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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공유 늘어나는데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 사라진 까닭

서울 23개 대학 모여 출발했으나 재정 부족…교육부, 최근 지역 공유대학 플랫폼 구축은 지원

2022.02.18(Fri) 09:09:47

[비즈한국] “학점교류를 통해 저희 학교에 없는 과목도 들을 수 있고, 다른 학교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2020년 2학기에 학점교류를 했던 신정민 씨(가명·​23)의 말이다. 역시 학점교류 경험이 있는 김상현 씨(가명·26​​)는 “​학문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 학기를 통째로 교류해본 적이 있다. 다양한 교수님을 만나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2018년 서울 소재 23개 대학이 야심 차게 내놓은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이 흐지부지 사라졌다. 최근 지방에서는 지자체와 대학들이 공유대학 플랫폼을 새로이 추진하고 있어, 서울 지역의 사업 중단 이유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한 대학교의 강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19 확산 등이 겹치면서 대학들은 미래교육 대안으로 ‘공유대학 체제’를 내세우고 있다. 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효율적으로 강의, 학과를 공유하자는 방안이다. 이에 2018년 서울시 소재 대학 총장들이 구성한 협의회인 서울총장포럼에서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을 구축했다. 가톨릭대, 건국대, 광운대, 동국대, 동덕여대, 명지대, 삼육대, 상명대, 서경대, 서울과기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공회대, 성신여대, 세종대, 숙명여대, 숭실대, 중앙대, 추계예술대, KC대, 한국외대, 한성대, 홍익대 등 23개 대학이 참여했다.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은 대학 간 학점교류, 공동프로그램 운영 등을 포함한 시스템이다. 서울시가 예산 10억 원을 지원해 플랫폼을 구축했다.​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은 다소 편리한 방식으로 학점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엔 학점교류를 원하는 학교에 일일이 들어가 정보를 찾아야 했지만,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통합적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의 학점교류 신청 방법 설명서. 한눈에 학교별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서울 공유대학 플랫폼


기대감도 컸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참여함은 물론 향후 학점교류뿐 아니라 공동교육과정 개발 및 공동·복수학위제 운영, 연구장비·시설 공유, 평생교육공간으로서의 지역사회 기여 등 활성화 방안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대학 간 공유대학이 활발해지면서 미래교육의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서울총장포럼은 “최근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 재정 확보의 어려움, 대학교육의 개방성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 등 다양한 대내외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공유대학 플랫폼 개발이 완료됨에 따라 이를 활용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높은 대학 간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은 3000여 개 과목을 공유하고, 23개 대학 학생뿐 아니라 시민에게도 개방된 온라인 강의를 제공했다.

 

기대 속에 시작한 서울공유대학 플랫폼은 ​결국 약 1년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학점교류 건수가 줄면서 운영이 중단됐다는 지적이 많다. 2018년 2학기 첫 시행 때는 약 400건의 학점교류가 있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2020년 1학기에 83건에 그쳤다.

 

재정적 이유도 큰 것으로 지적된다. 운영에 연간 3억 원 정도가 필요한데, 이를 계속 운용할 돈이 없는 탓이다. 교육부의 재정지원도 없었다.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 구축을 주도한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교육부에서 공유대학 플랫폼이 필요없다면서 지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플랫폼 개발도 서울시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 ​홈페이지는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자료는 서울시립대 서버에 저장돼 있어 ​재정이 투입되면 언제든 다시 운영할 수 있다. 또 공유 플랫폼은 사라졌지만, 대학 간 협의에 따라 강의·학점 교류는 가능하다.

 

#재정지원 안 된다 거절했지만…정책 목표는 ‘대학 간 교류 확대?’

 

최근 공유대학 구축은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11월에는 부산시·부산 6개 대학이 공유대학 플랫폼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시 주도로 플랫폼 구축이 이뤄진 셈이다. 교육부의 대규모 지원사업도 있다. 교육부는 ‘2022년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에서 국비 2440억 원을 지원해 추진했다. 울산·​경남에 USG 공유대학, 광주·​전남에 iU-GJ 공유대학, 충북에 Bio-PRIDE 공유대학, 대전·세종·충남에 DSC 공유대학 등 총 6개의 플랫폼을 운영한다. 

 

지역혁신사업에 더해 교육부는 ‘디지털기반대학 혁신지원사업’을 통해 공유대학 체계를 확대했다. 역시 지역 내 대학 간 학점 공유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48억 원 규모로 지원 예정이다. 

 

교육부 지원사업의 핵심은 대학 간 ‘공유’다. 학령인구가 줄면 공유대학 체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교육부의 정책 기조 역시 여기에 있다. 2020년 10월 5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10대 정책과제’에는 대학 교육과정 공유, 학점교류학점인정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2020년 10월 5일 교육부가 발표한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10대 정책과제’ 중 일부 내용. 사진=교육부

 

대규모 지원을 통해 대학 간 공유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는 교육부가 서울 공유대학플랫폼의 지원을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즈한국’은 교육부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다. 담당 부서가 사라져 내용을 알고 있는 실무자가 없었다. 

 

이에 김대종 교수는 “지금 교육부에서 몇천억 원을 들여 공유대학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은 이미 구축이 완료된 상태다. 한두 개 학교가 참여하는 게 아니라 서울에 있는 대학이 대규모로 참여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을 개방만 하면 전국 단위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교육부가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플랫폼은 연 3억 원 정도만 들이면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원의 필요성을 더욱 느낀다”며 “처음 우리가 지원 요청했을 때는 필요 없다고 거절했다가, 나중에 필요성을 느껴서 교육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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