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 반대’ 번복하며 게임사-이용자 간 정보 비대칭 해소에 방점
윤 당선인의 게임 관련 공약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 등 총 4가지로 요약된다. 이 중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이는 공약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방침이다.
캠프는 “지금까지 게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불투명한 확률 정보로 유저들의 불신을 받아왔다”며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게임사가 완전히 공개하도록 의무화해 게임 유저인 국민들이 게임사에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이머가 우선’이라는 정책 방향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현금을 주고 무작위 확률로 획득하는 아이템을 말한다. 운이 좋으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고가의 아이템을 뽑을 수 있지만, 게임사가 확률을 조작했다는 논란이 커지며 반발을 샀다. 고가의 아이템에는 낮은 확률을, 저가의 아이템에는 높은 확률을 부여했다는 문제 제기다.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수십 만 원부터 많게는 수천 만 원, 수억 원을 지불하는 이용자까지 나오면서 사행성을 부추겨 이익을 취한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갈등이 첨예한 이슈인 만큼 윤 캠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거나 세부내용을 보강해왔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1월 1일 게임 전문 매체 ‘인벤’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사행성 논란이 나오는 업계 환경을 경계하면서도 “게임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요인으로 수익성 추구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는 점에서, 기업으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영업비밀 공개 의무화 등의 강력한 규제도 무조건 능사가 아니다”라며 과도한 규제에는 선을 그었다. 구체적으로는 “법적 규제의 방향과 강도가 유저들의 신뢰 회복을 넘어 게임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과도해서는 안 된다. 유저들 입장에서도 각종 규제로 게임업체들이 힘들어지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어려워지는데, 이런 방향으로 게임산업이 흐르는 건 원치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1월 12일 ‘게임산업 발전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는 철저한 정보 공개를 첫 번째 원칙으로 제시했다. 윤 후보는 “공정거래를 위해서는 그 상품의 내용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으며 결국 그것이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기업에도, 그 산업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의 불공정 행위로 게이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 일정 규모의 게임사에 ‘게임물 이용자 권익보호위원회(가칭)’를 설치해 게임업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직접 감시·확률 완전 공개가 해답될까
이용자 참여 감시기구 외에도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개선, e스포츠 활성화가 정책에 포함됐다. 업계 관심사로 부상한 P2E(Play to Earn) 게임의 국내 허용 여부와 관련한 내용은 최종 공약에서 빠졌다. 윤 당선인의 게임 공약은 모두 게임 이용자의 편의 개선으로 귀결되는 방안이다. ‘게이머 우선’이라는 슬로건에 일면 부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회의적인 목소리가 꽤 크다. ‘투명성’이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게임 산업과 게임 이용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이 완전 공개된다면 플레이어는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만족할 수 있다”면서도 “확률은 게임에서 호기심, 기대감, 몰입감, 설렘과 같은 재미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뽑기형이나 완성형 확률 아이템을 공개하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하지만 모든 확률형 아이템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주요 게임사의 핵심 수익 모델인데 확률 정보를 완전 공개하는 것은 치명적이라 업계 반발이 뒤따를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사행성을 유도하는 특정 구조를 세밀하게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정태 교수는 “주요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등 타 사업군으로 노를 젓고 있는 상황에서 이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벌레 잡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작은 게임사들에게는 더욱 곤란한 문제다. 확률을 전부 공개하기 위해서는 사업 정책적인 부분, UI(User interface·사용자 환경),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 등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게임 콘텐츠 창작과 개발을 위축시킬 수 있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회의적이다. 사행성을 부추기는 명확한 부분만 제재하고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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