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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비건을 알아' 대기업 가짜 비건 식품에 채식인들 화났다

롯데·GS·SPC·풀무원 등 동물성 재료 사용해 뭇매…'영혼' 없는 마케팅적 접근 버려야

2022.03.18(Fri) 15:39:24

[비즈한국] 기업들의 비건 상품 출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 동물권, 가치소비 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비건은 동물성분을 섭취하거나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광고나 제품 표지에서 ‘100% 식물성, 비건’ 등의 글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비건 상품은 식품에서부터 옷이나 화장품 등 일상용품에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3년 차 비건인 A 씨는 “요즘은 비교적 편리하게 비건 음식을 접할 수 있다. 기업에서까지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하다 보니, 이제 비건이라고 해도 다들 이해해 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021년 12월 비비고가 출시한 비건 만두 '플랜테이블 왕교자’ 표지에 식물성 재료 100%라고 표기돼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채식 인구 증가에 따라 이에 맞는 비건 상품이 출시되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비건이라고 표기했지만, 실제로는 동물성분이 포함된 ‘가짜 비건’ 상품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비건 제품이 아닌데도 비건으로 홍보하는 꼼수·과장 광고가 늘어나면서 비판이 제기된다. 

 

#100% 식물성이라더니

 

과장된 비건 마케팅과 부정확한 표기로 소비자들에 혼란을 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롯데리아는 2019년 ‘리아미라클 버거’를 테스트 출시했다. ‘100% 식물성 패티’라고 홍보하며 ‘채식버거’로 주목을 끌었지만, 빵이나 소스 등에 우유, 계란, 쇠고기 등이 함유돼 있었다. 이에 리아미라클 버거는 ‘비건인들은 먹지 못하는 비건 음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롯데리아는 2020년에 리아미라클 버거에 들어가는 모든 성분을 식물성으로 바꿔 정식 출시했다. 

 

황당한 사건은 최근에도 있었다. GS25는 2022년 2월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과 함께 대체육 간편식 6종(△고구마함박스테이크 △스테이크버거 △피자품은수제교자 △베지볼파스타 △너비아니김밥 △전주비빔삼각김밥)을 출시했다. GS리테일은 “대체육과 비건 인증 원재료를 사용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출시한 6종 중 3종 △고구마함박스테이크 △너비아니김밥 △전주비빔삼각김밥에 소고기, 우유, 새우 등이 함유돼 있으면서 논란이 됐다(관련 기사 [단독] '비건' 식품에 소고기? 식약처, GS25 허위 표시 조사 나선다). 

 

논란이 거세지자 GS25는 3월부터 전 제품을 식물성으로 교체해 판매하고 있다. GS25의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2020년 4월에도 소고기가 함유된 그린테이블도시락과 그린유부김밥을 ‘채식’으로 홍보하다 비판이 거세지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2020년 4월 GS25는 소고기가 함유된 그린테이블도시락과 그린유부김밥을 ‘채식’으로 홍보하다 비판이 거세지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사진=동물해방물결

 

파리바게뜨는 저스트에그와 함께 2021년 9월 ‘저스트에그 멀티 그레인 머핀 샌드위치’를 출시했다. 저스트에그는 비건을 위해 식물성 단백질로 계란 식감을 구현한 식품 브랜드다. 당시 파리바게뜨는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저스트에그 제품인 만큼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출시된 상품에는 치즈, 계란, 닭고기가 함유됐다. 비정상회담 출신 방송인 2년 차 비건인 줄리안 씨는 “비건 계란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계란을 넣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2021년 9월 파리바게트가 출시한 ‘저스트에그 멀티 그레인 머핀 샌드위치’. 치즈, 계란,닭고기가 함유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파리바게뜨

 

한살림을 애용하는 4년 차 비건인 C 씨는 “한살림에서 비건 제품을 판매하는 건 알고 있는데, 표기가 명확하지 않아 어떤 게 비건 제품인지 알 수 없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해보니 이용 안내 페이지를 개선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인증표시가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아 정확히 알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성분표기상 비건인 제품이 사실은 비건이 아닌 경우도 있다. 풀무원의 두부텐더는 ‘식물성 단백질’을 표지에 표기했다. 성분표기상에도 모두 식물성분이었지만, ‘패각칼슘(조개류 성분)’이 함유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그러나 원재료 표기에는 대두, 식물성유지, 정제수, 레시틴, 탄산마그네슘, 정제소금, 밀가루, 옥수수로 표시돼 동물성분을 찾기 어려웠다. ​

 

풀무원 두부텐더의 성분표기 표. 동물성분은 찾아볼 수 없다. 사진=풀무원

 

#공인된 인증 제도 없어 너도나도 “비건” 광고

 

이런 혼란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공인된 비건인증 제도가 없어서다. 한국비건인증원, 비건표준인증원, 비건소사이어티(영국비건협회), 이브비건(프랑스비건협회) 등이 있기는 하지만 외국 기관이거나 공인된 기관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모두 “공인된 비건 인증기관이 별도로 없다”고 밝혔다.  

 

‘비건 인증’을 별도로 받지 않아도 비건으로 제품을 광고하고 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식약처는 “비건, 식물성 등의 표기는 별도 인증 없이 할 수 있다”​며 “​비건 식품에 대한 정부 인증절차나 기관은 없다. 다만 표시광고를 했을 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통해 (사실인지)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까닭에 어떤 제품은 비건인증을 받아 표기하고 어떤 제품은 비건인증 표기 없이 ‘비건’이라고 광고하는 상황이다. 

 

2년 차 비건인 성기민 씨(34)​는 “비건인증 제도가 많이 부족하다. 특히 기업에서 출시하는 비건 제품들은 비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을 때가 많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 집에서 먹거나 인증된 비건식당만 간다”고 말했다. 

 

용어에도 혼란이 있다. ‘비건, 채식, 식물성, 대체육, 플랜트’ 등 단어가 혼재돼 쓰이다 보니 해석에도 혼란을 낳는다. 줄리안 씨는 “단어에 있어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식물성이라고 했을 때 어디까지가 식물성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비건이라고 표기됐는데 해산물이 든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 인증 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려면 모든 성분이 명확하게 표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6년 차 비건인 진원석 영화감독은 “기업에서 비건제품을 처음 출시하면 신뢰도가 없다. 비건이라고 써 놨는데, 실제 비건인 경우도 드물다. 그래서 비건 제품이라고 인정된 브랜드만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비건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서 비건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는 게 가장 문제다. 문화와 흐름, 개념 등을 명확히 이해하고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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