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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롯데·현대백, 대형 M&A 본격화…'유통 빅3' 반격이 시작됐다

수천 억 원대 '큰돈 척척'…온라인 강화, 오프라인 체험 다양화 '두 마리 토끼' 잡을까

2022.03.24(Thu) 12:31:09

[비즈한국] 유통빅3의 M&A가 활발하다. 지난해 신세계, 롯데가 M&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인 데 이어, 최근에는 중소딜에만 나서던 현대백화점까지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계의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불러온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글로벌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인수한다. 서울시 강남구 현대백화점 본사 사옥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빅딜에 소극적이던 현대백화점, 역대 최대 규모 M&A 결정한 까닭

 

현대백화점의 ‘지누스’ 인수 소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는 아마존 매트리스 판매 1위 브랜드로 꼽힌다.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 중이다. 

 

22일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창업주인 이윤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0%(경영권 포함)를 7747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분 인수와 더불어 지누스와 인도네시아 제3공장 설립 및 재무구조 강화를 위한 1200억 원 규모의 신주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지누스 인수를 통해 ‘온라인’과 ‘글로벌’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점은 이번 M&A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백화점은 그간 이커머스 후발주자로 경쟁력이 약하며, 내수 기업이라는 한계점이 계속해서 지적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오프라인, 백화점 사업 영역을 온라인과 글로벌 분야로 확장하고, 산업 성숙기 국면인 백화점 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온라인 비즈니스 혁신기업인 지누스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누스 인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신세계, 롯데 등이 지난해 M&A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일 때도 큰 움직임이 없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공격적 M&A로 현대백화점그룹을 키워가고 있지만 유독 ‘빅딜’에는 소극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10년간 성사시킨 M&A는 8건인데, 그중 5000억 원 이상의 규모는 이번 지누스 인수가 유일하다.

 

정 회장의 리빙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은 ‘비전 2030’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리빙 사업 부문을 5조 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현대리바트 매출은 1조 4066억 원, 현대 L&C의 매출은 1조 1100억 원이다. 

 

특히 업계 2위에 머물러 있는 현대리바트는 1위 기업인 한샘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샘의 매출액은 2조 2314억 원. 현대리바트와 현대 L&C의 매출을 모두 합쳐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선다. 

 

앞선 관계자는 “지누스 인수는 그룹 내 리빙 부문과의 사업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며 “추후에도 미래 수요가 확대되는 사업 중 그룹의 성장 전략과 부합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 M&A를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4조 원 규모의 M&A를 성사시켰다. 사진=박정훈 기자

 

#‘신세계 유니버스’ 위해 베팅한 신세계, 유통부문 M&A 확대 나서는 롯데

 

지난해 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신세계다. 1월에는 SK텔레콤이 소유했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 원에 인수했고 4월에는 SSG닷컴이 온라인 편집숍 W컨셉을 2650억 원에 인수했다. 6월에는 이베이코리아를 3조 4404억 원에 인수하며 지난해 상반기에만 4조 원 규모의 M&A를 성사시켰다. 

 

무려 6개월 만에 인수금액으로 4조 원 이상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신세계가 최근 10년간 M&A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때는 2012년(9개 기업 인수)이었는데, 당시 일 년간의 인수금액을 다 합쳐도 1조 3426억 원에 불과했다. 최근 10년 동안의 인수금액 총액도 4조 원을 넘지 않는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신세계 유니버스’ 구현과 맞닿아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세계만의 디지털 생태계 ‘신세계 유니버스’를 언급했다.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기 위해서 온·오프라인 모든 일상을 신세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공격적 M&A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위한 발판이 된 셈이다. 

 

올해는 IFC몰 인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운영업체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건물 인수전에 참여했다. 입찰가는 4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최근 유통부문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유통부문 M&A에 소극적이던 롯데는 지난해부터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는 그간 화학 부문에서의 M&A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유통부문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2012년 2조 1561억 원에 하이마트를 인수한 것이 손꼽히는 인수 사례였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3월 롯데쇼핑이 중고나라를 300억 원에 인수했고, 9월에는 한샘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2995억 원을 투자했다. 11월에는 롯데홈쇼핑을 통해 초록뱀미디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50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 1월에는 롯데지주가 한국미니스톱을 3134억 원에 인수했다. 

 

롯데는 계속해서 유통부문 M&A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23일 롯데쇼핑 주총에 참석한 김상현 롯데 유통군 HQ 총괄대표(부회장)는 올해 M&A 계획에 대해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사업과 연관한 M&A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최근 유통업계 M&A가 활발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영환경이 많이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적 투자의 의미로 볼 수 있다”면서 “유통과 제조의 결합, 즉 수직계열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거나 기술 기업을 인수해 유통업의 디지털화를 가속하는 M&A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유통업계 M&A는 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M&A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며 “기업이 독창적으로 새 사업을 꾸리기보다는 이미 성과를 내는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빠르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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