도 완화해 준다고 하니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청와대 인근은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그렇게 높게 형성되지 못했다. 그러나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대신 청와대가 개방되는 등 인근 상권이 활성화된다면 입지 여건 개선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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