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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성장' 전망 연초부터 우크라이나·고유가 변수로 흔들

'세계 경제 4.9% 성장, 두바이유 73달러'로 세운 기준…러시아 경제 제재에 유가 100달러 코앞

2022.02.25(Fri) 17:03:19

[비즈한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경제성장률은 발목이 잡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100% 수입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3% 성장률을 예상했던 정부나 한국은행 모두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이나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성장률 하락과 함께 최근 물가 급등 흐름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변수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유가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가 리터 당 2,29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등을 공격한 직후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보고를 받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침공 억제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이날 서훈 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2차례 개최하고 기업과 교민 보호를 위해 24시간 비상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민 안전 확보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지 않다고 보고 비상 대응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사태로 우리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5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국내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24일 배럴당 98.6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배럴당 77.11달러)과 비교하면 27.9% 급등한 수준이다. 현재 유가 흐름으로 볼 때 조만간 2014년 9월 이래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종가 기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원유수출 규모가 일일 평균 492만 배럴(2020년 기준)로 사우디아라비아(734만 배럴)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에 따른 국제 사회의 대러 제재는 올해 고유가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정부나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내놓으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나 국제유가 고공행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2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2%로 잡았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성장을 이루고 물가도 안정되게 잡을 수 있다고 본 셈이다. 경상수지도 800억 달러 흑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올해 들어 해소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정부는 실제 이러한 거시 경제지표의 전제 조건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4.9%,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73달러를 삼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라는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위기가 터지면서 국제유가가 정부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유가가 급등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도 뛰어오르게 되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거나 심할 경우 적자를 기록하면서 성장률에 타격을 입히게 된다. 실제 최근 유가 상승에 12월부터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상태이며 소비자 물가는 3%대 고공행진 중이다.

 

한은은 24일 새로 제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0%로 지난해 11월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병목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전망치(2.0%)보다 대폭 올린 3.1%로 수정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10억 달러(2021년 11월)보다 낮은 700억 달러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은의 이러한 전망치도 며칠 전에 만들어진 만큼 발표 당일에 벌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2월 성장률·물가 전망의 전제 조건으로 올해 세계 경제는 4.3% 성장하고, 원유도입단가는 배럴당 85달러로 예상한 점이 이를 보여준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24일 경제전망치를 발표하면서 “만약 전면전을 전제로 하면 원자재 가격 등이 크게 올라 물가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서방이 경제 제재 수위를 상당히 높이면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국내 생산과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혀 전망치보다 나빠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지속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1.1%포인트 상승하며, 경상수지는 305억 달러 줄어든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르면 성장률 하락폭은 0.4%포인트,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1.4%포인트로 확대되고, 경상수지 역시 516억 달러 감소한다. 

 

경제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면 러시아산 원자재 수입이 금지되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더욱 오르게 될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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