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한 달간 전 세계의 군사전문가들은 긴장이 높아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위기(Russo-Ukrainian crisis)에 눈과 귀를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10월부터 러시아가 약 13만 명 이상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집중하면서 시작된 이 위기는, 단순 군사 훈련일 뿐이라는 러시아 측의 주장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주장이 서로 대립하면서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논쟁이 계속되기도 하였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 상황이 간단히, 빨리 해결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일단 러시아가 상황을 무척 장기 대치상황으로 끌고 있다. 이미 2021년 4월부터 러시아는 통상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수백 대의 전차와 장갑차, 미사일 차량을 이동시켰다가 은근슬쩍 국경지대에 병력을 축적했고, 미국이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날짜를 못 박았을 때에도 병력을 일부는 철수하고, 일부는 이동시켜서 각국 정보기관과 민간 군사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OSINT(Open Source Intelligence) 활동에 혼란을 주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 어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지 누구나 알 수 있고, SNS에 군부대의 이동 상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세상에도 맘먹고 전쟁을 숨기려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 대결을 둘 다 원치 않는 것도 사태를 애매하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해야 하는 와중에 러시아와도 갈등을 키울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만약,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켜서 미국이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한다면 러시아는 당연히 중국의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으며, 이미 생필품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러시아는 국제 거래나 금융까지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고, 중국은 러시아와 강한 동맹을 맺는다면 미국보다 부족한 핵무기 전력을 역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러시아 역시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면서도 중국에 금융과 경제가 예속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니, 결국 두 국가 다 ‘화끈한 한 방’으로 상황을 바꿀 의사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이 전쟁으로 바뀌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는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와 교훈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갈등이 새로운 전쟁의 모습을 마치 영화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스포일러 같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첫 번째 교훈은 현대전에도 여전히 정찰과 정보 획득은 방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는 ‘알면서도 당하게 만드는’ 전략으로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을 속였다. 수많은 SNS에서 러시아군의 장비와 병력 이동 상황을 보여주고, 군은 물론 민간 위성까지 러시아군의 배치와 전개를 분석했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러시아군이 진짜 언제 침공할지를 판단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이런 전략을 깨려면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정찰이 필요하다. 러시아군은 민간 위성이 자신들을 보고 있고, 부대 이동을 할 때 SNS에 업로드된다는 걸 미리 알고 움직였다. 이런 행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은밀 침투형 스텔스 무인기, 긴급 발사가 가능한 소형 군집위성 들로 적이 언제 어디서 나를 보고 있을지 알기 어려운 시점에, 적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정찰하는 수단이 중요해질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예비 전력이 현대전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경우 60여 개의 대대전술그룹(Battalion Tactical Group)을 동원하여 우크라이나군을 능가하는 병력을 국경에 배치했지만, 출산율 저하로 인한 징집병 부족으로 현지 반군과의 협력에 의존하고 우크라이나 외의 국경지대 병력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었다. 예비군을 동원체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준비가 부족한 예비전력은 병력이 많아도 큰 효용성이 없다는 것 역시 또 다른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자원해서 예비군 훈련을 수행하고, 또 몇몇 부자들은 자기 돈으로 산 비싼 개인장비를 SNS에 인증하는 유행을 겪기도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예비군 육성과 훈련, 무엇보다 예비군용 무기 비축량이 절대 부족해서 실제 전쟁이 터질 경우 국토 방어 이들 예비군이 도움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높은 애국심을 좋은 장비가 보조할 수 있었다면, 러시아의 위협은 한풀 꺾였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 교훈은 비핵 보복능력의 중요성이다. 우크라이나는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한 몇 안 되는 국가로서, 이번 위기에서 많은 불리함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지역 분쟁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지만, 러시아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내비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도우려는 유럽 국가들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경제력이 낮고 국방예산이 부족하지만, 구소련의 유산 덕분에 상당한 미사일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의 대대전투단에 대해서 개전 시 즉각 기갑부대를 공격 할 수 있는 에이태킴스(ATACMS)급 미사일을 대량으로 배치했다면 러시아는 방공망 구축에 힘을 쏟느라 부대 이동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공군력도 같이 준비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우리 군이 수년간 추진한 ‘압도적 대응’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밀덕텔링]
해병대 포함 준 4군 체제 개편이 불러올 변화는?
· [밀덕텔링]
극초음속 미사일, 정해진 계획대로 대응하면 된다
· [밀덕텔링]
'비싸도 투 트랙' 북한은 왜 같은 미사일을 두 종류 만들까
· [밀덕텔링]
역대 최대 K-방산 수출, 마지막 열쇠는 '한반도 평화 정착'
· [밀덕텔링]
대한민국 미래를 지키는 창 '하이코어' 쏘아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