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투자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누가 될 것인지 서로 가늠했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주목했고,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이후 증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떤 후보가 당선돼야 자신이 투자한 곳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각자 셈법을 따지느라 분주했다.
뚜껑을 열어본 대선 투표는 우리의 예상보다도 더 초박빙이었다. 출구조사 결과도 방송사에 따라 달랐다. 거의 종이 한 장 차이에 승부가 갈렸다. 그만큼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시장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흔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 1~2년 간 증시가 호황을 누리는 이른바 ‘허니문 랠리’ 효과가 이어진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단기적으로 증시가 상승했다. 특히, 직선제로 바뀐 13대 대선인 지난 1987년 이후 대통령 임기 첫 해에는 코스피 지수가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17대 이명박 대통령 때만 제외하면 13대 노태우 대통령부터 19대 문재인 대통령까지 취임 첫해 코스피지수는 평균 20% 이상 상승했다. 이처럼 집권 초기에 허니문랠리가 나타난 것은 새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에는 자본 이동 자유화 정책과 서울올림픽 효과가 증시를 끌어올렸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후 ‘신경제 100일 계획’에 이어 ‘신경제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김대중 정부도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철폐 등의 정책을 내놔 임기 초반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경기 활성화 정책 등 단기 부양책이 나왔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747정책, 박근혜 정부는 474비전을 내놨지만, 대선이 증시 상승률에 크게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돼왔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현재와 같이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이 커진 시점은 2000년 이후로 봐야 하기 때문에 최근 4번의 결과로 판단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며 “최근 4번의 대통령 취임 후 증시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변 연구원은 또 “과거 대통령 취임 후 증시가 상승했던 사례들도 대통령의 경기 부양 혹은 새로운 정책 기대감이 반영됐다기보다는 세계 경기 호조 내지는 우호적 증시 환경 등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현재 경기 상황이 긴축적 스탠스를 필요로 하는 만큼 새로운 정책 모멘텀이나 강한 경기 부양 의지가 표출되기 쉽지 않아 대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긴축 등 우리 시장에 놓여있는 변수가 너무 많다. 대선 효과만 기대하고 투자하기는 어려운 시기다. 직장인 A 씨는 “대선 결과를 본 뒤, 글로벌 변수를 따져서 신중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코스닥 시장은 어땠을까. 코스닥 시장은 오히려 대선 이후 주가가 부진한 경우가 더 많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997년 대선을 포함한 5번의 경우에서 대선 1년 후 코스닥 지수가 오른 경우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2번 밖에 없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역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크게 차별화되지 못했다”며 “선거공약과 대표 캠페인에는 당시 시대정신이 포함되고, 이후 실제 정책에는 당시 경제와 사회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시대정신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후보들 공통으로 디지털과 탈탄소화 등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기 때문에 누가 되든 벤처를 통한 고용 확대가 예상된다고도 했다.
결혼식에서 주례는 신랑 신부에게 “검은 머리 파 뿌리가 되도록,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라”고 당부한다. 누가 대통령이 됐든 허니문 랠리까지는 아니어도 지수가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도록 악재보다는 호재가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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