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움직임으로 한때 주가가 급등했던 부광약품이 역풍을 맞고 있다. 김동연 회장 일가가 치료제 개발 포기 선언 직전 주식을 대량 처분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떠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부광약품이 임상 2상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개발 포기를 선언한 것은 지난해 9월 30일. 김 회장 일가는 이 시점으로부터 약 3개월 전 361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달 말 김 회장 일가를 검찰에 고발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고발…두 차례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부광약품 소액주주 소송단은 2월 22일 서울중앙지검에 김동연 회장 일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소액주주들은 김 회장 일가가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2상 실패를 확인하고 개발 포기 사실을 알리기 전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다고 주장한다. 사측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숨기고 회장의 자녀 등 특수관계인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 제기다.
부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레보비르 캡슐’의 두 번째 임상시험(CLV-203)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며 지난해 9월 30일 치료제 개발을 포기했다. 2020년 3월 개발에 돌입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주 평가변수인 활성 바이러스양 감소에 대해 위약군 대비 유효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이 같은 내용이 장중에 발표되자 부광약품 주가는 종가 기준 1만 5000원으로 전날 2만 600원 대비 27.18% 폭락했다. 코로나19 관련주로 기대를 모으며 2020년 중순 4만 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날을 기점으로 1만 원 초반대로 주저앉았다.
소송에 참여한 한 소액주주는 “사측이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결과값을 노출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임상과 관련한 일부 수치나 데이터 등의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회장 일가 등 일부 대주주들이 일반 주주들은 접근할 수 없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판단했다”며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김동연 회장의 장남인 김상훈 전략기획총괄(CSO) 등 4명의 자녀 및 손주는 지난해 6월 16일 총 361억 원 치의 주식을 대량 매도해 현금화했다. 하지만 소송단이 문제 삼는 건 주식 매도 사실 자체만이 아니다. 소액주주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킴스는 회장 일가가 두 차례에 걸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임상시험 계획 관련 미공개 정보 제3자 유출 의혹
먼저 2020년 12월 15일 SNS 단체대화방에서 미공개 정보가 제3자에게 발설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내용은 △첫 번째 임상시험(CLV-201)이 2021년 1월 중 마무리될 것 △CLV-203 임상 2상이 곧 신청될 것 △미국 식품의약품(FDA)에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신청할 것이라는 정보였다. CLV-201은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였다. 이 임상시험 결과 고혈압 환자 중 레보비르 투약군에서 위약군보다 바이러스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중증에 이어 경증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후속 임상을 진행한 것이 CLV-203이다.
법무법인 오킴스에 따르면 고액투자자 정보 공유 단체대화방에서 익명의 한 인물이 이 같은 내용을 공유하며 해당 정보의 출처가 김동연 회장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국내 제약사가 FDA에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한다는 소식이 발표되면 주가가 크게 반응한다.
이 세 가지 정보는 가까운 시일 안에 모두 사실이 됐다. CLV-201 임상은 2021년 1월 28일에 모집, 한 달 뒤인 2월 26일 마무리됐고 CLV-203 2상 임상은 1월 7일에 신청됐다. 이어 2월 5일에 부광약품은 FDA로부터 레보비르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개발 포기 3개월 전 361억 원 치 주식 처분
또 다른 미공개 정보 공개 정황으로 꼽히는 것은 개발 포기 선언을 앞둔 시점. 김 회장 일가가 2차 임상 실패를 미리 인지한 후 주식을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대량매도한 것이다. 김상훈 전략기획총괄 등 회장 일가는 지난해 6월 16일 총 193만 8000주를 주당 1만 8650원에 처분해 361억 4370만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소액주주들은 사측이 임상 절차를 지연시켰다는 의혹도 품고 있다. CLV-203 임상 대상자는 최초 모집(40명) 이후 4월 13일(40명)과 6월 11일(23명) 추가로 확보됐는데, 이 과정이 회장 일가가 5일 후 주식을 대량 처분한 사실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송대리인 엄태섭 변호사는 “최초 모집과 2차 모집 대상자 80명의 결과를 받아본 후 최종 임상 결과가 안 좋을 것이라는 예측하고 주식 매도를 결정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법인의 내부자, 준내부자가 업무와 관련한 중요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기 전에 매매 등 거래에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 이용하게 하는 행위는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에 해당한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를 접할 기회와 권한을 방치할 경우 자본시장의 신뢰가 깨지기 때문에 법으로 제재한다.
임상 대상자 모집 등 임상 관련 절차나 회장 일가의 주식 대량 매도는 언론 보도, 공시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공개된 내용이다. 부광약품은 김동연 회장 일가의 주식 대량 매도의 사유를 ‘특별관계자 국세납부 및 부채상환을 위한 시간외 장내 매도’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소송단은 김 회장 일가가 부정적인 임상 결과를 미리 인지한 후 개발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본다. 엄태섭 변호사는 “김상훈 전략기획실장은 실시간으로 임상 진행 상황을 보고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발 중단 발표 직전까지도 사측은 긍정적인 예측을 내놓았는데 회장 일가가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했다면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소송단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제기에 대해 “고발장을 받아 본 뒤 회사의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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