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919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독립 만세의 함성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바다 건너 제주에도 울려 퍼졌다. 같은 해 3월 21일부터 4일 동안 벌어진 조천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제주 전역에도 만세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운동이 시작된 조천만세동산에는 그 뜻을 기리는 ‘3.1독립운동 기념탑’과 ‘애국선열 추모탑’, ‘제주항일기념관’이 자리했다.
#조천에서 서귀포까지 제주의 3.1운동
원래 이름은 조천읍 미밋동산이었다. 천혜의 포구를 갖춘 조천리는 조선 후기부터 애월읍 화북포와 함께 제주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일제강점기에도 이곳은 목포와 뱃길로 연결되는 해상 교통 요지였다. 3.1운동 당시 서울에서 만든 독립선언서도 뱃길을 통해 조천으로 들어왔다. 조천 출신으로 서울 휘문고보 학생이었던 김장환이 만세운동에 참가한 후 시위자 색출 작업이 시작되자 독립선언서를 품에 숨긴 채 귀향한 것이다.
집에 돌아온 김장환은 숙부인 김시범을 찾아가 3.1운동 소식을 전했고, 이튿날 당숙 김시은 등 조천의 유지들은 만세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제주 상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조선의 신흥 세력은 자녀들이 서울과 일본 등지로 유학을 떠나면서 민족과 계급 의식을 흡수했던 것이다. 일본 유학생이던 김장환의 아버지 역시 송진우, 신익희 등과 교분을 나누며 항일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였다.
조천의 독립운동세력이 잡은 결행일은 3월 21일이었다. 이날은 제주에서 명망 높던 유학자 김시우의 기일이었다. 유림 세력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어 선택한 날로, 다른 지역에서 보통 장날에 만세운동을 벌인 것과 같은 이유였다. 이들은 비밀리에 태극기를 제작하는 등 시위를 치밀하게 준비했다. 드디어 거사일이 밝자 150여 명의 사람들이 미밋동산으로 모여들었다. 대형 태극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김시범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김장환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자 군중들도 만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일본 경찰에 막히고, 시위대는 강제 해산당했다.
하지만 일경의 탄압에도 만세운동의 열기는 식지 않고 이어졌다. 매일 벌어지던 시위는 4일째인 24일 조천 오일장이 열리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날은 무려 1500여 명에 달하는 군중이 만세 시위를 벌였다. 첫날에 비해 열 배가 늘어난 숫자였다. 일경의 가혹한 탄압으로 조천의 만세운동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만세운동의 불길은 제주 곳곳으로 퍼져 4월에는 서귀포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승려에서 해녀까지, 제주의 항일운동
조천만세동산의 제주항일기념관에선 만세운동을 비롯한 제주도의 항일운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조천만세운동보다 1년 앞서 일어난 법정사항일운동은 제주 독립운동의 효시로 손꼽힌다. 1918년 10월 7일 제주도 도순리 법정사 승려들을 중심으로 인근 마을 주민들 수백 명이 일본인 축출과 국권 회복을 주장하면서 일본 경찰 주재소를 습격하는 등 본격적인 무장 투쟁을 벌였다. 이는 일제의 무단통치가 행해지는 동안 국내 다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립운동이었다.
1930년대에 벌어진 해녀항일운동은 조천만세운동, 법정사항일운동과 함께 제주도 3대 항일운동으로 불린다. 항쟁의 원인은 일제의 가혹한 수탈이었다. 강제합병 이후 일제의 횡포는 점점 더 심해졌다. 그러던 중 일본인 관리들이 해녀들이 채취한 수산물을 헐값으로 매입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해녀들은 공동 투쟁을 시작했고, 세화리 장날 벌어진 시위에서는 마침 지역을 순시하던 일본인 제주도사(제주도지사)가 탄 차량을 포위하고 해녀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일제는 이 약속을 지키는 대신 대대적인 검거와 탄압을 가했고, 결국 해녀들의 시위는 잦아들고 말았다. 1931년부터 시작해 이듬해 초까지 연인원 1만 7000여 명의 해녀들이 일제의 횡포에 맞서 무려 238번의 시위를 벌인 해녀항일운동은 우리나라 최대의 어민운동이자 제주도 최대의 항일운동이다.
<여행정보>
조천만세동산
△주소: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1133-2
△문의: 064-738-2008
△이용시간: 상시(제주항일기념관은 09:00~17:30, 1월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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