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테이크아웃은 300원 추가입니다” 약 두 달 뒤 카페에서 쉽게 볼 풍경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6월 10일부터 시행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등이 개정됨에 따라 도입된 정책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매장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구매하려면 ‘보증금’ 3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보증금제 적용 대상은 커피, 음료, 제과제빵 등 79개 사업자와 105개 상표(브랜드)로 전국 3만 8000여 개 매장이 해당한다. ‘전국 매장 수 100개 이상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매장’ 등의 기준이 있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는 대부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경부는 “그동안 일회용 컵은 별도의 수거제도가 없어서 대부분 소각이나 매립되는 형태로 처리됐다. 길거리에 버려지는 컵들도 많아 수거와 악취 등에 문제도 다수 발생했는데,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을 절약하고 친환경적 정책을 구축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4월부터는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도 금지돼
4월 1일부터는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도 다시 시행된다. 우선 플라스틱 재질 컵이 금지된다. 11월 24일부터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빨대, 젓는 막대, 포크, 나이프 등도 사용할 수 없다.
스타벅스·이디야·투썸플레이스·커피빈·탐앤탐스·엔제리너스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계는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을 따르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이미 매장에 다회용 컵, 머그컵이 준비되어 있고, 이전에 시행해봤기 때문에 지침대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다만 1인 등이 운영하는 자영업자 매장은 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머그컵이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손님들이 일회용 컵을 원할 때가 많다. 머그컵으로 제공할 수는 있지만, 설거지가 쌓여 혼자 운영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고 말했다. 카페 운영자 C 씨는 “지침대로 다회용 컵을 제공할 수는 있다. 다만 점심 등 바쁜 시간에 혼자서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고충을 전했다.
코로나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 D 씨는 “시행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고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직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일회용 컵을 요구하시는 고객들이 있을 거라 예상한다. 너무 이르게 시행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증금 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하라고?
코로나에 대한 우려를 제외하면,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금지 정책은 차질 없이 운영될 전망이다. 문제는 6월 10일부터 시행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다. 업계 관계자 E 씨는 “보증금 반환을 위해 환경부에서 바코드를 제작해 별도 배포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취지가 퇴색되는 게 아닌가”라며 우려를 전했다. 업계 관계자 F 씨는 “시행이 코앞인데 아직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정확히 전달된 바가 없다. 매장 입장에서는 지금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장 큰 혼란이 예상되는 지점은 ‘보증금 반환 방식’이다. 환경부 계획에 따르면 보증금을 카드로 결제했을 때, 카드수수료는 매장에서 100% 부담해야 한다. 매장이 보증금 300원을 판매 금액에 추가해 한 번에 결제하면, 소비자는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매장 아무 곳에나 컵을 반납할 수 있다.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면, 매장에 설치된 기계가 바코드를 인식해 계좌이체나 현금반환 등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보증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보증금제 적용 대상자인 매장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반환할 보증금을 미리 지불해야 하는데, 소비자가 카드로 보증금을 결제했을 때 카드수수료를 매장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환경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카드사와 해당 부분에 대해 많은 협의를 했지만,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은 적용이 안 됐다. 매장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 G 씨는 “지침대로 진행하기는 하겠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보증금 반환 방식에 대해 불만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형평성과 실효성에 대한 반발도 생길 수 있다. 당초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됐던 정책이다. 당시 관련 규제 법률이 명확하지 않고, 보증금을 관리할 주체가 없어 현장에서 혼란을 빚다 중단됐다. 환경부 문건에 의하면 당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기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정한 전용면적 330㎡(100평) 이상의 패스트푸드점, 165㎡(50평) 이상의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전체의 10% 남짓에 불과해 생색만 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일회용 컵 재질도 문제다. 환경부는 표준규격을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플라스틱컵은 무색투명하게 하고 표면 인쇄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제외하고 구체적인 규격은 없는 상황이다. 반환 시 컵의 훼손 상태 등에 대해서도 규정이 없다. 재질에 대한 자세한 규정이 없다 보니, 재활용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침대로라면 친환경으로 제작한 생분해 일회용 컵도 동일한 규제 대상이다.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괄적으로 규제 대상을 정하는 것보다 상황에 따라 규제 방식을 나눠 놓는 게 필요해 보인다. 일회용품이 어떤 품질이냐도 중요하다. 분리배출 가능성이 용이한가를 중심으로 기준을 명확히 만들고, 재활용이 잘 될 수 있는 재질, 디자인 등을 심사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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