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 악재 속에서도 국내 대형 로펌들의 실적은 양호하다. 지난해 10대 로펌들의 매출 총합이 3조 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김앤장을 제외한 로펌들의 순위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특히 로펌들의 매출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주요 기업 사건 수임인데, 그러다 보니 기업들을 ‘단골’로 만들기 위한 경쟁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과거엔 인연, 지금은 홍보
사례 1. 아직 제대로 경영 승계를 받지 않은 금융기업 오너 일가 3세 A 씨는 최근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대내외에 크게 드러나지 않은 A 씨가 회사 업무 관련 상담을 하기 위해 대형 로펌 측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해당 로펌 소속 파트너급 변호사들이 여럿 들어와 인사를 하려 했기 때문. 그 정도로 중요한 법률 자문 미팅 건이 아니었지만, 로펌 측은 그 자리를 통해 A 씨에게 꽤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사례 2. 최근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은 B 사는 수사를 앞두고 여러 로펌으로부터 변호를 맡기라는 제안을 받았다. 몇 곳은 예상보다 낮은 금액을 불러 되레 의아할 정도였다. 로펌들은 “첫 사건이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가격을 크게 부르지 않았다”고 설명했고, 결국 B 사는 이들 중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대형 로펌을 선택했다.
로펌들 사이에서 ‘기업’을 고객으로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세평이나 회사 내 법률 담당자들의 개인적인 인연이 닿는 곳을 주된 법률 자문 로펌으로 선택했다면, 이제는 사안마다 로펌들이 ‘사건을 맡겨달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자문이나 상담 등 기업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도 경쟁 불붙여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 정기적으로 법률 자문을 맡은 로펌들 간에 경쟁을 붙이는 분위기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소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과거에는 그냥 과거 인연을 토대로 자문 계약을 연장했는데, 얼마 전에 해당 회사에서 ‘법률 자문 계획을 브리핑하라’고 해서 깜짝 놀라 간 적이 있다”며 “그 자리에 가보니 내로라하는 로펌들이 다 와서 법률 자문을 제안하는데, 기본적인 자문은 아예 돈을 받지 않고 추가로 발생하는 사안의 법률 자문에만 돈을 청구하겠다는 곳도 있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물론 그동안 함께 한 인연을 바탕으로 자문 계약을 지켰지만 수년 내에 대형 로펌에 뺏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B 사의 사건을 선임한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에는 처음 거래하는 대기업들의 경우 아예 ‘수천만 원만 받아도 된다’고 윗선에서도 가이드가 내려오곤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지고 가기 위한 로펌 나름의 전략적인 접근”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특허나 송무(민사) 관련 3~4년 이상 거래를 하게 되면 해당 회사 역시 그동안 일처리를 했던 로펌을 꾸준히 선택하게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로펌 입장에서도 무조건 손해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최근 형사 사건이 대거 줄어들면서 2~3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함께 가야 하는 특허나 계약 관련 법적 자문 및 송사,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관련 사건 등을 따내기 위한 로펌들의 영업 전략이라는 평이다. 대형 로펌들에게 매출 기여가 큰 사안을 확보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는 과감하게 이익을 포기하고 가는 셈이다.
앞의 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 역시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 로펌들이 정말 발빠르게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기업들에게 상담을 해주는데, 비용을 거의 안 받고 기업 담당자들을 불러다가 설명회를 하는 곳도 있더라”며 “과거 로펌들의 영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대형 로펌들의 영업 경쟁도 체계화되고, 이를 오히려 기업들이 유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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