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2년 2월 24일, 푸틴이 그들이 자랑하는 일명 대대전술단(BTC: Battalion Tactical Group) 100여 개를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을 때, 우크라이나 정부가 일주일 넘게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으리라 예측한 군사전문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아래 하나로 똘똘 뭉쳐 필사적인 저항을 3주째 하고 있고, 러시아는 막대한 인명과 장비 피해를 본 채 우크라이나 일부만 점령에 성공했을 뿐이다. 러시아군이 이번 전쟁 기간 보여준 많은 군사적 실패와 패전, 그리고 어이없는 실수들은 앞으로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영원히 러시아군의 모욕적 과거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이와 별개로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여전히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위태한 것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공군과 방공군은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러시아 공군을 공격하고 있지만, 수적 우위를 믿고 끝없이 밀려드는 러시아군에 조금씩 국토를 잃어가고 있다.
서방과 나토의 지원도 미적지근한 것이 문제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 EU 국가들은 러시아를 격렬히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SAAB NLAW 대전차 로켓, FGM-148 재블린(Javelin) 미사일 등 많은 무기와 물자를 지원해 줬지만, 정작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이 꾸준하게 요구하는 전투기,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SAM) 같은 무기는 확전을 우려해서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꺼낸 카드는 ‘우크라이나의 비행금지구역 지정’이다. 미국과 NATO가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을 지정하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둘 다 군용기의 비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인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미 상원-하원 의원을 대상으로 이 비행금지구역의 지정을 요청하는 화상 연설을 진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절박한 심정과 깊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명연설을 통해서 비행금지구역과 지원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매일 진주만 공격과 9.11테러를 당하는 중이다’라는 말로 미국 국회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비행금지구역 지정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 후, 근 9억 달러에 가까운 대규모 군사원조가 결정되어서 우크라이나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9억 달러의 원조에는 이미 수백 기가 지원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200기, 기관총과 총기류 7000정, FIM-92스팅어(Stinger) 지대공 미사일, 그리고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600 자폭 드론 100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무기 중 단연 스위치블레이드에 관한 관심이 집중된다.
스위치블레이드가 과연 어떤 무기이길래 관심이 집중되는 걸까. 짧게 말하자면 ‘보잘것없는 위력이지만, 활용도가 엄청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스위치블레이드는 정확하게 분류하자면 ‘체공형 미사일’(Loitering Missile)이라 할 수 있다. 일반 미사일이 발사하자마자 마하 2의 속도로 표적에 빠르게 명중하는 것과 달리, 프로펠러 엔진과 날개를 달아서 속도가 시속 112km(70mph)에 불과하다. 명중 직전까지는 속도가 다소 빨라져서 185km(115mph)까지 낼 수 있지만, 시속 수천 km의 각종 첨단 미사일에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굼벵이가 기어가는 속도라고 비유할 수 있다.
사거리 역시 40km로 2, 3km에 불과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보다는 훨씬 길지만 역시 특별하지 않고, 탄두 역시 이전 제품보다 장갑 관통력이 강해졌지만, 미사일이 워낙 작은 만큼 위력에 한계가 분명하다. 미사일의 기본 조건인 파괴력, 사거리, 속도 면에서 보잘것없다.
그렇다면 왜 스위치블레이드가 주목받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스위치 블레이드 같은 체공형 미사일은 다른 미사일과 차별화되는 세 가지 장점이 있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장점은 ‘적의 위치를 스스로 찾는’ 능력이다. 아무리 정확한 미사일이라도, 대부분 미사일은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면 쏠 수가 없다. 그래서 보통 미사일은 표적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미리 정하고, 이것을 흔히 ‘록 온’(Lock-on)이라고 부른다. 스위치블레이드는 일단 쏜 다음 적이 어디 있는지 탐색한 후 자폭 공격을 할 수 있어, 항공정찰이나 인공위성 정보 없이도 원거리의 적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적이 없다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점이다. 스위치블레이드의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대신 40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그래서 적이 공격을 눈치채고 숨더라도 끈질기게 기다리다가 적이 이동하거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
세 번째 장점은 ‘아군과 함께 싸워 전투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스위치블레이드의 탄두는 매우 작아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보다 약하지만, 스위치블레이드가 포착한 영상은 태블릿을 통해서 원격 조종을 하는 통제관에게 전달되며, 이 정보를 공유해서 포병이나 특수부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군사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스위치블레이드가 제공되면 전쟁의 방향은 바꿀 수 없어도, 러시아군에게 뼈아픈 피해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우크라이군은 드론을 사용해서 러시아군의 대공 미사일 포대를 찾아낸 다음 포격을 가하거나 드론 공습을 하는 등 드론을 활용해서 전과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조그마한 자동차 1대와 몇 명의 특수부대로도 쉽게 옮길 수 있는 스위치블레이드가 배치된다면 러시아의 방공포대나 지휘소 같은 핵심 목표물은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군 역시 체공형 미사일, 혹은 자폭 무인기를 준비 중이다. LIG 넥스원이 이미 몇 년 전부터 40분간 체공 가능한 직 충돌형 자폭 드론을 개발했고, KAI, 한화, 풍산 등도 스스로 적을 탐색하면서 자폭 공격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 중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드론 활용을 잘 참고하여, 우리만의 ‘정찰-타격 복합 복합체’(Sensor to Shooter System)를 선 보이길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밀덕텔링]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기로에 선 무기
· [밀덕텔링]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불러온 우리 방위사업의 위기와 기회
· [밀덕텔링]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에서 배우는 군사적 교훈 세 가지
· [밀덕텔링]
해병대 포함 준 4군 체제 개편이 불러올 변화는?
· [밀덕텔링]
극초음속 미사일, 정해진 계획대로 대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