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마냥 일에만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감정도 에너지도 정말 많이 소진 되어서 영혼까지 ‘번아웃’이 된 느낌이랄까. 그런데 웃기는 건 쉬는 날에도 그 자체로 쉬기보다 어디 나가서 뭔가를 하거나 집안정리라도 해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쉬고 싶지만 제대로 쉴 줄 모르는 내가 참 아이러니하네’ 하는, 생각이 드는 어느 날. IPTV에서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의 재방송을 우연치 않게 보게 됐다. 알쓸신잡은 각 분야의 잡학박사들이 모여 국내와 해외를 여행하면서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수다로 펼치는 여행 교양 프로그램이다. 2017년 6월 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18년 12월 시즌 3까지 방영되었는데, 첫 시즌 때는 방영을 시작한 지 1달 만에 ‘무한도전’과 ‘썰전’에 이어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로그램 3위에 뽑히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내가 우연히 본 시즌 3에는 소설가 김영하가 ‘문학박사’로, 도시계획박사 김진애가 ‘도시박사’로, 김상욱 교수가 ‘과학박사’로, 작가 유시민이 ‘잡학박사’로, 뮤지션 유희열이 ‘수다박사’로 분해 출연했다.
이들 각 분야 박사들은 각각 짝을 지어 약속된 여행지를 함께 돌아보고, 마지막에 모두가 모여 그 지역의 특식을 함께 먹으며 여행지와 연관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티키타카 수다로 이어나간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보게 된 방송에서 이들의 수다 내용 중 마음을 쳤던 건 소설가 김영하의 말이었다.
“저는 절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의 100%를 다하지 않아요. 쓸 수 있는 능력에 60~70%만 씁니다. 절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삶의 모토입니다. 인생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큰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내 능력이나 체력을 남겨둡니다. 온 힘을 다하지 않습니다.” 수다 도중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스타일이냐는 말에 대답한 소설가 김영하의 말이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열심히는 당연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훅 들어와 뒷통수 치고, 심지어 싸다구까지 내려치는 것 같은, 이 쇼킹한 발언은 무엇인가? ‘알쓸신잡 3’의 해당 에피소드를 다 보고 나서도 소설가 김영하의 말은 계속 뇌리에 남았다. 그리고 며칠 전 친구가 요즘 삶에 지쳐 보이는 나에게 건넨 SNS의 댓글이 떠올랐다. “우리가 잘 살려면 애를 써야 하는데, 애를 쓰려면 역설적으로 ‘애쓰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는 이 문장을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작가인 문요한 박사의 말에서 가져와 내게 주었다.
순간 소설가 김영하의 말은 문요한 박사의 ‘애쓰지 않는 시간’의 필요성과 어쩌면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인생 전체를 마냥 애쓰면서 살 수는 없다. 애쓰지 않고, 그러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고 에너지를 비축해야만 다시 애(최선)를 쓰고 싶은 것(욕망)도 생길 수 있고, 그것을 해낼 수 있는 힘도 생기니까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행위, 혹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쉼의 시간은 더 나아가서 볼 때 정말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절대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애쓰지 말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설가 김영하, 문요한 박사의 말에 순간 마음이 툭 내려갔다. 혹시 나처럼 이 두 사람의 말에 당신의 마음도 울컥한가? 그렇다면 그런 당신을 위해 이렇게 꼭 말해 드리겠다. “당신이 너무 애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됩니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그만 최선을 다하시길요.” 애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마음의 여유가 지친 당신과 내게도 꼭 생겼으면 좋겠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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