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드 수수료율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석유유통협회는 ‘고유가에 신용카드사 폭리, 주유소 카드 수수료율 조정해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 측은 “주유소 카드 수수료가 매출액의 1.5% 정률로 적용돼 유가가 오르면 수수료도 함께 오른다. 수수료가 유가 상승의 요인”이라며 “현행 1.5%인 수수료율을 1%로 인하하면 소비자의 유류비 부담을 연간 2425억 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한국석유유통협회 회장은 “주유소 카드 수수료율이 명목상 1.5%지만 유류세분까지 주유소가 수수료를 내 실질적으로는 3%를 부담한다. 주유소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 안팎에 불과해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3년에 한 번, 끝나지 않는 카드 수수료율 논쟁
카드 수수료에 불만이 있는 건 석유 업계만이 아니다. 전국 5800여 개 동네마트를 회원으로 둔 한국마트협회는 지난 2월 28일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고지에 항의하며 카드가맹점 해지 선언이라는 강수를 들고나왔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내려갔지만, 일반가맹점은 (카드사로부터) 현행 최고 수수료율인 2.3%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우대가맹점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영세업체, 일반가맹점은 연 매출 30억 원을 초과하는 중대형업체를 뜻한다. 우대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금융당국이 정하지만, 일반가맹점은 카드사와 협상해야 한다.
국내서 카드 수수료율은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적격비용(신용카드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에 기반해 금융당국이 산정하고 있다. 가맹점 규모에 따라 협상력에 차이가 있고, 영세가맹점의 수수료가 높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 때문이었다.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는 3년으로, 금융위원회는 2012년·2015년·2018년·2021년 네 차례에 걸쳐 카드 수수료율을 개편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12월 산정에선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업체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5%, 체크카드는 0.2%까지 내려갔다. 연 매출 3억~30억 원 사이 중소 업체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1~1.5%, 체크카드는 0.85~1.25%로 정해졌다. 적격비용 산정에 정부가 나서면서부터 카드 수수료율은 꾸준히 내려갔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 누적 경감분은 연 2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정부의 개입으로 영세업체가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 시기마다 관련 주체들의 잡음이 이어진다. 카드사는 지속적인 수수료율 인하로 적자를 낼 만큼 수익성이 낮아졌고, 가맹점은 형평성·비용 논의 과정의 투명성 등을 두고 반발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2018년에 이어 지난 2월 24일 TF팀을 꾸려 적격비용 제도 개선 방안 검토에 나섰다.
그렇다면 카드 수수료 갈등은 시장의 세 당사자(카드사·가맹점·회원) 중에서 나머지 한 축을 맡은 소비자(회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제도가 어떤 식으로든 개편되지 않으면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격비용 산정으로) 영세 소상공인은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의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일부 환급까지 받는다”며 “문제는 카드사가 역마진이 나면서 각종 소비자 혜택을 줄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9~2020년 카드 수수료 영업이익은 1317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 또한 “카드사가 수수료 부문에서 적자를 낼수록 각종 비용을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카드사는 구조조정으로 인건비를 줄이거나,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카드 부가혜택이 줄어들거나, 대출 또는 현금서비스의 이자를 높이게 된다. 정부가 개입해 수수료가 줄어든 만큼 카드사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드 의무수납제, 개선 필요하지만 폐지는 불리
더불어 적격비용 산정 논의가 시작되자 카드 의무수납제 검토 여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맹점이 카드 수납을 거절할 수 없는 의무수납제 때문에 카드 수수료 책정 과정에서 가맹점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카드 수수료 인상에 반발한 한국마트협회 또한 “어떤 상품이건 공급자와 수요자의 협상은 필수”라며 “의무수납제하에서 가맹점은 협상의 여지도 없이 카드사가 정해놓은 수수료율의 족쇄에 묶여 있다”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카드 의무수납제를 개선할 필요는 있지만 폐지 시 소비자에게 유리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 의무수납제는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제도로, 정부가 세원 투명화를 위해 카드 사용을 촉진한 것과 관련이 있다”라며 “지금은 페이 등 결제수단이 다양해진 만큼 1만 원 미만 금액은 카드 수납을 자율적으로 하는 식의 실험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선 카드만 쓰다가 현금 등 다른 수단을 챙겨야 하니 불편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형구 국장은 “의무수납제 폐지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며 “소비자 불편뿐만 아니라 현금 사용을 줄이는 와중에 화폐 발행이 증가하면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소비자 편익을 판단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이은영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대표는 “소비자는 카드 시장에서 이해관계자의 일부지만 가맹점이나 카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면서 “제도 개선 논의를 막 시작한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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