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주식시장에 연일 파란불이 켜지며 개미들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스피는 1월 이후 3000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코스닥은 800~900선을 횡보하며 하락장이 이어졌다. 업종 전반의 추세가 좋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하락세가 심한 업종이 있다. 바로 게임주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14일 종가 기준 게임소프트웨어 업종지수는 전년 대비 30.3%, 전월 대비 15.9%나 떨어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신작 흥행 실패에 실적 부진… 무너진 대장주들
최근 게임 업계 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게임업체들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했다. P2E(Play to Earn) 게임 ‘미르4 글로벌’로 화제를 모은 위메이드는 4분기 영업이익(2540억 원)에서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의 매각이익을 빼면 285억 원에 그친다는 점이 드러나자 주가는 11일 9만 5800원까지 내려갔다. 9일(14만 9900원) 대비 36.1%나 떨어진 수치다. 한때 게임주 1위였던 크래프톤은 4분기 영업이익(430억 원)이 3분기(1953억 원)보다 78% 가까이 줄어드는 등 부진하면서 11일 주가는 전일 대비 12.8% 하락한 29만 5000원을 기록했다. 컴투스 또한 지난 11일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것이 알려지자 14일 종가(10만 7900원)는 11일(12만 2700원) 대비 12.1% 하락했다.
그러나 게임주의 무서운 하락세는 4분기 실적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미 지난 연말부터 내려가기 시작해 한 차례 더 꺾였을 뿐이다. 한국거래소 정보 데이터시스템을 통해 지난 3개월(2021년 11월 15일~2022년 2월 14일)간 ETF 주가 등락률 하위 50종목을 집계했을 때, 코스닥 선물 레버리지(1~5위)를 제외하면 게임 관련 ETF가 하위 톱10을 채웠다. △TIGER KRX 게임 K-뉴딜(-33.41%) △KODEX 게임산업(-33.17%) △HANARO Fn K-게임(-31.78%) △KBSTAR 게임테마(-30.45%) △TIGER K게임(-30.41%)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실제로 ETF 포트폴리오에 속한 주요 게임업체의 주가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게임업체들의 주가가 주저 앉은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신작의 부진으로 인한 기대감 하락과 실적 악화가 크다. 예를 들어 대표 게임주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신작인 ‘블레이드&소울2(블소2)’와 ‘리니지W’가 제대로 흥행하지 못하면서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이 시작됐다. 시장은 블소2의 예상 매출을 일평균 70억 원대로 예상했지만, 출시 한 달 후 블소2 일평균 매출은 10억 원대에 그쳤다. 블소2 출시 전날인 2021년 8월 25일 종가는 83만 7000원이었으나 출시 당일(8월 26일) 70만 원대로 급락하더니, 9월에는 50만 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리니지W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11월 4일 리니지W 출시 이후 주가가 회복되는 듯했으나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잇따른 신작 부진의 배경에는 게임 이용자들의 불신이 깔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초부터 확률형 아이템과 과도한 과금 논란을 겪고 있었는데, 기대작이었던 블소2와 리니지W마저 출시 이후 “게임 퀄리티가 낮고 무리한 과금을 유도한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크래프톤도 신작 출시 이후 주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1월 시장의 기대감 속에 신작 ‘배틀그라운드 : 뉴스테이트’를 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이후 “뉴스테이트의 트래픽이 기대한 수준만큼 올라오지 못했고, 출시 초반 과금 콘텐츠도 제한적이었다. 영업이익은 주식 보상비용, e스포츠 개최 관련 지급 수수료, 뉴스테이트 마케팅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늘었다. 크래프톤 강점인 배틀그라운드 IP의 프리미엄 하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뉴스테이트의 여파 탓인지 지난해 말 50만 원 전후를 기록한 크래프톤 주가는 올해 들어 줄곧 내려가 20만 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상장일(2021년 8월 10일) 종가 45만 4000원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이 외에 넷마블·위메이드·컴투스 등의 업체는 별다른 신작을 선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6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출시하고, 펄어비스는 메타버스 게임 ‘도깨비’ 출시 발표로 기대감을 얻었지만 두 업체 모두 주가를 방어하는 데는 실패했다.
#불안정한 증시 상황에 실적·성과 뒷받침 돼야 방어 가능
물론 게임주의 급격한 하락 원인으로 외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했고, 공포감으로 세계 증시가 하락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공급망 이슈에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졌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조기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을 예고하면서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유동성이 위축되고 투자 열기와 거품도 꺼지기 시작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엔 실적이 나오지 않는 업체라도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높아졌는데, 이제는 코로나19 등 환경이 좋지 않자 실적을 고려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는 P2E,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신기술로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컴투스는 NFT 기반 P2E 게임 ‘크로매틱소울: AFK레이드’ 등의 론칭을 앞두고 자체 가상화폐 ‘C2X’를 발행할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 ‘쿠키런’ 시리즈를 보유한 데브시스터즈도 NFT 사업 준비에 착수했고, 크래프톤은 지난 9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와 NFT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승훈 연구원은 “NFT 사업 등이 지금까지 계획단계였다면 올해부턴 출시 등 구체화하는 단계다.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면 시장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며 전망을 긍정적으로 점쳤다.
하지만 결국 주가 회복을 위해선 P2E·NFT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훈 연구원은 “지난해 오른 주가에 이미 NFT나 P2E을 향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지금은 가상화폐 가치가 하락한다 데다 P2E가 낼 효과를 향한 의구심이 높아진 상태다. 게임주가 반등하려면 매출을 내든, 유저 수가 늘어나든, 기록적인 플레이 수를 내든 결국 P2E를 통해 유의미한 아웃풋을 내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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