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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수지·무역수지 '적신호'…'쌍둥이 적자' 한국서도 만성 되려나

4년 연속 재정수지 적자, IMF 때보다 길어…원유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 우려

2022.02.11(Fri) 17:23:43

[비즈한국]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 증액을 놓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마련한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으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이 어려운 만큼 추경 규모가 35조 원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50조 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이번 추경만으로도 올해 통합재정수지(정부의 모든 수입에서 모든 지출을 뺀 차이) 적자 규모는 68조 1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통합재정수지가 1997년 외환위기에도 겪어보지 못한 4년 연속 적자를 예고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12월부터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서면서 ‘쌍둥이 적자’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마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강화된 방역조치가 계속 연장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 피해업종에 대한 지원은 한시도 늦출 수 없다”며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치권의 추경 증액 요구에 대해 “정부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사각지대 해소 등 합리적 대안에 대해서는 성심껏 검토하겠다”며 증액 가능성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의 요청에 민주당은 대선 공식선거운동 시작(15일) 전인 14일을 추경안 처리 시한으로 제시하며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야가 대선 표를 의식해 추경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데 반해 정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어 조속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제신용평가사는)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 우려하면서, 이번 추경처럼 소위 컨트롤(통제) 밖에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지금 여야가 이야기하는 35조 원, 50조 원 규모는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을 명백히 드린다”고 말했다. 추경 대폭 증액으로 재정건전성이 더 나빠질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계속된 예산안 대폭 증액과 잇단 추경 편성으로 통합재정수지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한 2018년 통합재정수지는 31조 2000억 원 흑자였으나 2019년에 12조 원 적자로 돌아서더니 2020년에는 적자 규모가 71조 2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통합재정수지는 90조 30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폭을 더욱 키웠다.

 

올해도 본 예산 지출 규모를 사상 처음 600조 원을 넘어선 607조 7000억으로 잡으면서 통합재정수지는 54조 100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여기에 정부가 제출한 14조 원 규모의 추경을 더할 경우 적자 규모는 68조 1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여야 정치권이 요구하는 35조~50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면 적자 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셈인데, 우리나라가 부도를 맞았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3년 연속(1997~1999년)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재정적자가 만성화되는 상황에 무역적자마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4억 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20개월 만에 적자 전환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적자 규모가 48억 9000만 달러로 더욱 늘어났다.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자칫 무역적자가 올 한 해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유가는 올 1월 평균 배럴당 83.22달러로 1년 전(54.82달러)에 비해 51.8% 증가했다. 이로 인해 원유·가스 등 에너지자원 수입액도 올 1월 180억 1000만 달러로 1년 전(81억 5000만 달러)에 비해 122.0% 늘었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보고 있다. 무역적자가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 재정적자·무역적자라는 사상초유의 ‘쌍둥이 적자’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쌍둥이 적자는 미국이 경제 반전을 노릴 때마다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외환보유액도 감소 중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 1000만 달러를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올 1월에는 4615억 30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인해 국가신인도가 위협받는 상황을 맞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쌍둥이 적자가 벌어질 경우 국가 부도 위험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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