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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연예인·재벌 투기 광풍 불던 평창, 10년 지난 지금은?

논란 커지며 민간개발 무산, 올림픽 끝난 후 가격 하락…대부분 그대로 '방치'

2022.03.16(Wed) 18:03:03

[비즈한국] 지난 2012년 연예인과 재계 인사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평창군 일대 토지를 대규모로 매입하면서 투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은 주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알펜시아 스키장 주변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횡계리 일대의 땅을 사들였다.

 

당시 땅을 대규모로 매입했다고 알려진 곳은 GS칼텍스,  ​롯데그룹 ​등이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박재형 씨​(한독모터스 박신광 회장 아들)와 함께 용산리 일대 토지를 약 3만 6000㎡​ 사들였다.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장선윤 롯데호텔 전무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는 당시​ 용산리 일대 토지를 약 1만 ㎡​ 매입했다. ​이 외에 삼성그룹, 쌍용그룹, 금강공업, 씨인터내셔널 관계자 등이 평창군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 땅을 매입했다. 연예·스포츠인으로는 강호동, 이봉주, 이운재 씨 등이 있었다.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 부근 전경. 2000년 대 초부터 연예인, 재계 인사들이 이 지역 일대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전다현 기자

 

이들이 토지를 매입한 이후 공시지가가 상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강호동 씨는 아산병원에 토지를 기부하고 이봉주 씨 등은 토지를 팔았다. 하지만 재계 인사들은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았다.

 

또 매입한 토지가 대부분 농지로 알려지자 강원도는 농지법 위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비즈한국은 당시 조사 내역을 요청했지만, 강원도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너무 오래된 자료라 당시 자료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2013년 평창군은 농지경작 실태 조사를 벌였지만, 다수의 토지 소유주들이 이행강제금을 피해 묘목을 임시로 심어 대부분 처분 유예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지난 지금도 거의 변동 없어

 

평창올림픽이 개최된 지 약 4년, 투기 논란 이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 평창 일대 상황은 어떨까. 비즈한국 취재진은 평창군 용산리, 횡계리 일대의 등기부등본과 현장을 살펴봤다. 그 결과, 2012년 이후 거의 변동이 없었다. 

 

논란이 된 평창군 일대의 토지 소유자는 여전히 정·재계 인사들이었다. GS칼텍스, ​롯데그룹, ​삼성그룹 오너 일가와 정치인도 있었다. 그 외 중견·중소 기업 관계자들이 다수였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박재형 씨는 공동으로 용산리 일대 12필지 3만 6045㎡를 매입해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2012년 당시 GS칼텍스는 “수목원이나 화훼농장을 조성할 목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장은 달랐다. 해당 토지에 농사지은 흔적은 있었지만, 수목원이나 화훼농장은 없었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는 “개인적인 부분이라 확인이 어렵다. 위탁영농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허세홍 GS칼텍스 회장이 소유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토지. 위탁영농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전다현 기자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은 2006년 용산리 일대 1필지 6248㎡를 매입했다. 당시 대금은 현금 9억 4500만 원으로 치렀다. 신 이사장의 딸 장선윤 롯데호텔 전무 역시 용산리에 1필지 1500㎡를 소유했다. 장 전무는 오빠 장재영 씨와 5 대 5 공동으로 용산리 일대 4필지 3302㎡도 소유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롯데그룹 오너 일가는 여전히 해당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2012년 당시 롯데그룹은 토지 매입 이유에 대해 “전원 및 동호인 주택을 건축에 활용하기 위해 2005년과 2006년 평창 토지를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토지는 나대지로 남아 있다. 농사를 짓거나 건물을 지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2014년에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땅에 묘목이 심어졌다고 보도된 적이 있는데, 이는 이행강제금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현재 두 분 모두 롯데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소유한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땅. 영농이나 건축 없이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이 지역 토지를 매입한 재계 인사들은 ​대부분 토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박종흠 전 삼성테크윈 부사장은 2005년 용산리 일대 3필지 5372㎡를 매입한 후 보유하고 있다. 배호원 전 삼성증권 사장 부인​ 전수지 씨 역시 2006년 용산리 일대 3필지 3162㎡를 사들인 뒤 매매하지 않았다.

 

김지용 씨(김석원 전 쌍용회장 아들)는 횡계리 일대 4필지 1만 1091㎡를 소유했는데, 2002년 매입 이후로 거래가 없었다.

 

전재근, 전재범 씨(전장열 금강공업 회장 아들)는 용산리 일대 4필지 1만 8651㎡를 공동 소유했다. 이들 역시 2003년 매입 이후 거래가 없었다.

 

송미숙 씨(문종박 전 현대오일뱅크 사장 부인)는 2005년 용산리 일대 3필지 4150㎡를 매입해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다.

 

황정준 씨(황현 전 소예 회장 아들)는 2004년 횡계리 일대 4필지 1731㎡ 매입했으며, 2008년에는 공유자 지분 일부를 추가로 매입했다.

 

토지를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한 경우도 있다. 고 고희선 전 의원(농우그룹 회장)은 2002년과 2006년에 횡계리 일대 7필지 11만 432㎡를 사들였다. 이후 2014년 고 전 의원이 사망하면서 부인 유 씨와 자녀 5명이 상속했다.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사장은 용산리 일대 1필지 5470.4㎡를 2005년 부인과 함께 공동 매입한 뒤 2021년 5월 부인에게 자신의 지분을 증여했다. 

 

정기숙 씨(김종서 세보엠이씨 회장 부인), 조금련 씨(권상문 전 삼성중공업 사장 부인), 고 신현택 삼화네트워크 회장, 김혜경 씨(홍평우 신라명과 회장 부인)는 횡계리 일대 2필지 2587.3㎡를 2002년과 2005년 공동 매입했다. 2006년 신현택 회장이 사망하면서 아들이 이 지분을 상속했다. 이후 조금련 씨가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했고 그 자녀가 정기숙 씨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해당 필지에는 4층짜리 펜션이 자리하고 있다. 

 

법원 압류로 소유주가 변경된 경우도 있다. 이현미 씨(박승로 전 동부건설 수주영업실장 부인)는 용산리 일대 3필지 2678㎡를 매입 후 2009년 공유지분 일부를 추가 매입했다. 이후 2015년 법원 가압류를 통해 소유자가 변경됐다. 이번우 전 케이디파워 회장은 2006년 용산리 일대 3필지 3만 9106㎡를 부인과 공동 매입했다. 이후 법원 압류로 매각되어 2015년에 소유주가 변경됐다.

 

2012년 이후 토지를 매각한 사람은 극히 일부였다. 당시 가장 논란이 된 강호동 씨는 언론 보도 이후 일부 땅을 매매했다. 강 씨는 용산리 일대 2필지 1만 9858㎡를 2009년과 2011년에 매입했는데, 부인과 공동으로 7억 1800만 원 현금으로 매입한 용산리 일대 1필지(5279㎡)를 2014년 4억 1600만 원에 매매하면서 약 3억 원을 손해 봤다. 나머지 땅은 아산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방래 전 강원도개발공사 사장 아들 조현준 씨는 2010년 용산리 일대 4필지 5470㎡를 매입했다가, 2020년 11월 A 주식회사에 매각했다. 해당 주식회사는 개발을 목적으로 이 일대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매매하지 않는 이유…민간 개발 무산 때문?

 

취재 결과, 당시 투기 논란이 불거진 토지는 대부분 매매되지 않은 채 나대지로 방치되거나 위탁영농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왜 토지를 매매하지 않았을까. 지역 관계자들은 “당시 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근 민간 개발이 무산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평창군 부동산 관계자 A는 “올림픽 이후 개발이나 투기 이야기가 확 사라졌다. 대규모 개발 같은 이야기도 없다. 만약 지금 토지를 팔려고 하면 당시 매입 가격의 절반도 안 된다. 5일장으로 비유하면 장이 다 끝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토지를 팔고 싶어도 수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관계자 B 씨는 “강호동 씨가 논란이 되면서 투기 논란이 불거졌고, 민간 개발 이야기가 다 들어갔다. 투기 논란 때문에 모두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C 씨는 “스키장 부근에 민간 개발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이야기가 아예 없다. 그런 거래들은 지역에 있는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 D 씨 역시 “올림픽 때 토지 거래가 반짝했다가 사라졌다. 당시 논란이 된 땅들은 주민들이 살거나 소유한 곳이 아니었고, 주로 브로커를 통해 거래돼서 우리도 잘 모른다. 주민들은 오히려 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토지 거래가 활발해지는 걸 반겼다”고 말한다. 

 

주민들 이야기도 같다. 인근에서 펜션을 하는 E 씨는 “부동산 거래가 거의 없다. 투기 논란 이후로 특별한 흐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F 씨는 “공인중개사 자체도 많이 없다. 지금은 땅을 팔려는 사람들이 많지, 비싸게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민간 개발 등이 모두 무산됐고, 논란이 된 연예인들이 땅을 팔면서 일단락됐다는 것이다. 재계 인사들은 토지를 그대로 방치한 상태인데, 현재 땅을 팔기도 개발하기도 힘들다는 설명이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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