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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소주, 정용진 소주…'프리미엄 소주' 인기 끄는 이유

'서민 술' 희석식 감소세, 증류식 소주는 성장…젊은 세대 관심 늘고 온라인 판매도 영향

2022.03.08(Tue) 11:14:35

[비즈한국] ‘박재범 소주’로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원소주’​가 출시 일주일 만에 2만 병 완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할리우드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한국계 에바 차우가 출시한 증류주 ‘키(KHEE)소주’가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배우 고소영 등이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를 끌었다. 중장년층이 찾는 비싼 술로만 여겨지던 증류식 소주를 찾는 젊은 소비자가 늘고 있다. 

 

2012년 90억 원 규모였던 증류식 소주 시장은 2019년 380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20대 소비자 잡은 ‘원소주’, 증류식 소주 시장 커질까

 

힙합 가수 박재범이 개발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원소주’가 연일 화제다. 2월 25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인 원소주는 일주일간 총 2만 병이 판매됐다. 첫날에만 1만 병 가까이 판매됐으며, 7일의 판매 기간에 팝업스토어를 찾은 방문자가 3만 명 이상이다.

 

특히 원소주를 구매한 소비자의 상당수가 20대라는 점이 눈에 띈다. 원소주의 주요 타깃층은 30대 직장인이었지만, 팝업스토어 개점 후 오히려 20대 고객이 몰렸다. 업계에서도 원소주가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스타 마케팅 효과가 크긴 했지만 증류식 소주 구매에 20대가 몰린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원소주의 인기에 힘입어 증류식 소주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띠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크다. 

 

프리미엄 소주로 불리는 증류식 소주는 소수 마니아층에서 주로 소비됐다. ‘처음처럼’, ‘참이슬’ 등 희석식 소주가 대중적인 반면 ‘화요’, ‘일품진로’ 등의 증류식 소주는 도수가 높고 가격이 비싸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는 원재료부터 제조 방식까지 차이가 크다. 희석식 소주는 주정(에탄올)을 물로 희석하고 감미료를 첨가해 만들어진다. 반면 증류식 소주는 쌀·보리·옥수수 등의 곡물을 발효해 증류한 술이다. 희석식 소주를 만드는 주정은 동남아에서 수입한 타피오카 등이 원료이지만 증류식 소주는 대부분 국내산 곡물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는 원가에서 큰 차이가 난다.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은 “증류식 소주는 곡물을 발효해 만든 발효주를 증류해 생산한다. 판매 가능한 증류주 양은 발효주의 3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면서 “증류주는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저장 용기,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숙성하면서도 휘발분이 생겨 판매 가능한 술의 양은 더욱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가와 제조 방식, 숙성 과정으로 인해 증류식 소주는 희석식 소주와 비교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미식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증류식 소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진=화요 홈페이지

 

#“온라인 판매 가능하니까” 증류식 소주 시장 성장 가능성 높아  

 

대중적인 희석식 소주와 비교하면 증류식 소주 시장의 규모는 매우 작다. 전체 한국 소주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2조 5000억 원 수준인데 그중 증류식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증류식 소주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2012년 90억 원 규모였던 증류식 소주 시장은 2019년 380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1651㎘(킬로리터)였던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2019년 1714㎘, 2020년에는 1929㎘로 매년 늘고 있다. 희석식 소주가 매년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반대다.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2018년 91만 7959㎘에서 2019년 91만 5596㎘, 2020년 87만 4537㎘로 줄고 있다.

 

증류식 소주 시장 점유율 1위인 광주요그룹 ‘화요’는 2015년 매출 100억 원대를 달성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260억 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도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매년 일품진로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주 소비층이 중장년층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20대, 30대 소비자도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증류식 소주는 2016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류인수 소장은 “2016년 증류식 소주 열풍이 불면서 전통주 업계에서 증류주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후 증류식 소주 관련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석식 소주보다 가격이 비싸다 보니 증류식 소주를 찾는 소비층은 경제력이 있는 50대에 한정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미식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증류식 소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좋은 음식과 그에 걸맞은 술을 찾는 젊은 소비층이 많아지면서 증류식 소주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증류식 소주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진 것도 시장이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됐다. 원칙적으로 주류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어 있으나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정부는 전통주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7년 7월부터 온라인 통신판매를 허용했다. 화요, 일품진로 등 대기업에서 제조한 증류식 소주(일반 면허)가 아닌 지역특산주 면허,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가진 양조장의 증류식 소주는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류인수 소장은 “각 포털 사이트에서 손쉽게 전통주를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증류식 소주에 접근성이 높아졌다. 최근 증류식 소주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많아진 것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이라며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보니 마케팅만 잘하면 충분히 매출을 낼 가능성이 커졌고 이를 기대하고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걸리는 발효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도 많고 생주라 관리가 어렵다. 반면 증류주는 저장성이 높아 관리가 수월해 양조장 입장에서도 증류식 소주 시장이 커지는 것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인기 있는 증류식 소주가 늘고 양조장도 오크통을 수입해 증류주를 숙성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증류식 소주 시장이 추후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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