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제철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전후해 선포한 이른바 ‘S.H.E(안전·보건·환경)’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달 들어서만 두 명의 근로자가 연이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50대 근로자가 용해로에 아연을 녹여 철강제품에 도금하는 ‘포트’작업 중 485℃의 고온의 도금용 액체에 빠져 숨졌다. 이 사고 사흘 후인 지난 5일에는 현대제철 충남 예산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20대 하청업체 근로자가 철골 구조물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특히 당진제철소는 2010년 이후 매해 작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지금까지 30여 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당진제철소에서 2일 숨진 근로자는 별정직(무기계약직)으로 해당 작업은 위험이 높은 상황임에도 고령의 노동자를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제철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2020년 1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해당 공정의 도급이 금지되자 ‘별정직’을 신설해 유해작업을 맡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추락을 막을 충분한 방호울이 설치되지 않았고, 사고 당시 폐쇄회로 영상에서는 고인이 혼자 작업해 ‘2인 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진제철소는 고용노동부(노동부)로부터 지난해에만 두 번의 산업안전보건감독이 이뤄졌지만 해당 작업의 위험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 당진제철소와 본사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했고 10월에도 당진제철소에 대한 수시근로감독을 진행해 종합안전진단 명령을 내렸으나 또 사고가 발생했다.
예산공장에서 숨진 20대 근로자는 현대제철이 위탁생산을 맡긴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다. 이 근로자는 작업 중 1톤 가량의 금형기 일부가 떨어지면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이은 사망 사고 발생으로 현대제철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노동부와 경찰의 집중 조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올 1월 27일부터 전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 2명 이상 부상 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한다. 이 법은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하고 법인에도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안전경영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로 당진제철소장인 박종성 부사장을 겸임시켰다. 본사에 30여 명의 안전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또한 현대제철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S.H.E’라는 섹션과 ‘안전한 100년 제철소 구현’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안전경영을 강조해 왔다.
노동부는 잇따른 사고와 관련해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동부는 7일 경찰과 합동으로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서울사무소, 서울영업소, 현대기아차 사옥 서관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관계당국은 현대제철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지난 2일 박종성 부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3일에는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현대제철 측은 “안전경영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안타까운 사고 발생으로 무척 당혹스럽다. 고용노동부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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