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 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다. 최근 시장 상황이 재미가 없어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고 다른 주식으로 갈아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미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B 씨는 삼성전자 대신 미국 주식에 꾸준히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내 주식을 믿을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해외 주식이 변동성이 크지 않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기업 경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말한다. 최근 환경·사회·투명(ESG) 경영이 주목받으면서 책임 있는 경영을 하는 기업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물적분할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기업분할 중 물적분할이란 모회사의 특정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고 이에 대한 지분을 100%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사의 B부문사업이 분할될 경우, A사가 새로 만들어진 B부문 C사 주식을 100% 소유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A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물적분할 이후에도 그대로 A 주식만 갖게 되고, A사가 C사를 자회사로 소유하게 된다. 하지만 물적분할은 회사의 일부분을 따로 떼어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위해 실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즉, 기존 주주들은 C사 지분이 없기 때문에 C사가 외부로 매각되거나 다른 회사와 합병되면 직접적인 반사이익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C사가 매각되면 A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특히 C사의 사업부문이 기존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요할수록 소액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 자회사 C사의 지분매각, IPO 등이 발생하면 더욱 그렇다. 이때문에 일부 투자자는 공매도보다 물적분할이 더 심각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반면 기업분할의 또 다른 방식인 인적분할은 완전한 분리보다는 연계성은 유지하면서 별도 회사형태로 가는게 경영전략이나 기업문화, 혹은 주가관리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 선호된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인적분할이 유리하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이 유리하다.
최근 LG화학 주가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지난 1월 12일 장중 77만4000원을 찍기도 했지만, 지난 16일에는 43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LG화학의 배터리 부문이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상장하면서 주가가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났다. 물적분할 이슈가 갑자기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도 바로 LG화학의 물적분할때문이었다.
현재 상법상 이사 의무는 오직 회사 이익에만 충실하면 되고, 소액주주 이익까지 고려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적분할을 비롯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때 회사이익이나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이사의 의무라는 개념이 상법 조항 또는 상법을 해석하는 판례에서 명확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가 물적분할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물적분할한 뒤 재상장할 것 같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거나 물적분할 뉴스가 나왔을 때 매도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한다. 결국 개인 투자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현재로선 전무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결국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ESG 환경하에서는 일종의 면피용 보여주기식보다는 실질적인 제도 도입과 개정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이익까지도 보호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지배구조 개선이 지주회사 할인율을 축소시키면서 밸류에이션의 리레이팅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물적분할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거나 물적분할 후 상장 금지 등이 논의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가 앞다퉈 이런 문제를 방지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물적분할 자체를 문제시하는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물적분할은 주식회사 원리에 부합하고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은 사안이고, 물적분할이 오히려 주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의 섣부른 논의가 오히려 과잉 규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어쨌거나 법이 정비될 때까지는 투자자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 투자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적분할 이슈가 있는 저평가 기업에 무작정 투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물적분할에도 기업가치가 상승할만한 기업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결국 각자도생의 시대 아닌가.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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