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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AI 은행원' 통해 적금 가입을 시도하자 직원이 나타났다

신한, KB국민, NH농협 등 AI 은행원 배치…시범 도입 수준, 실전 배치는 갈 길 멀어

2022.03.22(Tue) 17:42:56

[비즈한국] 최근 은행들이 신기술을 적용한 사업을 활발하게 확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이용해 오프라인 영업점의 한계를 벗어나는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은 어느 정도 상용화까지 이른 상황. 은행들은 모바일 뱅킹에 AI를 적용할 뿐만 아니라 실제 영업점에 AI 은행원을 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과연 이러한 신기술이 금융 소비자에게 기존 대비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지 검증해봤다.

 

#신한, 적금 계좌 개설 시도했지만… 결국 ‘앱’으로 가입 

 

신한은행은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적극적이다. 지난해 9월 업계서 처음으로 AI 은행원을 도입한 무인형 점포인 ‘디지털 라운지’를 열고 ‘디지털 데스크’에 AI 은행원을 배치해 각종 업무를 맡겼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AI 은행원으로 금융권 최초로 CES 2022에 참가할 만큼 AI 금융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8일 AI 은행원의 고도화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AI 은행원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잔액·잔고 증명서 발급 등 단순 업무뿐만 아니라 통장 개설, 신용대출·예금담보 대출 신청 등의 업무까지 가능하다는 설명. 신한은행 관계자는 “AI 은행원이 먼저 응대를 하는데, 단순 업무일 경우 AI 은행원이 처리하지만 불가능한 업무라면 본점의 연결된 전문 상담원에게 안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장에 이미 투입된 데다 고도화까지 진행한 AI 은행원은 얼마나 일을 잘할까. 실제 금융상품 가입을 목표로 AI 은행원을 만났다. 기자는 21일 오후 2시 20분쯤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을 찾았다. 이곳은 신한은행의 디지털 혁신점포(디지로그 브랜치)로 남녀 AI 은행원 2명이 배치돼 있다. 안내데스크 옆 키오스크에 다가서니 남성 AI 은행원이 기자를 맞았다. 키오스크에서 화상 상담 창구 번호표를 발급받고 점포 안쪽에 마련된 작은 부스에 들어섰다. 부스 내 디지털 데스크 화면에선 여성 AI 은행원을 만날 수 있었다. 

 

신한은행에선 영업점 내 디지털 데스크를 통해 AI 은행원에게 업무를 볼 수 있다. 사진=심지영 기자

 

AI 은행원은 기자에게 어떤 업무를 볼 것인지 물었다. AI 은행원과의 질의응답은 음성과 화면(터치스크린)으로 이뤄진다. 고금리 적금을 추천받고 가입까지 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금융상품 상담을 요청했다. 적금 가입을 시도하자 본인 확인 절차가 진행됐다. 신분증 인식은 수월하게 됐지만, 문제는 그 다음 벌어졌다. 인증 수단에서 생체 인식을 택했더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멈췄다. ‘종료하기’를 누르자 더 이상 AI 은행원과 상담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키오스크로 돌아가 다시 번호표를 받아 두 번째 시도에 나섰다. 

 

이번에는 적금 상품 목록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화면에 뜬 목록을 보고 직접 골랐는데, AI 은행원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실제 은행원이었다면 상품별 금리나 혜택을 안내하고 추천해줬을 것 같아 아쉬웠다. 여러 상품 중 연이율 최대 2.2%인 ‘신한 스마트 적금’을 택했다. 

 

가입 절차는 모바일 뱅킹(앱)으로 가입할 때와 같았다. 이름, 재직 중인 회사 등 개인정보를 적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도제한계좌’ 메시지와 함께 상담 직원 연결 화면이 떴다. 1~2분가량 기다리자 상담직원과 연결됐다. 그사이 개인정보를 작성해둔 화면은 꺼졌다. 직원은 스마트폰 앱을 통한 계좌 개설을 안내했다. 직원은 친절하게도 기자가 앱으로 적금 가입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곤 계좌가 개설됐는지 확인한 후 상담을 종료했다. 

 

결과적으로 적금 가입에는 성공했지만 AI 은행원을 통해 업무를 봤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실제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앱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AI 은행원의 상품 안내도 앱에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KB국민 “금융 서비스 아닌 단순 안내”, NH농협 “코로나 때문에…”

 

다른 은행의 AI 은행원은 어느 정도로 은행 업무를 수행할까.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부터 서울 여의도, 돈암동 등 일부 영업점에 AI 은행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22일 정오쯤 KB국민은행의 디지털 테스트 베드 지점인 여의도 InsighT점을 찾았다. 입구 근처에서 AI 은행원이 있는 키오스크를 볼 수 있었다. AI 은행원 앞에 다가서자 낭랑한 목소리로 기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원하는 업무를 물었다. 기자는 이곳에서도 적금 상품을 찾았는데, AI 은행원의 설명을 통해 여러 가지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다만 상품별 이율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화면을 통해 확인했다.

 

KB국민은행의 AI 은행원의 특징이라면 제스처를 할 때 손끝의 움직임 등이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이곳 AI 은행원을 통해선 대출이나 계좌 개설 같은 복잡한 업무는 볼 수 없었다. 키오스크 옆에 놓인 배너에서 AI 은행원이 하는 업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서류 안내(통장·인터넷뱅킹 신규 조회·변경·해지 서류) △체크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STM(지능형 자동화 기기) 사용법 안내 △금융용어·상품 소개 △화장실·주민센터 등 주변 시설 안내 등이 가능했다. 

 

KB국민은행은 영업점 내 키오스크를 통해 AI 은행원을 배치하고 상품 설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심지영 기자

 

상품 안내, 용어 설명 등 몇 가지 기능을 사용해보니 간단한 안내를 받긴 편했지만 통장 조회 등 계좌와 관련된 업무를 보는 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장시간 서서 업무를 보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 큰 화면을 통해 개인 계좌와 관련된 업무를 보는 게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AI 은행원을 시중 점포에 배치한 곳은 또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AI 은행원인 정이든 씨와 이로운 씨를 본사 등 서울 내 13개 영업점에 배치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이들에게는 창구에서 상품을 설명하며 직원의 업무를 보조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또한 농협은행 DT 전략부 디지털 R&D 센터 소속으로 배치돼 근무한다. 두 AI 은행원을 보기 위해 18일 NH농협은행의 IT 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NH-아이디어 그라운드’를 방문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지난 11일 문을 연 NH-아이디어 그라운드는 경기도 의왕시의 NH통합IT센터에 들어선 공간으로, AI·블록체인·메타버스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금융 체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곳에선 AI 은행원이 있는 가상현실(VR) 기반 영업점인 농협 독도지점을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현재 외부 방문객의 입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등으로 현재는 직원만 이용 가능하다”라며 “향후 개방할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시중 은행이 신기술 개발과 도입에 적극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AI 은행원을 통해 업무를 보는 건 수월하지 않다. 실제 은행원의 대응과 비교하면 한계점이 많아서다. 4대 은행의 영업점이 연간 수백 개씩 줄어드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셈. 윤세영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금융에서 AI를 활용할 땐 답변에 따른 리스크가 있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개발을 위해) 금융권에 더 많은 AI 전문 인력의 진출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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